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황금도깨비상 그림책 부문 수상작. 어처구니는 잡상이라고도 불리는 작은 조형물로, 귀신을 쫓기 위해 병사를 지붕 위에 올린 데서 유래되었다. 지금도 경복궁에는 추녀마루 끝에 익살스럽게 생긴 인형 조각이 올려져 있다. 눈에 잘 띄지도 않고 흔하지 않은 소재인 어처구니를 가지고 작가는 오랜 시간 자료 조사 끝에 재미난 이야기로 꾸몄다.
말썽꾸러기 어처구니들 때문에 하늘나라는 언제나 어수선하다. 이들에게 하늘나라의 임금은 못된 귀신 '손'을 데려오면 용서해주겠다 하고, 어처구니들은 묘안을 짜낸다. 여러 가지 수로 손을 유인하는 것에 성공하지만, 꾀를 부린 어처구니들이 두릅나무로 만든 부실한 밧줄 때문에 다 잡은 손을 놓치고 만다. 노한 임금은 어처구니를 모두 잡아다가 궁궐 추녀마루 끝에 올리고 손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게 한다.
어처구니들의 장난스럽고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몸동작들을 재치 있게 표현해 읽는 즐거움을 준다. 다섯 방위를 상징하는 색인 우리 고유의 청, 백, 적, 흑, 황으로 각각 캐릭터를 표현한 것도 전통문화에 대한 많은 고려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또 배경으로 고구려 벽화 문양이 인용되거나, 단청의 무늬, 임금님 옷의 문양 등 전통적 요소를 살리면서도 컴퓨터 그래픽, 꼴라주 등 현대적인 기법과 보기 좋은 조화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