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을 넘기고 3분 뒤, 창밖에서 펑 소리가 나며 집안의 모든 전기가 꺼져버렸다.
비가 오고 있었던지라 그 소리가 번개 치는 소린가 했다.
나보더 더 도로 가까이에 있던 언니는 그 소리가 봉고차가 집 벽을 박은 소리라 착각했다.
차단기는 모두 그대로였는데 전기는 흐르지 않았다.
우리집도, 그 아랫집도, 주변 옆집도.
우리 집은 전기를 켜도 무지 추운 집인데, 보일러 안 돌아가고 전기장판 불 안 들어올 때의 한밤중이란 끔찍했다.
게다가 연휴의 시작 날이 아닌가!
하필 형부는 출장 중이었다.
아랫집 곱창 사장님은 냉장고 걱정에 발을 굴리셨다.
잠들어 있던 형부와 언니가 통화를 했다.
아마도 전봇대 컨덴서가 나갔을 거라고, 한전에 전화하라고 했다. 이 시간에도 전화 받는다고.
123으로 전화 걸었다.
전기가 나갔다고 하니 대뜸 내가 사는 동네 이름을 대며 맞냐고 묻는다.
누군가 이미 신고를 한 것이다. 이 일대가 모두 전기가 나갔다 한다.
컨덴서 문제냐고 하니 맞다고 한다.(근데 컨덴서가 뭔지 나는 모름....;;;;)
이미 수리하러 출발했으니까 기다려 달라고.
얼마나 다행인가. 이 오밤중에 비오는 날씨에도 출동하러 와주고.
동시에, 전기가 끊기는 순간의 재앙이 얼마나 아찔한지 새삼 깨달았다.
진심, 추웠다.
전기가 복구된 건 2시 3분이었다.
전날 잠을 잘 못 자서 무지 피곤했는데, 전기 들어오는 것 기다리느라 잘 수가 없었다.
덕분에 오래도록 완독하지 못했던 핑거스미스를 다 읽었다. 대체 몇 달 걸려 읽은 것인가....;;;;;
평촌 사는 언니네 집에 가는 동안 또 다른 언니가 보내준 메시지.
아, 버스 안에서 진심 크게 웃었다.
때가 때인만큼 며느리 전시리즈가 나올 타이밍! 속도 없이 나는 재밌구나!
내일은 설날! 대놓고 한복 입기 딱 좋은 날! 조카도 한복 입는 날! 사진 많이 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