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끝나고 나서야 이 드라마를 조금씩 보기 시작했다. 오늘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는데 참 여운이 오래 남는다.

원래 노희경 드라마에는 사람 냄새가 많이 났던 거라고,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고 여기지만, 그래도 남다른 것들이 있었다. 뭐랄까. 조금 더 담담해진 기분? 캐릭터의 처한 현실은 더 기막히고 가혹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캐릭터 자신들이 변했달까.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상처를 안고 산다.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들의 상처는 보통 이상의 고통을 수반하고 있었고, 대부분 현재의 삶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었다.

영숙(배종옥)은 병든 어머니를 죽도록 방치한 과거가 있었고, 학벌을 속였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버림 받고 아이들에게 무시를 당했다. 남편은 외도를 하였고, 그 사실을 알아차린 영숙이 먼저 이혼을 통고한다.  홀로서기를 시작한 그녀는 세상과 이웃에게 소통을 시도하고, 그녀의 진정성은 받아들여져 그녀는 마음 속 짐으로부터 어느 정도 구원을 받는다.  비록 여전히 외국에 나가 있는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지만 적어도 전화 속 아들 딸의 목소리는 전처럼 엄마를 비웃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캐릭터다. 거침 없는 말솜씨며 쿨한 느낌, 때로 푼수끼도 보이지만 그래도 가장 속깊은 모습을 보여주던 어머니이면서 딸이고 이웃이고 언니인 배종옥. 노희경 작가가 왜 그녀를 아끼는지 알 것 같다. 어떤 역할을 주어도 그 역을 충실히 입어낼 수 있는 그녀만의 스타일은 충분히 매력적이니까.



가장 안쓰러웠던 캐릭터는 지안(이한)이다. 차갑고 독하고 이지적으로 보였던 그지만, 너무 곪은 그의 상처는 그에게 손 내미는 사람의 호의마저도 배신하게 만든다. 그가 지적한 대로 그의 집의 문제는 단순히 수술비만 가지고는 해결되지 않는다.  장애를 가진 가족들, 지독한 가난, 헤어날 수 없는 그의 굴레는 사회적인 문제이며 현대인의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그는 끝까지 이기적일 수밖에 없었고, 여전히 자신을 이해해 달라고 투정만 부리고 말았다.  리비아에서 새롭게 시작될 그의 삶은 이보다는 훨씬 밝아질 거라고 기대하게 만들면서 그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호철(이재룡)은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를 어머니가 농약을 먹여 죽이고 본인도 자살한 과거를 갖고 있다. 보육원에서 자라고 현재는 조폭이 되어 있는 그는, 누구에게도 부탁 따위는 하지 않고 붙잡지도 애걸하지도 않는다. 어려서 그토록 애원할 때 들어주지 않던 모진 아버지 생각에, 이후 누구에게도 부탁 따윈 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그래서 사랑이 떠나갈 때도 그는 붙잡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쓴다. 결국, 사랑 앞에 무릎 꿇었지만, 그의 건달 캐릭터는 연민과 안타까움을 동반하면서도 시종 유쾌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서 배우 이재룡에게 다시 집중하게 만드는 힘도 가졌었다. 마지막에 미리(김민희)와 행복하게 되어서 무지 기뻤다.

민호(천정명)는 속이 깊은 사람이다. 어머니의 불륜으로 태어난 그는 세상에서 가장 사이가 좋았던 형으로부터 노상 얻어맞고 자랐고, 아버지는 늘 무시하고 폭언을 일삼았고, 친아버지를 잊지 못하는 어머니는 너무 이기적으로 보였다. 친구(지안)의 여자친구(수희-윤소이)를 사랑하게 되어 가슴앓이도 오래 한다.  그러나 그는 인내했고, 사랑을 쟁취했고, 또 아파하며 헤어졌지만 끝내 다시 만나게 된다.  마지막 그들의 에피소드는, 솔직히 평범한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먼 섬나라에서 그들의 해후를 보는 것은 매우 절절한 느낌마저 들어 드라마의 엔딩으로는 멋진 풍경을 연출해 주었다.  개인적인 느낌에 천정명은 목소리 톤과 표정 톤이 너무 굵어 아주 섬세한 느낌은 나오지 않았지만(오히려 이한은 몹시 섬세한 연기톤을 보여주었다) 그 캐릭터의 느낌을 매우 잘 살렸다고 할 수 있겠다.  백마디 말보다 한마디의 평범한 어조의 말이 더 느낌을 잘 전달했달까.  두 사람의 키스신은 제법 나온 편인데, 매번 참 아리고 절실한 느낌을 주었다.

미영할머니(나문희)는 말을 하지 않는다.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에 대한 보상과 속죄의 의미다. 폭력 남편을 피해 있다가 남편은 홧김에 불을 내어 죽어버렸고, 낳은 딸은 아니었지만 친모녀같았던 딸은 자신에 대한 복수의 심리로 삼십 년을 살면서 전과 5범이 되어 있었다.  딸의 유괴 범죄를 대신 뒤집어 쓰고 감옥에 들어가 있지만 그녀의 하루하루는 오히려 더 평안하고 안정적으로 되었다. 그녀는 여전히 잘 웃고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의 행복을 빌어주며 그 모습에 자신도 행복해 한다.  마지막 회에서 그녀가 "예쁘네"라고 한마디 하는 장면은 몹시 의미 심장했다.  그녀의 과거에 대한 속죄도 이제 끝이 보이는, 그녀가 해방되어지는 순간이었으니까.

나는, 이 작품의 가장 참맛은, 기존의 드라마들이 되풀이하며 강요했던 명제, 즉... 모든 문제의 해결은 '가족'이며 가족 안에 안길 때 인간은 참 행복과 자유를 얻는다.(스필버그의 작품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될 듯) 식의 타이틀을 강요하지 않았던 점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은 물론 우리의 마지막 보루일 수도 있지만, 가족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가족이 자신들에게 더 굴레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우리는 많은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다.

작가는 그 해결책을 '소통'으로 보여주었다.  서로의 감춰진 과거와 마음을 끄집어낼 때, 진심을 털어놓을 때, 가장 약하고 서러운 모습을 보여줄 때 그들은 위로를 받고 안정을 찾았다.  작품은 내내 카메라를 움직여 유리창에 비친 모습, 거울에 비친 모습, 창너머 보이는 모습 등,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두 캐릭터들을 한샷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여전히 '거리감'을 느끼게 해주는 표현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서로의 구원을 찾을 때에(미약한 방법이라 할지라도) 그들은 한 화면 안에 같이 담기어 웃고 있었다.  그들은 이제 두대의 카메라가 아닌 하나의 카메라로도 같은 공간에 쉴 수 있는 모습이 된 것이다.

그리고 제목처럼 굿바이 솔로가 된다. 작품에서 '솔로'란 단순히 애인이 없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모두가 알 테지? 그들의 굿바이 솔로가 아듀, 솔로가 되기를 나는 시청자로서, 팬으로서 바래본다.

우리의 현실 속에서도 소통의 단절이란 없었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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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6-05 0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드라마 꼭 보려고 애쓰며 봤어요..ㅠㅠ
정말 맘이 아프고 쓰렸어요..마음을 열면 이웃도 서로 가족인것을!!

마노아 2006-06-05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래오래 가슴에 남죠? 우리나라 갈수록 드라마 너무 잘 만드는 것 같아요(>_<) 노희경 작가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