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한 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 - 비전향 장기수 허영철의 말과 삶
허영철 지음 / 보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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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이렇게 말했어. 소련이 붕괴되었다고 사회주의가 지상에서 소멸한 것은 아니다. 크게 보자면 역사는 과정이지 완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일직선으로 진행되는 것도 아니며, 때로는 후퇴도 하고 때로는 우회도 하면서 총체적으로 전진해 가는 것이다. 사회주의 이전에 자본주의도 1789년 프랑스 대혁명 뒤에 몇 번이고 퇴보와 전진을 계속하다가, 1871년 꼬뮨 이후에야 비로소 부르주아의 승리를 확인하지 않았는가. 소련이 붕괴되고 사회주의가 일시 퇴보했어도 반드시 좀 더 나은 사회주의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새로운 사회주의의 전형이 나와야 할 때이다......

나는 그렇게 내 견해를 피력했어. 그리고 또한 그때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도 강조했지. 그것 말고는 해명할 방법이 없었어. 제도를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그것을 운영하는 것도 사람이야.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해도 운영을 잘못하면 잘못될 수도 있는 것이겠지. 소비에트가 그런 것처럼.-351쪽

생활이 여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에요. 북이 어렵다는 것은 굳이 평양까지 가지 않아도 여기 앉아서도 알잖아요. 그렇게 만든 것은 미국의 탓이 가장 크지만요.
사회주의 경제 체제는 무너지고, 미국의 경제 압력은 거세지고, 거기다 자연재해까지 계속 이어졌지요. 그래도 그 힘든 것 다 극복하면서 이만큼 이뤄 냈잖아요. 자존심 잃지 않고, 자긍심 버리지 않고.
비록 지금 생활이 조금 어려워 보여도 미래를 보면 더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분명 보여요.
그게 진짜 잘 사는 것 아닌가요? 오히려 내가 보기에는, 자본주의에 더 희망이 없어요.


사회주의 붕괴 뒤에 자본주의 사회에 생긴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인지 아세요? 바로 대량 해고예요.
사회주의가 존재할 때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함부로 대량 해고를 하지 못했어요.
소비에트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제국주의자들은 위기를 느꼈어요.
다르게 말하면 소비에트의 존재가 노동자들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는 거지요.
노동자들이 실제로 의식하든 안 하든 생존이 위기에 처하고 힘이 들게 되면 자본주의 바깥 세상으로 주의를 돌리게 될 것이고,
그러면 성난 노동자들이 소비에트처럼 지배자에게 항거하게 될 게 아니겠어요?
그러니 오늘날과 같이 노동자들을 핍박하지 못했던 거죠.
그런데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나니까 이제는 경영 쇄신을 이유로 대량 해고가 가능해졌거든요.
자본주의 사회는 무엇보다도 이윤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그렇게 되는 거예요.
그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미래는 정말 불투명해요.-3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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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8-10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다 읽으셨어요? 전 한 50%정도.. 현대사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어서 아주 마음에 들어요

마노아 2006-08-10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주가 걸렸는지 몰라요ㅠ.ㅠ 다 읽으니 속 시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