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름은 익히 들어왔지만, 그의 작품을 접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와의 첫만남으로 어떤 책을 볼 것인가 나름 고심했었다.

고심은 했지만, 가장 최근 작품으로, 그리고 가장 얇은 책으로 골랐다는 게 나의 한계라면 한계지만, 아무튼 보통과의 만남은 그렇게 열렸다.  그 날은 쿠폰을 쓸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고, 나는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책으로 냉큼 주문했었다.

도착한 책은 이뻤다.  8500원 정가인데, 나의 실 구입 금액은 대략 4.500원 정도였고, 이쁘장한 책에 보통이라는 유명한 이름까지 얹어서 나는 꽤 설레이기도 했다.  그래서 더 궁금했던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제쳐두고 이 책을 먼저 펼쳤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진도가 빨리 나가지 않았다.  잡다한 주변 사정이 있기도 했지만 책이 나를 잡아 끄는 매력이 생각만큼 깊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읽다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먼저 보았다.

그리고 그 책을 다 보았으니, 다시금 이 책으로 돌아왔는데, 책이 얇으니 아주 오래 걸린 것은 아니지만 기대치보다 느린 독서가 되어버렸다.  이유가 뭐냐고?  재미가 없었으니까 그렇지..ㅡ.ㅡ;;;;

몇 가지 놀란 점이 있다.  작가가 내가 짐작했던 것보다 젊다는 사실.  와우, 젊은 나이에 엄청 유명해졌네... 라며 감탄 한마디 했다.

아마도 이 책이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집이었기 때문에 나랑 잘 안 맞는 것일 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수필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아주 잘써진 수필들도 있지만, 보통은 그 사람의 잡다한 신변이야기, 그 사람만의 특별한 깨달음을 왜 내가 굳이 읽고 공감해 주어야 하는가... 라는 딴지부터 생기기 때문이다. 

소설책은 다르다.  그건 허구니까.  작가의 생각에 동의는 못해도 그냥 '이야기'로 치부하면 되는데, 에세이는 때로 화가날 때가 있다.  아니 별로 대수롭지도 않은 이 이야기를 왜 전 세계 사람들이 읽고 있을까...라는 한숨.

물론, 그의 팬이 많고, 그의 작품에 열광하는 팬들이 있을 터이니, 나의 이 고약한 평가는 너무 잔인할 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궁합이 안 맞았다는 소리.  사실 난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이 가장 궁금했었으니까.(읽어보지 못했으니 그 작품이 어떨 지는 모르겠다.  난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에세이인가???)

이 책은 지극히 평범했다.  '희극'같은 내용은 고개 주억거리며 공감도 하고 괜찮네... 하고 중얼거리기도 하지만, 몇몇 작품들은 이게 뭐야.ㅡ.ㅡ;;; 라는 표정이 되기 일쑤였다.  그림을 소재로 한 내용들은 해당 화가의 작품을 알지 못하니 '검색'이라는 작업이 필요하거나, 아니면 무시하고 그냥 읽기라는 작업(?)이 필요했다.  안 그래도 불만이 많았는데 뭐 이렇게 귀찮게 해?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고 말았다.

나의 결론은, 이 책은 보통의 팬들에게 어울릴 책이다.  이미 그의 스타일을 알고, 그 스타일을 즐기며 볼 수 있는 사람이 이 책을 재밌게 소화할 듯 하다.  나같은 독자는, 영 찜찜한 기분을 가지며, 내가 갖고 있기도 그렇고, 선물로 줘도 별로 안 기뻐할 것 같다는 계산을 하며 '표지만 예쁜' 이 책을 난감하게 바라보아야 하니까.

덧글, 중간 중간 유명한 명언이나 격언들이 등장하는데, 그 문장들은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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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채 2006-09-13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씨 책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해보셨다면 그런 생각 충분히 들 것 같기도 해요.
저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으면서 무릎을 쳤고 <여행의 기술>을 읽으면서 완전 반했으며, (그렇다고 저 역시 빠른 속도로 읽진 못했습니다. 보통씨 책은 음미하면서 사색하면서 읽는 맛이 있지요^^) 그 이후로 그가 쓴 책은 다 읽어봤는데, <키스하기 전에 하는 말들>빼고는 별5개중 별4개 이상 이었습니다.
마노아 님과 보통씨의 첫 만남이 좀 핀트가 안맞긴했지만, 소개팅을 해도 3번은 만나야 그 사람이 나랑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론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꼭 읽어보셨음 합니다.
그리고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은 제목때문에 소설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은데, 원제 <철학의 위안>정도로 해석되는 제목으로 나왔구요. 우리가 고리타분하게 생각하는 철학을 통해 삶의 위안을 얻는 방법들을 재미있는 구성방식을 통해 쓰여져 있습니다. <불안>이라는 책과도 괘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불안>역시 불안에서 벗어나는 방법들을 병렬적 형식으로 서술되어 있거든요. ^^

마노아 2006-09-13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제 결론이 보통의 팬들에게 매력적일 것 같다는 거였죠. ^^ 궁합이 안 맞았어요. 다른 책을 먼저 보았더라면 이 책도 즐겁게 보았을 텐데요. 추천하는 책은 읽어볼게요. 저도 이렇게 쫑내기엔 뭔가 찜찜했거든요. 감사해요^^

달빛푸른고개 2006-09-27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개 책을 읽고 리뷰 쓰기(자신의 궤적에 대한 기록이라 의미가 있긴 하지만, 적잖은 공력이 필요할 땐 '이 시간에 다른 책 읽지' 라고 생각하는 갈등도 있겠죠) 시점에 괜히 남들 글을 읽어보는 경우는, 내 판단을 객관화시켜보자는 생각이겠죠.(말이 길다) 그저 죽 읽어보는데 '보통'의 한계는 아닐지라도 이 '책'에 대해서는 가장 공감하는 리뷰였습니다.

마노아 2006-09-27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식(?)으로 리뷰를 쓰려고 하지만, 간혹 날림으로 리뷰 쓸 때도 꽤 있었는데 순간 뜨끔했습니다. 더 열심히 써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2006-09-27 0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6-09-27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속삭이신 님^^ 방금 님 서재에서 놀고 있었어요~ 굿나잇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