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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기담 - 근대 조선을 뒤흔든 살인 사건과 스캔들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6년 7월
평점 :
표지의 기괴한 음산한 분위기와 어쩐지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제목이 참 마음에 안 들었다. 그렇지만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에 호기심이 일어 구입을 하게 되었고, 오래도록 미루다가 마침 읽게 되었다.
책의 별점을 얘기하자면, 셋으로 시작했다가 넷으로 끝났다고 말하겠다. 초반에 나온 살인사건 네개는, 굳이 이 책에 끼어 있을 이유를 잘 모르겠다. 좀 생뚱 맞달까. 식민지 시대에 억울한 취급을 받은 조선 사람들은, 굳이 살인 사건을 예로 들지 않아도 얼마든지 상상 가능하고 또 근거도 많은 이야기니까.
그렇지만 뒤이어 나오는 이야기들은 보다 관심이 갔다. 일제 시대에 친일의 대가로 한몫 챙겼던 인물들이 사실은 자산을 많이 날려 알거지가 되었다던지, 추하게 싸웠다던지의 이야기는 새로웠다.
거기에 예술가로서의 삶은 열심이었는지 모르지만 인격적으로 너무 결함이 많은 안기영의 얘기도 시사점이 많았다.
박인덕과 최영숙은 신여성이자 근대교육을 받은 사람일지라도 '여성'으로서 조선에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고되고 어려운 가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하였다. 그리고 그건 21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는 문제인지라 더 씁쓸했다.
앞의 살인 사건을 뺀다면 뒤의 내용들은 제법 재미 있었고 의미있었고, 생각할 여운도 많이 남겨주었다. 그럼에도 별 다섯을 후하게 줄 수 없는 것은 몇몇 싫은 점 때문인데, 일단 오타가 많다. 그리고 편집에 성의가 없다. 인용인지 작가의 말인지가 구분되어 있지 않고, 얘기를 하는 시점이 1인칭과 3인칭이 섞여 있다. 읽다 보면 이게 누가 하는 얘긴지 혼동이 올 만큼.
그리고 앞에서 얘기한 대로 자극적인 제목으로 독자를 낚으려고 한 느낌이 들어 어쩐지 좀 반칙처럼 보였다. 적어도 '인문학'을 얘기하는 사람으로서 말이다. ^^;;;
중간 부분까지 읽을 때만 해도 기꺼이 방출해야지... 했는데, 다 읽고 보니, 좋은 마음으로 나눠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다음 책도 눈여겨 볼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