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고분 전시회를 다녀왔다.   내가 짐작했던 것보다는 규모가 훨씬 작았는데, 작은 규모를 '센스' 있게 활용한 지혜가 엿보였다.

느낌 탓일까?  과거에 보아왔던 전시회 때 보다 어쩐지 유적의 상태가 나빠보였다.  더 최근에 찍은 사진이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이러다가 우리 다음 세대에는 그림의 형태조차 못 알아보는 게 아닐지 걱정이었다.

역사박물관은 관람료가 무지 싸기 때문에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잘 차려놓았고, 주변에 잔디 밭에서 사진 찍거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준비되어 있다.(사진 동호회가 모델 섭외해서 사진 찍는 것을 목격했다.)

또 고구려 복장을 입어보고 사진 찍을 수 있게 홀에 의상이 준비되어 있고, 전통 복장은 얼굴만 구멍에 대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놨는데, 어린 아이들이 그 속에 들어가 고개를 쑥 내미니, 가발이랑 옷이랑 너무 잘 어울리는 것이다!(세상에, 그 의상의 절반의 키를 가진 아이들에게 말이다!)

그밖에 상설 전시장을 가보면 만져볼 수 있게 해놓은 유물들이 많은데, 만져 보면 모니터에 설명이 나오고, 서울의 지도를 퍼즐로 직접 맞춰볼 수 있게 한 것도 재치있었다.(시간도 잴 수 있다.)  해보고 싶었는데, 앞에 여자가 너무 못 맞춰서 기다리다가 그냥 왔다.ㅡ.ㅡ;;;;

아무래도 최근 '바람의 나라'에 열광한 탓에 '사신도'에 관심이 많이 갔는데, '좌청룡 우백호'라고 아무리 일러주어도 동행한 친구가 둘을 거꾸로 얘기하는 것이다.  물론 그림상 청룡과 백호는 많이 닮아 있다.  그래서 그림으로 구분하긴 좀 힘들고, 방향으로 알아보라고 말해줘도 극구 아니라고 우긴다.ㅡ.ㅡ;;;;;

요새 주몽을 열심히 보고 있다는 친구도 제법 재밌게 전시회를 본 것 같다.  해 속의 세발 까마귀와 달 속의 두꺼비를 보고서 엄청 기뻐하는 모습을 봄..^^;;;

몇몇 설명에서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고 느껴진 부분이 몇 개 있었는데, 내가 진짜라고 믿고 있는 부분이 '비주류'인 까닭에 어디다가도 딴지를  걸 수가 없다. (그냥 오타 수준이 아니니까.  예전에 갔던 전시회는 설명에 오타가 엄청 많았다.ㅡ.ㅡ;;;)

그리고 이건 좀 다른 문제인데, 전시관에서 관람 방향이 보통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진행하는 게 보통인데(동양에선) 그 반대로 구조물을 설치해놨다.   그림 전시회가 아니긴 했지만 난 그래도 불만이었다.ㅡ.ㅡ;;;;

친구는 따로 약속이 더 있다고 해서 헤어지고 문화공간 "정원"을 찾기 위해 좀 헤맸다..;;;;

딸기님 여동생분이 운영하는 카페라고 들었는데, 지도를 출력해 왔지만, 길치인 나로서는 큰 도움이 되질 않는...;;;

역사박물관에서 성곡박물관으로 길을 잡았는데, 그 성곡박물관에서 "존버닝햄" 특별 전시회가 있었다.

아뿔싸.  내가 도착한 시간이 폐장시간이었다.ㅡ.ㅡ;;;;

하여간 카페를 찾아야겠는데 지도상으론 내가 지나쳐온 셈이었고, 오면서는 보지 못했고, 별 수 없이 여러 사람 붙잡고 물어봤건만 다들 엉뚱한 방향을 가르쳐주거나 모르쇠였다.

결국, 근처 카페에 들어가, 이 카페 아냐고 물었다...;;;;;

다행히!  그곳 알바생이 가르쳐주었다. 만쉐이~!

내가 지나쳐온 샛길이 나의 목적지였다.  이정표가 영어로 써 있어서 못 보고 지나친 것.(ㅡㅡ;;)

하여간 그렇게 해서 드디어 찾았다!

노천 카페였는데, 미술관을 끼고 있어서 그림 보고 온 사람이 차마시기에 좋은 곳이었다.

한시간 내에 일어서야 했던, 그리고 너무 오래 걸어 지쳐있던 나는, 미술관까지는 가보지 못하고 레모네이드 한잔을 주문했다.  목마른 탓이었는지, 원래 맛이 좋은 것인지 너무 달게, 시원하게 마셨다. 얼음까지!

그리고 한시간 가까이 책 보다가 일어섰다.  사실, 어느 분일까... 물어보고도 싶었지만,

"딸기님 여동생 되세요?"라고 물을 수도 없고,

"딸기님 소개로 왔는데..."라고 할 수도 없고.ㅡ.ㅡ;;;;

그래서 기념 삼아 냅킨 위에 "딸기님, 마노아 다녀갑니다~"라고 적어놓고 나왔다.

왠지 뒷머리가 후끈후끈했다.  다음엔 헤매지 않으려고 길도 열심히 눈여겨보며 나왔다.

확실히 우리 가게에서 가까웠다.  오늘 하루 즐거웠어~!라고 외쳤건만, 가게에 도착하니 노가다가 기다리고 있더라...;;;;;

하여간, 다음에 레모네이드 또 마셔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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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04 0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6-09-04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속삭이신 님^^;;; 별로 그런 편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관심은 더 가는 거겠죠^^;; 님도 한주 새롭게, 활기차게, 예쁘게 보내셔요^^ 이틀간 서재질을 좀 못했네요. 곧 놀러갈게요^^

딸기 2006-09-04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그때 제동생은 없었나봐요. 메모 남겨놓으신 거 보고 제게 연락을 했더군요.
고맙습니다. 다음엔 우리 거기서 꼭 차 같이 마셔요. :)

마노아 2006-09-04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어보면 될 것도 같았는데 소심하여서 그냥 메모 남겨두고 왔답니다....ㆀ 담엔 진짜 같이 차 마셔요. 분위기 너무 좋았어요^^

세실 2006-09-04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가보고 싶네요~~~ 고구려 고분 전시회. 고구려의 씩씩한 기상 느끼고 오셨나요? 그러고보니 오늘 주몽 하는 날이네요~~
호 편안한 카페에서의 책 읽기라 멋져요~

마노아 2006-09-04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구려의 씩씩한 기상... 까지는 어려웠구요. 그냥 그 시대의 '문화' 조금 들여다 보기 정도요^^ 제가 고구려 전시회 여러 군데 가봤는데, 그 중에서 볼거리는 사실 제일 적었어요. 그래도 보고 오면 남는 게 있거든요. 게다가 저렴한 관람료...(700원) 보통 만원 정도 했었거든요^^;;; 카페에서 책보면서 차마시기... 아, 그림 같았어요. 인물이 그림이 아니어서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