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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빌에서 만나요 2
유시진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유시진의 작품은 늘 특이했다. 이번 작품은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는...... 어쩌구 하는 얘기를 했지만 이번 역시 결코 평범하지 않다.
과거 처용설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판타지 "마니"도 그랬고, 이 세계를 닫아 모든 기억과 인연을 끊어버리는 "폐쇄자"도 범상치 않았다. 그밖에 데뷔작도 그랬고 모두들 조금씩 독특한 사람들과 이야기가 전개되었는데, 매번 난 그녀의 정신 세계가 궁금했다. 이건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아멜리 노통브하고는 다른 궁금함이다. 성장과정이 남달랐을까? 그녀의 혈액형은 무엇일까? 좋아하는 음식은??? 뭐 이런 잡다한 질문들이 꼬리를 물 정도로 신기하고 신기하게 느껴진다.
이번에는 사이언 사이비 쌍둥이들의 '근원'에 대한 약간의 실마리를 던져주었다. 5억 년 전 이야기가 나올 때 뜨억!했으니, 언뜻 "우주전쟁"에서의 그 박테리아??(하여간 지구를 구하는 마지막 .... 뭐더라? ㅡ.ㅡ;;;)가 떠올랐는데, 이야기를 다 보여준 게 아니어서 여전히 호기심만 잔뜩 충전된 상태다.
이번에는 특히 "사이비"의 표정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활짝 웃는 그 표정에는 가식도 없고 계산도 없고, 그저 본능에 충실하여 덥석! 덤비는 얼굴인데, 사실 많은 경우에 우린 본능에 충실하기가 너무 어려운 세상을 산다. 적당히 예의를 차려야 하며 내숭도 떨고, 맘에 없는 소리도 하고... 하여간 그런 우리들인데,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표정에 드러내며 활짝 웃는 그녀의 얼굴이 너무 마음에 든다. 그녀가 외계인(?)이어서 가능한 것이라고 말하기는 왠지 심심하다.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늘 유쾌하게 사는 모습은 하나의 동경으로 다가온다.
이번 이야기에선 도윤이의 엄마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 물론 세상 모든 엄마가 모성으로 똘똘 뭉쳐서 아이 위해 목숨 걸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차가운 엄마의 모습을 보는 것은 절대로 유쾌하지 않다. 뭐랄까. 세상 모두가 적이 된다 해도 단 한 사람 내 편이 되어줄 것 같은 아군에게 배신 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말이다.
아이가 엄마의 무심한 한마디에 상처 받고, 그것을 되새기며 두고두고 떠올린다고 생각하니 정말 말 조심해야겠다는 각오도 재차 해야 했다...;;; 진짜 아 다르고 어 다른 게 우리 말이니까.(뭐 외국어도 마찬가지겠지?)
4권은 아직 주문도 못했으니, 3권은 아껴봐야겠다. 유시진 작가는 요새 뭐하실까나? 어여 새 작품 쓰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