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협지 총평

 
조선인님으로부터 예전에 읽었던 무협지가 <의천 도룡기>일지도 모른다는 언지를 받고 <의천 도룡기>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의 앞부분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내용과 달라 인터넷 검색을 계속해 보니 제가 기대했던 책은 <군협지>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터라 순서가 뒤죽박죽되었지만 이왕 읽기 시작한 것, <사조 영웅전>과 <신조 협려>까지 읽었습니다.

 
무협지를 읽다보니 몇 가지 공통점이 있어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마태의 법칙입니다. 초기의 우월함이 궁극적인 결과에서도 우월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이것에 관한 것은 <아웃 라이어>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무협지의 주인공은 초기에 우연히 어느 정도의 무공을 갖추게 되는데, 자신이 겨우 이길 수 있는 상대와 싸움을 하면서 자신의 실력은 점차 향상됩니다.

 
무협지를 좋아하는 사람의 심리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엘리베이터 올라타기’ 심리 아닐까 합니다. 착실하게 월급을 아껴서 부자가 되기보다는 한번에 복권에 당첨되어 부자가 되는 것, 어느 부자와 인연이 맺어져 막대한 상속을 받는다든지 하는 것 말입니다. 무협지에서는 내공이라는 것이 중요한데, 주인공들이 혜공에서 내공을 전수 받고 3일 만에 무공이 증진되거나 독구렁이를 먹고 내공이 증진되었습니다.

 
제가 몇 번 무협지를 읽다가 포기하였는데, 그 이유는 비합리적인 진행 때문에 울분이 솟기 때문입니다. 내공이 전수된다거나 내공은 무한 리필refill된다거나 극독이 극독으로 중화되어 멀쩡해는 것을 읽고 있으면 짜증이 납니다. 항암제는 부작용이 심한 극독약이나 암 치료에 사용됩니다. 유추하여 소재로 썼으나 대개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죠. 왼손이 동상을 입었다고 오른팔을 불속에 넣으면 동상이 치료되는 것이 아니라 화상을 따로 입게 되지요.

 
삼국지에서 관우, 장비의 아들 관흥과 장포를 보면서 ‘어찌 호랑이의 씨에서 고양이가 나올 수 있단 말인가!’하면서 관흥과 장포를 칭찬하는 구절이 있는데, 제 경험에 의하면 아버지 못한 아들 부지기수입니다. 양강은 양철심과 다르게 자라나고 곽부는 곽정의 기대와 다르게 자라납니다. 아이는 부모 마음대로 안 되는 모양입니다.

 
무협지에서의 로멘스도 필수이나 <의천 도룡기>의 결말은 조금 이야기를 전개하다가 만 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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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1-03-16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ㅎㅎㅎ 재미난 페이퍼에요. 엘리베이터 올라타기 심리라는 것에 어느 정도 동의.
당장 저의 경우도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을 때 무협지나 판타지나 로맨스에 빠지는 경향이 있거든요.

마립간 2011-03-17 11:57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 덕분에 <군협지>와 삼체진자를 해결했습니다.

다소 2011-03-16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의천도룡기>가 이야기 도중에 끊기는 느낌이 드는 것에 저도 동의합니다. 나름대로 여운을 주려는 의도였으리라 생각하지만, 여운이 지나쳐서 에필로그 수십개는 생산될 만한 결말이었지요. 그렇긴 해도 전 예전버전이 좋아요. 이번에 나온 <의천도룡기>는 김용 작가가 새로 수정했는데, 영 분위기가 안 살고 별로 더라구요. 초두효과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러고보니 저도 예전에 무협의 법칙을 몇 가지 정리했었는데, 가장 호응(?)을 많이 얻은 것은 단연 '내공 증강'이었어요. 우연히 무공비급을 손에 넣는다든지, 독충을 먹고 죽을 고비를 넘기자 반대급부로 내공이 60갑자 쌓이거나, 아니면 인연이 닿아 좋은 사부를 만나 내공과 무공을 전수받는다거나... 물론 그에 따른 고통도 있었지만, 결국엔 모든 게 최강자가 되기 위한 여정이었다든가...-_-;;; 아무튼 현실에는 좀처럼 없는 일이 무협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서는 법칙을 형성하곤 하지요.

저는 무협지를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역사'와 일종의 '판타지'가 접목되었다고 느꼈는지도 모르겠어요. 보고 있으면 신났거든요. 더불어 그 안의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엿보는 것도 좋았고요. 아무튼 이 페이퍼를 보니 저도 간만에 김용의 사조삼부곡을 꺼내보고 싶어지네요.

마립간 2011-03-17 11:58   좋아요 0 | URL
다소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03-17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용의 책들에 거의 미쳐있는 수준인데,
'엘리베이터 올라가기' 라는 점에서 저도 공감합니다.
조선인님의 말씀처럼 현실 도피를 위해서도 그렇고,
책 내의 주인공이 반드시 최강자가 된다는 줄거리도 그렇고 말이죠.

마립간 2011-03-17 11:59   좋아요 0 | URL
저는 언제 김용의 나머지 책을 읽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는 인물은 사조 3부작에 모두 나와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