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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범 - Memories
임재범 노래 / 티엔터테인먼트/코너스톤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 임재범 노래에 대한 느낌
- 골계미
제가 임재범을 처음 본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상황은 기억납니다. 주말 또는 휴일에 TV에서 음악 프로그램을 방송하였습니다. 마지막에 신효범과 임재범이 노래를 부릅니다. 각자 노래를 부르고 또 함께 노래를 부른데, 두 분이 노래를 어찌나 잘 부르던지.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던 화면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저는 속으로 ‘어, 여기서 끝나면 안 되는데. 노래 더 들어야 하는데’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후의 임재범씨의 모습은 거의 보지를 못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10년 전 아니면 20년전의 모습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러던 중 ‘빵가게재습격’님이 동영상을 올려 임재범씨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일간지에서 ‘상처입은 짐승의 영웅 서사’라는 표현을 했는데, 잘 어울리는 묘사입니다. 임재범씨가 ‘나는 가수다’의 ‘너를 위해’를 부를 때, 저는 어느 부분에서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기를 느꼈습니다. 눈빛의 설명은 ‘나는 이보다 더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는데, 아니면 더 잘 불렀었는데. 나는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노래 부르는 나를 생각하기 싫었는데’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일간지에서는 이것을 무대 퍼포먼스라고 불렀다.)
박진영씨는 엄정화씨가 노래를 제일 잘 부른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노래의 실린 감정을 듣는 사람 가슴에 정통으로 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느낌을 임재범씨로 부터 받았습니다.
임재범씨의 음반을 구입했는데, 구입할 때의 느낌은 어쩌면 다시는 임재범씨의 거친 음악을 들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임재범씨의 노래는 마치 추사 김정희의 골계미를 느끼게 했는데, 앞으로는 과거에 보여주었던 고음과 저음에서 보여 준 가창력도 (나이로 인해) 손상될 것이고 나이가 더 들면서 관용이 생기면 이로 인해 창법도 다듬어 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어쩌면 그런 변화를 견디지 못하면 아마 한 동안 대중들에게서 모습을 감출지도 모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