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크 슈타이너 글, 요르크 뮐러 그림, 고영아 옮김. 비룡소 펴냄.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일하는가?

 

누가 나로 하여금 일하게 하는가?  내 일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나는 내가 한 일에 대하여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가?

 

일하는 내가 소중한가, 일이 소중한가? 일하면서 나는 나의 참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가 날마다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물음을 던지면서 사는 것은 아닙니다.

 

억지로 기상하여 무조건 취침으로 끝나는 하루 24시간은 우리에게 그런 물음을 생각할 여유조차

 

남겨주지 않으니까요.

 

천성적으로 잠이 많은 저는 일하러 다니면서 늘 만성적 수면부족에 힘겨워합니다.

 

그런 제가 하루 종일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겨우 ‘어서 일을 마치고 가서 자야지.’라든가 

 

‘너무 졸린데 어떻게 정신을 차릴 수 있을까’ 정도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주 가끔 직장에서 몹시 억울하고 참담한 사태에 직면했을 때 자신을 복잡한 질문으로

 

볶고 싶어집니다.

 

‘무슨 부귀 영화를 보자고 내가 이 고생을 하고 있는가?’라든가

 

‘지금 이 지긋지긋한 일이 과연 내가 꿈꾸던 일인가?’ 등에 대해서 돌아보게 되는 거지요.

 

그 때 바로 이 책은 그런 종류의 성찰을 도와줄 수 있을 것입니다.

 

<난 곰인 채로 있고 싶은데>을 펼쳐보세요.

 



가슴이 휭 비어오는 느낌이 듭니다. 여러 가지 질문 앞에 자신을 담담하게 열어 놓게 됩니다.

 

얘기는 간단합니다.

 

곰 아저씨가 겨울잠을 자는 동안 숲 속에 거대한 공장이 세워집니다.

 

봄이 오고 잠에서 깨어 동굴 입구로 기어나온 곰 아저씨는 눈부신 공장 한복판에 자신이 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공장 사람들은 곰 아저씨에게 ‘당신은 곰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아저씨를 게으름부리는 노동자로 취급합니다.

 

아저씨는 자신은 노동자가 아니며 ‘곰’이라고 주장하지만 인사과장, 전무, 사장에게까지 불려 다니며

 

호통을 들었을 뿐입니다.

 

곰 아저씨는 억지로 작업복을 입고 노동자로서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겨울이 오고 곰 아저씨는 밀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하여 쓰러집니다.

 

그리고 마침내 게으름이 심하다는 이유로 해고됩니다.

 

그리고 거리를 전전하다가 숲을 찾아 들어가지요.

 

다시 눈은 내리고 곰 아저씨는 깊은 겨울잠에 빠집니다.

 

곰 아저씨는 이 책의 첫 장에서부터 아주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마치 나 또는 내 옆 사람처럼 말입니다.

 

런 곰 아저씨에게 공장 감독, 인사과장, 부사장들이 던지는 말은 금새 읽는 내 가슴에도 상처가 됩니다.


“이봐, 당신 여기서 무얼 하는 거야? 빨리 자리에 가서 일해!”

 

“저 죄송합니다만, 저는 곰인데요.”

 

“곰이라고? 웃기지 마, 이 더러운 게으름뱅이야.”

 

“제가 곰이라는 건, 보면 아시잖아요.”

 

“내가 무얼 보든지 그건 내 마음이야! 내 눈에는 곰이 아니라 면도도 안한 더러운 게으름뱅이밖에 안 보이는

 

데 무슨 소리야?”

 


마침내 곰 아저씨는 사장에게 끌려가지요.

 

사장은 공장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었지만 실제로 하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심심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곰 아저씨의 말에 가장 조용히 귀를 기울여주었지요.


“그러니까 자네가 곰이란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이제서야 겨우 저를 이해해주시는 분을 만나 뵙게 되었군요.”

 

“글쎄, 그건 두고 봐야 알 일이지. 자네가 정말 곰이라면 그 사실을 나한테 증명해야 하네.”


곰 아저씨는 자신이 곰임을 증명하는데 실패하지요.

 

곰 아저씨가 감독이 시키는대로 순순히 면도를 하고 작업복을 입고 출근 카드를 꽂는 장면은

 

이 책에서 가장 서글픈 장면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 때부터 곰 아저씨의 고단한 생활은 잠시도 쉴 틈없이 이어집니다.


“이봐, 얼렁뚱땅 시간 때우지 말고 썩 일을 시작하지 못 해!”

 

“이봐, 또 멍하니 딴 생각하고 있는 거야? 아직도 떠돌이 근성을 못 버렸군!”

 

“이봐, 당신 때문에 일이 엉망이쟎아! 당신처럼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은 필요 없으니, 썩 꺼져 버려!

 

당신은 오늘로 해고야!”


해고. 곰 아저씨가 너무나 기다리던 말이었습니다.


“해고라고요? 그럼 아무 데나 제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도 된다는 말씀인가요? 그리고 아무도 절 붙잡지 않

 

을 거고요?”


그러나 공장을 떠나온 곰 아저씨에게 세상은 너무나 냉정했습니다.

 

추위에 몸을 녹이려고 들어선 모텔에서 곰 아저씨는 문전박대를 당하지요.


“미안합니다만, 우리 모텔에서는 공장 일꾼들한데틑 방을 내주지 않아요. 더더군다나 곰에게 방을 내주는

 

일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아니, 방금 뭐라고 하셨지요?”

 

“우리 모텔에서는 공장 일꾼한테 방을 내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더구나 곰한테는 절대로 방을 내 줄 수

 

없다고요!”

 

“지금 저한테 ‘곰’이라고 하셨나요? 그러니까 제가 곰이라고 생각하신단 말씀이지요?”


곰 아저씨가 다시 숲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곰’이었다는 믿음을 되찾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참된 모습에 대한 믿음은 자기 행동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아주지요.

 

그리고 곰 아저씨는 참된 자기에게 어울리는 일로 돌아갔기에 추운 동굴에서 겨울잠에 빠져들면서도

 

행복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이것이 내가 원해서 하게 된 일이었는가를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라기보다는 어찌어찌 하다가 지금의 일을 하게 된 경우가 더 많지요.

 

지금의 일이 참된 나에게 어울리는 것이라고 여기고 내가 선택했다면 그 선택을 믿고 열심히 해야겠지요.

 

어떤 수모를 겪더라도 말입니다. 그러나 간혹 내 선택에 회의가 든다면 다시 한 번 따져 보세요.

 

과연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나의 일인가 하고 말입니다.

 

출처 : http://tong.nate.com/aldobabo/27687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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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1-01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룡소 책이다. 보고 싶다. 직장을 그만두고 싶진 않지만...;;;

씩씩하니 2006-11-01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읽구,,님보다 깊진 않지만,참 슬프다,생각했는대...
저는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할때... 내가 집에 있었음 더 좋은 엄마 노릇을 할 수 있었는대..그리고 직장일도 집안 일도 제대루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이 들 때..
그 때..내가 왜 이리 일을 하고 있는가,,,회의에 빠지곤합니다...
그래도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지금까지 일하고 있답니다..
회의보다 보람이 더 큰덕일까요??

마노아 2006-11-01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제가 쓴 글은 아니구요. 저도 읽어보고 싶어 찜했답니다.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가 없어서 어느 한쪽은 조금은 비워둬야 할 것 같아요. 아이들과 함께 있음으로 더 해줄 수 있는 게 있고, 직장을 가지면서 해줄 수 있는 게 또 다르니까요. 씩씩하니님은 분명 씩씩하게 해오고 계신 겁니다. ^^

프레이야 2006-11-01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 보았던 그림책이네요.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그림책이죠. 마노아님, 저도 곰인채로 있고 싶어요.^^

마노아 2006-11-01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곰으로 인정해 주세요!!! 라 외쳐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