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경 “무거운 짐 속에서 가벼운 즐거움 찾았다”
현대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사건 중 하나인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채택한 영화 ‘화려한 휴가’(감독 김지훈, 제작 기획시대).
지난 정권들에 의해 감춰지거나 의혹이 난무했던 사건인 만큼 영화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이 영화 속에서는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증언이나 사건 자체에 대한 서술은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주된 내용과 줄거리의 중심이 사건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기 보다는 시대적 비극에 휘말린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광주에서 진행된 ‘화려한 휴가’의 제작현장 공개에서 주연배우 김상경은 “대학 시절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선배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들었다”면서 “영화 촬영 전 5.18 묘역의 피해자 유족들이 남긴 글귀를 보며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사건 자체가 무거운 짐 같으면서도 실제 당시 현장에서 소시민들이 겪었을 당황과 혼란스러움에서는 가벼운 부분도 있었을 것”이라며 “그 속의 작은 재미들도 영화 속에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나 전체 상황의 전개 보다는 그 속에서 보통 사람들이 사건들을 겪으면서 닥치게 되는 혼란 등에 대한 표현이 영화 내용의 대부분이라는 말.
김상경은 “그 ‘재미’라는 것이 실제 유가족이나 사건을 겪은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면 어떤 경우라도 생각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 “등장인물들이 대학생이나 정치적으로 관련된 인물들이었다면 이 영화가 싫었을 것”이라며 “간호사나 택시 운전사 등 정치적 성향이 없는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겪을 일들을 다뤘기 때문에 더 재미있고 또 더 슬플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극중 퇴역 군인이자 시민군을 이끄는 역할을 맡은 안성기 역시 “이 영화의 감독이나 출연진의 대부분이 당시의 사건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충격적인 사건을 드라마와 재미로 엮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사실적 표현은 다큐멘터리로 해야 할 일이고 영화라면 재미와 다큐멘터리의 느낌을 함께 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진지한 캐릭터들 사이에서 소시민적인 모습을 볼 수 있고 고통 속에서도 즐거운 모습을 간간이 볼 수 있다는 것이 영화의 재미를 가져다 줄 것”이라며 영화가 사실의 전달을 넘어 영화적 재미에도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안성기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소시민적인 즐거움’이라는 요소가 실제 관련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이미 시나리오를 통해 검증을 거쳤다”며 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도 했다.
“영화를 통한 정치적인 느낌은 전혀 없을 것”이라는 안성기는 “개인의 애틋한 사랑과 아픈 가족사 등 당시 개인들이 겪었던 일들을 통해 역사를 돌아보자는 이야기”라고 영화의 의의를 밝혔다.
광주민주화운동을 개인의 시각으로 돌아본 영화 ‘화려한 휴가’는 광주시 첨단지구의 금남로 재현 세트를 중심으로 촬영중이며 오는 2007년 상반기 개봉 예정으로 작업 중이다.
광주=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이찬호 기자 hahohei@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