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알라의 이름으로 ‘신부값’ 지불

세계의 결혼풍습

올해 병술년(丙戌年)은 양력으로 환산하면 2006년 1월 29일부터 2007년 2월 17일까지다. 보통 음력 한 해는 약 354일이지만 올해는 윤달이 끼면서 385일이 1년이다. 덕분에 입춘이 두 번 겹친 ‘쌍춘년(雙春年)’이라고 불리는데, ‘쌍춘년이 결혼에 길하다’는 설이 있어 예부터 중화문화권에서는 이때 결혼하면 백년해로할 수 있다고 믿는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혼사를 치르려는 예비부부들의 예식장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결혼의 계절’ 가을을 맞아 세계의 결혼 풍습을 알아보자.

 

■ 중국=오전 6시부터 결혼식 시작

 

쌍춘년을 맞이해 중국에서도 최근 결혼식 붐이 일고 있다. 중국인들의 결혼식은 소박하면서도 간략하게 치러진다. 중국의 결혼예식은 아침 6시 무렵, 신랑이 신부 집으로 찾아가 신나는 북소리를 연주하며 시작된다. 신랑의 친인척들까지 모두 신부 집으로 몰려가 신부가 나오길 기다리며, 신부가 나타나면 결혼식이 시작된다.

 

식장은 대부분 인근 음식점이다. 사회주의 시절, 음식점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인사하고 술 마시는 것으로 결혼식을 대신하던 풍습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개방정책 이후에는 연애가 자유로운 도시를 중심으로 직장에서 혼례식을 치러주는 경우도 생겼다.

 

결혼식은 무척 간단하다. 간략한 주례의식을 거친 다음 신랑 신부 맞절, 양가부모, 손님들에게 인사 그리고 모두 술만 들고 축배를 올리는 경주가 있은 다음, 신랑 신부가 각 식탁마다 다니면서 인사하는 것으로 끝이다.

 

신랑은 양복을 입으며, 신부는 중국 전통 의상인 ‘치파오’, 혹은 서양식 웨딩드레스를 입는다. 신랑측에서 대부분의 살림살이를 장만하고 신부측에서 약간의 살림자금을 보탠다. 한국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결혼 후 신혼여행 없이 며칠 휴가를 내어 신방을 꾸민다. 휴가 후에는 직장동료들에게 사탕을 돌리며, 이것으로 결혼예식이 마무리된다.

 

■ 이스라엘=신랑이 발로 유리잔 ‘와장창’

세계에서 가장 교육열이 높고, 부자들이 많은 민족으로 알려진 유대인. 이들에게는 결혼식마저도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축제이자 교육의 장이다. 

 

유대인에게 결혼이란 두 남녀가 결합하는 의미뿐 아니라 ‘욤키푸르’라고 불리는 ‘대속죄일’이기도 하다. 과거의 모든 잘못이 용서되고 새롭게 완전한 영혼으로 태어나는 날이다. 신랑신부는 혼례식 전부터 끝날 때까지 금식을 하며 성장해 오는 동안의 모든 죄를 뉘우치게 된다. 유대인의 혼례식은 늦은 오후에 행해지는데 이는 금식이 해지는 시각에 끝나기 때문이다.

 

유대인의 결혼식은 매우 검소하다. 결혼식장은 넓은 마당에 세워진 ‘후파’라고 불리는 천막이며, 신랑은 흰 셔츠, 신부는 수수한 하얀 드레스를 입는다. 이는 결혼이 인간과 인간의 만남일 뿐, 물질적인 것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유한 유대인 집안의 결혼식에서도 화려한 웨딩드레스나 성대한 결혼식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결혼식이 끝나면 유리잔을 바닥에 놓고 신랑이 발로 밟아 깨뜨린다. 깨어진 유리잔의 원상복구가 불가능하듯 혼인도 되돌릴 수 없는 영원한 것임을 의미하는 행위다.

 

■ 프랑스=일정기간 동거 후 결혼 유행

프랑스인들은 유럽인 가운데에서도 평균 결혼 연령이 가장 늦어 여자들의 결혼 연령은 평균 27세, 남자는 평균 29세에 이른다. 1970년대 중반 프랑스에서 시작된 동거 열풍은 유행처럼 젊은이들 사이에 번져나가 대부분의 부부들은 일정 기간의 동거를 거치고 있다.

 

프랑스는 유럽 국가 중 스웨덴과 아일랜드 다음으로 결혼율이 낮은 국가다. 프랑스의 혼인율은 인구 10만 명당 4.4명으로 미국(9.3명)의 절반에 불과하며 일본(6.1명)에도 훨씬 못 미친다.

프랑스 정부는 결혼을 장려하기 위해 세제 정책까지 바꿨다. 프랑스 젊은이들이 동거생활을 청산하고 결혼이라는 일종의 사회적인 관습을 수용하도록 하기 위해 결혼 이후에도 결혼 전과 동일한 세금을 내도록 했다. 결혼 이후 내는 세금이 더 많아 혼인신고 없이 동거하는 커플이 많았기 때문이다.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전체가 낮은 혼인율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스웨덴에서는 혼인율을 높이기 위해 결혼 후 남편이 먼저 죽었을 경우 여성에게 지급하는 ‘과부연금’ 제도를 신설하기도 했다. 덕분에 이 제도가 처음 실시된 1989년 혼인신고를 한 커플이 200% 증가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 아랍권=부자들 시골 돌며 수차례 결혼

서구 문화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아랍의 결혼문화는 여전히 낯설다. 아랍의 신랑은 결혼할 때 코란의 가르침에 따라 ‘신부 값’을 치러야 하며, 이혼할 경우에도 ‘후 신부 값’을 치러야 한다. 이들에게 결혼은 일종의 ‘계약’과도 같은데, 반드시 남자 증인 2명이 있어야 결혼이 성사된다. 신랑과 신부가 직접 계약하는 것이 아니라 신랑과 신부의 보호자, 혹은 대리인과의 계약이다.

 

예전에는 신부에게 옷 한 벌, 신부의 부모들에게 옷 한 벌씩 그리고 총 한 자루와 충분한 양의 화약, 신부 가족들이 먹을 일년치 밀, 낙타 한 마리를 신부 값으로 치러야 했는데, 오늘날은 요르단의 경우 4,000요르단디나르(한화 약 800만원)를 지불해야 한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1,500달러에 불과한 요르단 사람들에게 결혼은 무척 큰돈이 필요한 일이다. 때문에 신부 값을 치르기 위한 투잡스족이 일반적일 정도다.

 

그러나 걸프 지역의 석유 부자들은 휴가 기간 동안 여행을 하면서 맘에 드는 시골 처녀들을 골라 짧은 기간 동안에 수차례의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일부다처제가 용인되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휴가가 끝나면 ‘후 신부 값’을 치르고 이혼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신부의 부모들은 신부 값을 위해 이혼 당할 것을 알면서도 결혼을 허락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최근에는 여권을 중시해 이런 행위를 금지하는 나라들도 많이 생겼지만 여전히 ‘명예살인’이 행해지는 아랍권은 우리의 사고방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면이 많다.

 

■ 일본=비용 부담돼 친인척만 참석

살인적인 물가 속에 사는 일본인들은 결혼도 성대하게 치르지 못한다. 결혼 당사자는 식장 임대료나 식대가 부담되고 초대 받은 사람은 축의금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양가 친인척들만 모여 식을 치르며, 친구나 회사 사람들을 초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결혼식은 우리나라의 약혼식과 비슷한 분위기로 치러진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서양식 의상을 입고 식을 치르며, 식후에 일본 전통 혼례 복장으로 갈아입고 사진을 찍는다. 일본인들은 대부분 불교나 일본 전통 종교를 믿지만 최근에는 서구문화의 영향으로 교회에서 결혼식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 교회들은 진짜 교회는 아니고, 교회 모양을 한 결혼식장인 셈이다.

 

중산층 이상의 일본인들은 손님들의 수를 늘리는 대신 외국에 나가 결혼식을 하는데, 양가 부모, 친인척들이 모두 외국으로 나가 이국적인 분위기에서 식을 올린다. 하와이나 괌이 각광을 받고 있으며 지하철이나 버스에도 외국 원정 결혼을 안내하는 광고를 손쉽게 볼 수 있다.

 

ⓒ 주간경기 | 신동헌 <Esquire> 기자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노아 2006-10-24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다양하다. 우리 결혼식은 허례허식만은 좀 줄여야 한다고 본다.

비로그인 2006-10-24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자 개념있네요.알라신이라고 안하고 알라 라고 옳게 했네요, 이희수 교수같은분이 틀리게 나온것을 언론에 항의하면 피디들이 관행적으로 알라신이라고 해서 쓴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하는데 요즘은 알라 라고 쓰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마노아 2006-10-24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