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으로 들어간 소녀]의 서평을 써주세요
그림 속으로 들어간 소녀 - 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대필 작가의 독백
배홍진 지음 / 멘토프레스 / 200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1월 10일 받고 쉬엄쉬엄 읽었지만 분량에 비해 읽는 데도 한참, 서평 쓰는데도 한참. 아마도 서평단에 뽑히지 않았다면 이 책을 구입하지도 읽지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유는 이 책은 나쁜 책이기 때문이 아니고 주제가 마음을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1970대 교과서에는 우리나라 자긍심을 높기 위해 다음과 같은 글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 교과서에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1천 번이 넘는 외침外侵에도 이를 극복하였으며 한 번도 타국을 침략한 적이 없는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다.’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은 것이 자랑일 수 있겠으나 수數도 없이 침략 받은 것이 자랑인가? 임진왜란을 겪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일합방이 된 우리나라의 역사는 과연 어떤 역사관으로 받아들이면 좋을까?

 강덕경 위안부 할머니를 주제로 이 책을 썼지만 이 상처는 우리 민족의 상처입니다. 강덕경 할머니 이외의 많은 위안부 여성들, 징용 및 징병으로 끌려간 많은 젊은이, 일제 수탈에 고향을 떠난 많은 이들, 헐벗고 굶주려 때로는 죽어간 많은 이들. 그리고 한일합방의 후유증으로 발생한 한국동란에서 희생된 사람들.

 위안부 할머니를 주제로 생각하면 ‘화냥년’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이 단어의 어원은 환향鄕여자입니다. 고려 시대 몽고 침입 시 몽고로 젊은 처자들이 잡혀갔습니다. 일부는 첩으로, 일부는 몸종으로. 일부는 매춘녀로 잡혀 가겠지요. 나이가 들어 쓸모가 없어지니 몽고에서 나이든 여자를 고려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때의 고향 고려의 대접은, 회향년은 화냥년으로 즉 서방질하는 계집으로 낙인을 찍었습니다. 국가의 잘못을 외침을 극복하지 못한 잘못을 개인의 잘못으로 돌렸는데, 일제 위안부에 관해서 같은 느낌을 갖게 됩니다.

 위안부 할머니의 상처는 제가 2004년도에 페이퍼로 올렸던 ‘못자국’ (http://blog.aladin.co.kr/maripkahn/431284)을 떠 올리게 합니다. 어떤 상처들은 한 생애를 통해 결코 치유되지 않기도 합니다. 특히 여성의 성性에 관한 폭력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기도 하지만 남녀를 포함한 그 집단에 대한 폭력이기도 합니다.

 
p15 어쩌면 그녀는 자신이 강압적인 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매춘을 한 대가로 일생을 혼자 떠돌며 살아야 하는 벌을 받은 것이라고 자괴했을지도 모른다. (중략)... 야산으로 끌려가던 밤에 혀를 깨물고 자결을 했어야 했다고, 그러면 ...
----
<루시퍼 이펙트> p37 폴린은 후투족 군인들에게 "여자들을 죽이기 전에 강간하라"고 지시했다.


 한 달 후면 삼일절이 다가옵니다. 예전에는 삼일절이나 광복절이 되면 TV 방송에서 일제 치하와 관련된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이 많이 방영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프로그램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은 저와 같은 생각을 하나 봅니다. ‘불편했던 과거는 잊고 살자, 무시하고 외면하자.’ 조금은 걱정됩니다. 혹시 역사가 반복되지나 않을지.

cf ; 이 책의 시작은 다큐멘터리처럼 시작해서, 중간에 ‘동아시아 지도 속으로’에 접어들면서 서술 형식이 바뀝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추론된 허구인지가 불분명해지며 묘한 느낌을 갖게 했습니다.

* 서평도서의 좋은 점 ; 일제 식민지에 관하여 잊고 싶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음을 할 게 한다. 글도 좋지만 강덕경 할머니가 그린 그림 한점 한점이 인상에 남는다.
* 서평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 (삼일절과 광복절이 흐릿하게 지워지는 사람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서평글에 포함됨.

(서평단 도서입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립간 2009-01-29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의 서평 ; 위안부가 소모품인 것처럼 사용되 듯, 과거에 군인 즉 병사는 보급품인지 소모품인지로 분류되었다가 요즘에는 군인으로 분류된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