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
김탁환 지음 / 동방미디어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김탁환씨의 소설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크게 좋지도 않다.  새 작품이 나오면 일단 눈여겨 본다.  그리고 언제가 읽게 된다.  그렇지만 나오자마자 진한 흥분과 감동, 그리고 기대를 주지는 않는다.  그렇게 된 책임에는 이 책이 차지한 비중이 크다.

일단 제목에서부터 점수를 따먹고 들어갔고, 도입 부분의 내용도 꽤 재밌었다.  방각본을 다룬 내용을 먼저 본 나는 '필사본'을 소재로 한 이 책이 연작처럼 느껴졌고, 내용의 연결 고리는 없지만 조선 시대의 문화사를 들여다보는 것 같아서 꽤 흥미로웠다.

그렇지만 이 책은 방각본과 마찬가지의 실수를 범했으니, 뒷심이 너무 약하다는 게 문제다.

백능파가 본색을 드러내는 장면과, 제 꾀에 제가 넘어가 스스로를 다치게 한 것, 그리고 중전 장씨가 사씨남정기를 찾았지만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이라는 책이 넘어간 것.  모독이 평생을 유랑하며 살게 되는 것 등등은 싸잡아 한 챕터에 담아놓았으니, 시청률이 나오지 않아 조기 종영되는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현학적인 냄새가 몹시 짙었는데, 그 정도야 배우는 입장이라 생각하고 애교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그도 실수하고 넘어갈 때가 있으니, 우리가 장희빈이라고 부르는 그녀 장옥정을, 남의 집에서 일하며 힘겹게 살았던 유년시절을 그렸다는 것이다.  장옥정의 집안은 중인 가문으로 당대의 갑부 집안이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여종 출신으로 종모법을 따른다 하더라도 그녀의 신분은 종의 신세를 면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나, 그녀가 가난하게 살았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서포 김만중을 선비 중의 선비로 고아한 모습으로 그려내었는데, 글쎄... 정치가 김만중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상당히 미화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나 역시 다른 책을 참고해 본 다음에 안 일이지만...;;;;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게 만든 김탁환이었지만 그럼에도 작가 김탁환의 새 작품을 또 기다리게 하는 것은 그만의 독특한 매력이라 할 수 있겠다.  매번 욕하지만 또 매번 보고 마는 나.  뭐, 우리의 관계도 나쁘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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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6-09-10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번 욕하지만 매번 보는 작가라니. 묘한 중독성일까요? ^^(저도 김탁환은 별로예요)

마노아 2006-09-10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요상한 중독성이라니까요. 그런 작가가 또 있어요. 아멜리 노통브.;;;;;

이매지 2006-09-10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에쿠니 가오리요^^; 정말 요새는 노통브도 시무룩해져버렸어요. 한때는 정말 열광(?)했었는데 계속 보다보니까 식상해지는 느낌.

마노아 2006-09-10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통브는 이제 신기할 뿐이에요^^ 에쿠니 가오리는 몇 개 안 읽었는데, 그러고 보니 제가 읽은 것도 시원찮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