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기는 읽지마세요, 선생님 우리문고 13
마가렛 피터슨 해딕스 지음, 정미영 옮김 / 우리교육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소개를 받았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보관함에 담겨 있었는데, 도서관에서 책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빌려왔는데, 그리고 또 한참을 읽지 않고 방치했다.  그리고 어제, 외출하는 길에 잠시 시간이 남을 것 같아 책을 펼쳤다. 

요새는, 책을 보다가, 드라마를 보다가, 영화를 보다가, 순간순간 눈물이 와락 솟을 때가 많다.  한동안은, 어떤 '작품'을 보면서 울어보질 못해 나 왜 이렇게 메말랐지? 하고 스스로 의아해하기도 했는데, 요새는 그 반대가 되고 말았다.

제목에서 아이는, 이 일기를 읽지 말라고 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일기 쓰기 숙제를 내주셨고, 읽히지 않기를 원한다면 다만 썼다는 것만 확인하겠노라고 약속했다.

주인공 티시는 가정 환경이 평탄치 않다.  아버지는 자주 어머니를 때렸고, 직장을 여러 차례 옮겼고, 그리고 집에 돌아오지 않은 지 2년 째다.  엄마는 티시가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는 용돈 한번 준 적이 없고, 늘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면서 아버지를 기다릴 뿐이고, 원망과 불평이 많으며 아이들을 돌보지 않는다.  어린 동생 매트는 8살에 불과하고, 다부지지 못한 성격에 울보쟁이다.  티시는 버거보이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동생을 돌보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매번 일기장에다가 "읽지마세요, 던프리 선생님" 라고 못을 박으며 써내려가고, 가끔 선생님의 요청에 의해 "이 일기는 읽어도 되어요."라고 제목에 달아보지만, 그때는 마음에 없는 '보여주기'식 일기를 쓸 뿐이다.

일하는 곳에서는 매니저가 치근덕 거리고, 학교 친구들에게도 속내를 다 보여주진 못한다.  동생은 갓난 아이마냥 손이 많이 가고, 엄마는 여전히 어른 구실을 못한다.  어느날 아버지가 돌아왔지만 무책임한 기분파이며 그나마 펑펑 써댄 돈은 엄마의 카드로 지불될 것들이었다.

크리스마스를 기해서 아버지와 싸우게 되고, 집을 나간 아버지를 다시 엄마가 찾아 나가버리고, 집에는 동생과 둘만이 남는다.  당장 생활비가 없고 공공요금을 내지 못하고 집세도 내지 못해 쫓겨날 위기에 처하며 일하던 곳에서마저 해고당한다.

더 이상 자신의 힘으로는 손쓸 수 없게 되었을 때, 티시는 선생님께 제발 이 일기를 읽어달라고 한다.  내 말이 거짓말이 아님을, 이 일기를 말해줄거라고 티시는 간절하게 믿고 있다.

선생님의 도움으로 완벽한 해결은 아니어도, 적어도 최악의 순간은 모면한다.  엄마를 다시 만났고, 엄마와 함께 가족 모두가 재활 치료를 받게 된다.

난 이 어린 아이가 무리한 책임을 지고 힘들게 지내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 무책임한 그들 부모가 참으로 미웠는데, 어머니조차 경계성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참 안되어 보였다.

어른이라고 다 어른이 아니라는 게 안타깝고, 아이가 아이답게 지내지 못하고 어른 이상의 책임을 지며 힘들게 사는 모습도 안되어 보였다.

열다섯의 티시는 여덟살 동생 매트를 자식처럼 돌보는데, 형만한 아우 없다는 옛 어른들 말씀이 새삼 진실로 느껴졌다.  더불어 내 가족들 생각도 하게 되고...

아무리 애어른이라지만, 열다섯 아이는 열 다섯일 뿐이다.  이 책에는 그 아이가 어른들을 보는 관점과, 부모를 보는 시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아이를 돕고 싶어하는 선생님의 열정도 아름다웠고, 일기를 끝내 읽지 않고 허락이 떨어진 다음에야 읽게 된 그 인내심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물론, 이 책은 소설이지만...)

간절히 누군가 손을 내밀 때,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적극적으로 손을 잡아줄 수 있는 마음, 그리고 도움되어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사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가능했으면 한다. 그렇게 노력하기를 바란다.  누구도 아닌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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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9-28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럴수 있을까요??
요즘 일기는 검사 받기 위한 일기이어서 검사 안 하는 학교가 많다고 하던데요..
참..뭐가 소중한 건지를 모르고 키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저도 이 책 한번 봐야겠어요..^^&

마노아 2006-09-29 0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객이 전도된 것이 참 많죠. 안타까워요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