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 대한 변호
* ‘파란여우’님의 댓글에 대한 답변
우선 이렇게 공개편지 형식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참 오랜만입니다. 주로 ‘가을산’님과 의견을 나눴고, 단편적인 주제에 관해 ‘강쥐’님, ‘따우(도로道)’님과 의견을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파란여우님의 질문에 답을 하면
폐기처분된 닭 부산물이 사료에 배합되는 문제, 조류는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 저의 답변은 시간을 통한 진화 압력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광우병은 소의 병인데, 사람에게 전달 가능하도록 진화했습니다. 진화의 압력이 포유류와 조류를 뛰어 넘지 못하란 법이 어디 있습니까? 저의 서평에 이 책의 가장 인상적이 부분은 진화의 압력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소, 양과 사람의 장벽은 우제목과 영장목으로 목目order이 다르지만 즉 order barrier이지만 소와 닭은 같은 척색동물 문門phylum에 속하나 그 다음 분류 단계에서 조류 강綱class, 포유류 강class으로 각각 속하니 class barrier를 넘어야 합니다. (학술 용어로는 species barrier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order barrier, class barrier란 용어를 만듬.)
실제 미국 도축 현장 - (중략) - 모든 쇠고기 상자를 빈틈없이 모니터링 한다고 믿으시나요? ; 저는 믿지 않습니다. 저의 가치관은 맹자의 성선설보다 순자의 성악설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도축업자나 한국의 육류 소매업자들이 모두 성인군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축산업이나 유통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을 개인적으로 알지 못해 ‘파란여우’님이 현실이 그렇다고 하시면 저는 그대로 믿습니다.
단 한 명의 국민 건강 안(정)전을 위해 미심쩍은 수입은 차단하게 정부가 국민에게 보여주는 자세가 아닐까. ; 저도 동의합니다. 그래서 저는 광우병에 대한 공포보다 정치권과 정부에 대한 분노가 더 큽니다.
우리나라도 비껴 갈 수 없는 문제 ; 도축의 위생뿐만 아니라, 광우병 자체의 위험성도 있다고 봅니다. 1980년대 (중반 또는 후반)에 MBC 뉴스에서 CJD (또는 vCJD) 환자가 있었습니다. 확진은 뇌부검을 해야 하므로 의심으로 끝났지요. 최근 PD 수첩의 광우병 관련 방송에서 이 내용이 없다는 것이 유감입니다. 한우의 광우병 가능성을 이야기하니 촛불 시위 참가자 분들 중에는 ‘미국 소 수입 반대의 논점을 흐린다. 물타기다.’라고 하며 말도 못 꺼내게 하더군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영화에 대한 언급 ; 읽을 때는 느끼지 못 했는데, 지금 보니 사족蛇足입니다. 괜히 오해의 소지만 만들었거나 혹시 모르죠, 저자가 정치적 의도를 품고 있었는지.
그러나 한번 더 생각해서 왜 저자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언급했을까? 정치적 의도 외에 다른 설명은 없을까?
저의 직장 부서는 20대부터 50대까지, 고졸학력부터, 대학원 졸업학력까지, 남녀 30명 정도가 있는데, 광우병 파동 당시 미국 수입 쇠고기가 들어오면 먹겠다는 사람이 80%정도 되었습니다. (저의 직장(또는 부서)은 이상한 직장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20대-30대 초반)과 광우병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사람 모두 광우병에 대해 잘 모르더군요. 특히 대중매체에서는 이와 같은 느낌을 강하게 주었습니다. (사실이 아니라면 이 또한 왜곡이겠죠.)
방송국 토론에서 광우병이 다른 전염병과 어떻게 다른지 그래서 전달병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설명하는 중에 민주당 의원 한분이 ‘법이 광우병을 전염병으로 분류하는 데, 왜 딴소리를 하냐!’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속으로 ‘광우병에 대한 법을 바꾸면 전파가 안 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자의 마음속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정부가 국민의 소리에 귀를 막았듯이, 촛불 시위 참가자들은 최소한의 과학적 지식에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 저는 설문에 책의 장점을 쓰지 않고 단점을 썼습니다. 촛불 시위 전에 이 책이 나와 광우병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지식을 갖고 촛불 시위에 참여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시위의 초점이 정치적 요건에 맞추어졌을 것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