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모(茶母) 감독판 [대형포스터 3종 포함] (8Disc)
이재규 연출, 하지원 외 출연 / MBC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지금이야 사극이 프라임 시간 대를 모두 장악했지만(장악할 거지만.. 다음주 수요일부터 황진이 시작~) 이 작품 "다모"가 드라마로 방영될 당시엔 아직도 사극은 일부 시청자만 좋아하는 장르였다.  그것도 아주 '열광'하는 단계가 아닌 그냥 즐겨 보는 정도.

그런데 이 작품이 등장하고부터 그 팬의 계층이 달라졌다. 소위 '매니아'라고 해석되는 그들은 매니아를 넘어 '폐인'의 단계로 넘어갔고 작품을 아예 '재생산'하는 '상태'까지 이르렀다.  방송사의 홈페이지에는 게시판이 클릭하기가 무섭게 아예 페이지가 넘어갔고, 팬들이 만들어 내는 잡지(?) 형태의 패러디가 본방보다도 인기를 끌 때가 있었으며, 작품의 배경을 갖고서 만든 월페이퍼가 각 집의 컴퓨터를 장악했고,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는 대사는 그 후 두고두고 여러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었다.(심지어 지난 해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현사장 어머니도 그 대사를 읊었지.)

그래서 이 작품은 여러모로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12부로 끝날 예정이던 것을 14부로 늘렸지만, 이제껏 쌓아온 작품의 완성도에 비해서 엔딩이 너무 약했고, 주인공들의 갈등이 그렇게 설정되는 것에 대한 충분한 설득력이 부족했다.  채옥이가 황보 윤을 그렇게 배신하는(그게 배신이 아니고 뭔가.) 까닭을 그저 마음이 흔들렸다고 이해하기엔 그들이 쌓아온 시간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았고, 좌포청 사람들이 그렇게 피를 보며 무너지기에는 그들이 너무 좋은 관아 사람들이었다.  그에 비해서 장성백이 이끄는 화적단이 그많은 피를 보고서도 건재해야 할 당위성을 나는 그닥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기엔 선악의 대결 구도가 좌포청이 아니라 조정이 한 축이 되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엔딩의 부실함을 제외한다면 작품은 정말 '아트'의 경지에 이르는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HD드라마가 이런 것이라는것을 시청자들은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고, 퓨전사극을 표방한 만큼의 세련된 옷들(그러나 국적 불명의 옷들..^^;;;;; 그래도 멋지더라..;;;;;), 홍콩 무협 영화를 보는 듯한 와이어 액션에, 끊어서 빠르게 감는 촬영 기법 등 모든 게 다 새롭고 자극적이고 충격적이었다.  기존의 질서를 완전히 무시하는 스타일이었던지라 중장년 층은 낯설어 싫었을 수도 있겠지만, 젊은 층은 이 작품에 열광을 넘어 자청해서 '폐인'이 되고 말았고, 그 폐인들은 아직까지도 활동을 하면서 연계성을 갖고 있다.

페이지가 부른 "단심가"는 드라마 "여인천하"에서 경빈 테마로 이미 써먹은 노래였건만, 거기서는 지독히도(!) 안 어울렸는데, 이 작품에선 참으로 적절하게, 그리고 절절하게 어울렸다.  음악의 공로 역시 무시 못함.. ^^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가 없다.  하지원은 초반에 다리 찢기라는 쓸데 없는 기술을 보인 것 말고는 정말 '채옥' 역할에 딱이었고, 황보 윤을 맡은 이서진은 그가 사극에 더 어필할 수 있는 배우라는 것을 알려주었다.(그렇지만 무영검은 아니었어ㅡ.ㅡ;;;;)  장성백 역의 김민준은 새로이 팬들을 확보하며 주연급으로 확 들어섰지만, 이때만큼 적당한 배역은 그 후 아일랜드 밖에 없었고, 두 개 외에는 별로 신통치 않았지만, 반듯한 마스크와 훤칠한 키로 얼마든지 좋은 배역을 따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그밖에 조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가 일품이었고, 이문식은 '수다쟁이' 연기를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박아버렸다.

이 작품에서 역사적 진실(?)을 제대로 찾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몇몇 설정들은 쓸만했다.  이를테면 사주전이 만들어졌던 그때가 조선 숙종 때였다라는 사실, 그 사건에 양반이 관여했다는 것 등등.  그밖에 관비에 관한 설정들은 좀 문제가 있었지만 크게 중요하지는 않았으니 패스~~;;;;;

난 이 작품이 DVD로 나온다고 했을 때, 엔딩만 다시 찍어주기를 사실 간절히 바랬다.  작품 전체의 질적 완성도에 비해서 엔딩이 너무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  그렇지만 사실 힘든 주문이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대신 영화 "형사"로 다시 태어났는데, 드라마하고는 색깔이 많이 달랐다.  하지원의 캐릭터도 크게 변했고...

원작인 만화 "다모"하고도 드라마, 영화 모두 성격이 아주 다르다.  그래도 가장 넘버 원으로 치고 싶은 것은 역시 '드라마' 다모라고 하겠다.  그래서 소장 가치도 아주 높은... 케이스도 얼마나 이쁜가.. ^^

다음 주에 시작하는 드라마 "황진이"도 기대 중이다. 일단 시각적으로 기선 제압을 하고 들어올 것 같다.  우리 한복 너무 예뻐..(^^ )( ^^) 사극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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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0-10 0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는 거의 안보는데 제가 유일하게 다본 드라마죠.2년전 추석연휴때 몰아서 해줄때 봤는데 MBC가 투자를 많이 한것 같아요.
장성백 대사중에 루쉰의 고향에 나오는 길이란... 문장이 드라마때문에 유명해졌고, 장성백을 체 게바라 처럼 묘사했더군요.. 하지원이 다작 했는데 망친 영화도 많은데 다모는 하지원이 적역이었죠. 평소 하지원 별루 였는데 다모때문에 호감생겼어요.(게시판보니 하지원에 대한 생각이 저같은 경우 많더군요.)
저도 다모폐인,..
근데 황진이에 하지원은 안어울리는데...음.

마노아 2006-10-10 0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bc가 투자를 좀 했는데, 하는 김에 더하지... 싶었어요. 엔딩이 너무 아쉬워요ㅠ.ㅠ
하지원이 이 작품으로 괜찮은 배우 대열에 들어섰죠. 다모폐인.... 이 말도 맘에 들어요^^;;;;
황진이 내일부터 하는데, 일단 뚜껑 열어본 뒤 실망을 하던가 더 호감을 갖던가 해야할 것 같아요. 미술팀은 엠비씨가 좋은데(궁... 등... 6^^;;;) 어떻게 나올지... 가만, 아직도 어느 방송국인지 모르겠네요^^;;;;;;

문학仁 2010-06-28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모 19800파격가때문에 들어왔다가 예전 글이지만 답글답니다.
예전에는 사극이 마이너였다는 것은 동의 할 수가 없습니다. 사극은 시대 불문하고 항상 메이저였죠.
시청률 5위권안에 무조건 사극이 있었습니다. 장희빈, 용의 눈물, 태조왕건, 허준, 등. 물론 사극도 망한 사극은 있습니다만 사극은 시대 불문 거의 메이저급을 차지 하고 있었죠.
다모의 의미는 퓨전사극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마노아 2010-06-28 06:42   좋아요 0 | URL
다모 이전의 사극은 주로 부모님 세대들이 거의 열광했던 것 같아요.
다모 때부터는 젊은이들도 사극을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즐겨보게 된 것 같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