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급한 목소리로 전화했다. 빨리 달력을 보란다.
나-왜?
친구-날짜 좀 확인해 줘.
나-언제?
친구-음력 8월 7일이 언제야? 동생 생일이거든.
나-음력이라면... 음... 9월 28일이네.
친구가 큰 발견을 한 것처럼 소리 지른다.
친구-니네 집 달력도 잘못 됐다!
나-엉??? 뭐가 잘못 돼????
친구-7월이 두번 있잖아!
나-.........;;;;;;;
친구-달력이 몽땅 이상해!!
............................
윤 7월이 끼어 있다고... 설명해주고 전화 끊었다. 무슨 큰일난 줄 알고 놀랐구만..ㅡ.ㅡ.;;;
음력도 세는 게 좀 까다롭고, 거기에 윤달이 끼어 있음 더 까다로워지지만....
내 기억에 윤달을 인식하게 된 것은, 사도세자 공부하다가였던 것 같다. 그가 윤 5월에 죽었기에 기억이 난다. 가엾은 것...ㅠ.ㅠ
그건 그렇고 막내 동생이라면 이제 스물 둘, 셋??? 아니, 젊은 애들이 왜 음력 생일을 쓸까나??? 번거롭지 않나?
내 생일은 12월 초인데, 학교 다닐 적에는 언제나 기말고사 시험 기간에 걸려버려 생일 맛을 보기가 어려웠다.
대학 때 동양사 강독을 들었을 때가 최악이었는데, 이 과목이 마의 과목인지라, 시험 전날 밤, 우리 과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단체로 밤샘 공부를 했던 날이었는데, 그날이 내 생일이었단 말이쥐..;;;;
내 경우 휴학을 오래 했기에 같은 과 학생들보다 나이가 많았고, 그나마도 전과를 해버린 탓에 같이 지낸 시간이 별로 없다. 한마디로 외로웠단 얘기지... 결국 그날 혼자 밥 먹고, 밤샘 공부하느라 폐인모드가 되었던 기억이 난다.
다음날, 내 생일이었던 것을 안 후배녀석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시험기간이 아니었음 과 친구들이 파티해줬을 거라고...
이봐.. 이미 지났잖아. 하나도 위로 안 되거든...;;;;
그 다음해에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법정 싸움에 휘말려, 억울한 재판에 다녀와야 했다. 억울한 벌금과 함께. 그 날이 내 생일 전날이었는데, 그래서 생일 날은 엄청시리 분위기 안 좋았다. 미역국??? 밥도 못 챙겨 먹었다.ㅡ.ㅡ;;;;
그렇게 몇 해 동안 미역국 먹기가 참 어려웠는데, 왜 미역국 안해줬냐고 물으니, 한 해는 "네가 안 좋아하는 것 같아서..."란 대답을 들었고, 또 한해는 "먹던 국이 많이 남아서 다 먹고 하려고"란 대답이 돌아왔다.
체체... 너무하잖아...;;;;
작년엔 베스트 프랜드가 내 생일 이틀 전에 친언니가 결혼을 했는데, 그 분주함에 내 생일을 홀랑 까먹었다. 친구, 난 아직도 맘 아프게 기억한다고....;;;; 이미 결혼한지 오래인 친구는 애가 둘인데, 종종 생일을 잘 까먹어서 며칠 지난 다음에 "미안~"하면서 전화하기 일쑤였다. 작년처럼 완전히 까먹은 것은 처음.
아니, 윤달 얘기하다가 왜 생일 얘기가 나왔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