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젊은세대에 초특급 인기를 누리고 있는 꽃미남 그룹가수 '슈퍼주니어'의 팬 사인회가 부산지역 여학생과 학교, 교육청을 한바탕 뒤흔들어 놓았다.
부산 동래구 온천동 허브스카이 상가에 입점한 영화관 CGV는 25일 개관 기념 행사로 '슈퍼주니어' 팬 사인회를 마련했다. 이날 오후 5시에 예정된 행사 참여를 위해 전날부터 각양각색의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모여들었다.
순번 1위를 차지한 한 여중생(14)이 행사장에 도착한 것은 24일 오전 8시께로 무려 하루하고 9시간을 대기한 셈이다. 이 여학생과 함께 밤을 지새운 학생만도 100여 명에 달했다.
행사 당일인 25일 오전 11시께. 모여든 여학생 수는 500여 명으로 불어나 행사장 1층 광장이 시장판으로 변했다. "어제 줄은 움직이지 마시고요, 오늘 아침 오신 분은 줄 좀 바로 서주세요." 가장 먼저 왔다는 그 여학생이 출석표를 들고 도착 순서대로 번호를 적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시간이 가면서 여중생들 위주로 계속 불어나 팬사인회 몇 시간을 앞두고는 1500여 명에 육박하며 난리법석을 떨었다. 그러나 자리를 뜨는 학생은 좀처럼 볼 수 없었다.
3시간마다 하는 출석 체크 때 없으면 앞에 와도 무효가 된다는 자신들만의 '룰' 때문이었다. 한 여학생은 "가수들 공연이나 팬 사인회 같은 데 가면 제일 먼저 온 사람이 몇 시간마다 출석 체크를 하는데 그때 없으면 무효 처리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결석, 조퇴 사태가 빚어졌다. 부산진구 모 여중 3학년 이모(15) 양은 "친척 결혼식 간다고 거짓말하고 왔어요. 결석 처리돼도 할 수 없죠"라고 말했다. 또 송모(14) 양은 전날 와서 차례를 기재하고 25일 등교했다가 오전에 조퇴하고 왔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딸을 찾으러 온 학부모와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겠다며 버티는 학생들 간에 야단치고 고함지르는 소동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학부모 김모(44) 씨는 "아이를 집에 데려오려고 얼마나 싸웠는지 모른다. 벌써 2년째 딸아이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교육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관할 동래교육청은 24일 각 학교에 '학생 지도에 각별히 신경을 쓰라'는 내용의 통신장학을 보낸 데 이어 25일에는 관내 중·고등학교에 출석 확인을 엄격히 하라고 지시할 정도였다.
또 동래구 관할 14개 여중학교 생활지도부장 교사들은 이날 오후 3시 동래 혜화여중에서 선도협의회를 갖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미선 장학사는 "도저히 통제가 안되는 상황"이라며 "아이들이 떼지어 달리다 보니 안전사고의 위험이 큰데 이렇게 무질서하게 방치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걱정했다.
한편 이날 사인회에는 슈퍼주니어 멤버 12명 중 5명만 참석한 데다 학생들이 1명한테만 사인을 받아 불만을 쏟아냈다.
국제신문=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노컷뉴스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