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 초반 나의 가오(?)는 커피에 중독되지 않으리란 결심을 지키는 거였다.
내 주변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이 아침에 눈 뜨자마자 커피를 찾았고, 매 식사 시간 후 꼭 커피를 찾았고, 심할 경우 하루 일곱잔씩 마시는 사람도 봤다. 그 중독성이 무섭고, 모두가 중독되는 것 같아 나만은 중독되지 않으리! 뭐 이런 쓸데 없는 다짐을 했었다.
그 다짐은 비교적 꽤 잘 지켜졌다. 커피를 전혀 안 먹는 것은 아니었지만 굳이 챙겨 마시지 않았고, 카페를 간다고 해도 내 메뉴는 여름엔 아이스 코코아나 파르페, 겨울엔 뜨거운 코코아나 우유였다.(심지어 그런 데서 우유 먹었다고 날 비웃는 후배 녀석도 있었다. 아니 우유가 어때서.ㅡ.ㅡ;;;;)
그랬었는데, 내게 커피 중독의 기미가 생긴 것은 재작년 여름이었다. 같은 과의 샘 한분이 허리 디스크로 병가를 내시는 바람에 그쪽 수업을 나눠 맡게 되었는데 주당 26시간이라는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었다. 어떤 날은 수업계의 착오로 시간표가 잘못 나와서 하루 7시간 수업 중에 7시간이 다 들어간 적이 있었다. 기절하는 줄 알았다. 실제로 그 여름엔 보약까지 지어먹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하여간 그때 수업 끝나고 돌아오면 커피부터 찾았다. 날 더우니 아이스 커피! 그게 카페인의 효과인지, 그 커피를 한잔 마시고 나면 피곤이 싹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가시는 기분이었다.
그때부터, 여름엔 아이스 커피 마시는 낙이 생겨버렸다. '커피'가 땡기는 게 아니고 '아이스' 커피가 땡기는 것. 지금도 겨울엔 아주 추울 경우 때고는 그닥 커피를 마시진 않는다. 그냥 따뜻한 거면 다 괜찮다.
제목이 왜 저렇게 되었는가를 얘기하는 데에 엄청 오래 걸려버렸다^^;;;
수퍼에 갔는데, 맥스웰 하우스는 20개 들이 한상자에 2700원이었고,
그밖에 테이스터스 초이스나 맥심은 10개 들이 한 상자에 2400원이었다.
비주얼에서 테이스터스 초이스의 화려함이 눈을 사로잡았지만, 질보다 양이므로...;;;; 맥스웰 하우스를 들고 나왔다.
뭐, 어차피 차가운 맛에 마시는 건데 뭐~ 라는 합리화와 함께.
집에 와서 엄마랑 한잔씩 타서 마셨다. 오늘 점심 때 먹은 그 맛이 아니다. 확실히 땀 흘리거나 뭔가 지쳐있을 때 마셔야 그 효과가 나타나나 보다. 현재 괜히 배만 부르다ㅡ.ㅡ;;;;
입맛이 완전 어린애라서 쓴 것 못 먹고 매운 것 못 먹는 나는, 설탕 프림 없이 블랙으로 커피 마시는 사람들이 너무 신기하다. 난 원두도 쓰던데....;;;;;
그래서 스타벅스를 가게 되면 내가 찾는 메뉴는 "캬라멜 프라푸치노"
보기에도 엄청난 칼로리를 자랑하는 그걸 먹는 날 보고 친구가 걱정스레 충고를 해줬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인데, 칼로리가 없는 원두 커피에 맛을 들이는 것은 어떻게니?"
음... 친구, 그게 맘처럼 쉽지가 않더라구. 원두 마실 바엔 난 커피 금식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