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천무 1 - 애장판
김혜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처음 비천무를 만났을 때는 내가 아직 초등학생이었고, 작품은 완결도 나지 않았다.

중학생이 되었을 때 작품은 완결이 났고, 그때는 나보다 나이 많은 언니들과 이 작품의 우수성을 열심히 얘기했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이 책의 우수성을 전파(?)하느라 중간고사 하루 전을 몽땅 할애한 적도 있었고...;;;;

가장 친했던 친구가 생일 선물로 이 책을 준비해주기도 했고, 나는 꽤 여러 번 이 책의 내용을 드라마틱하게 입술로 옮겨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 책이 영화로 옮겨진 것을 알았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극장에 간 나는 울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이렇게 못 만든 영화가 있다니...ㅠ.ㅠ 돈 아까와서 눈물이 하염없이 나온...;;;

내가 보여주고도 욕 엄청 먹었었다. 이 작품의 원작을 보면 절대 그런 반응 나올 수 없다고 열렬히 변명해야 했었다ㅠ.ㅠ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은 진부할 수도 있는 스토리였다. 무협지나 무협 드라마에 흔히 나올 법한 설정들이 많기도 했다.

그러나, 흔하다고 해서 모두 싸잡아 별 볼일 없는 작품이 될 수는 없는 노릇.

작품은 역사만화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역사적 사실을 잘 부합시켰고, 무협의 상상력을 이용하여 역동성을 부여했고, 순정만화의 액기스를 모아 감동으로 도배를 하였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두보와 당나라 시인들의 멋드러진 글귀들은 작품에 고품성을 부여하기도 하였다.

먹물을 잔뜩 쓴 조금은 어두운 그림은, 취향에 따라 별로라 할 수도 있겠지만, 작품의 분위기를 고려해 보면 동양적 느낌이 잘 묻어나고 동시에 '한'의 정서를 잘 그려낸 수작  그림인 것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김혜린의 그림은 서양인에는 별로 안 어울리는 것으로 느껴진다. '테르미도르'가 그랬다..;;;;;)

원명 교체기가 배경이지만, 그 시절에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한 고려인의 이야기도 잘 그려주었고, 많이 슬프지만 그저 신파로만 끝난 것이 아니고 새로운 희망과 시작을 알려주었기에 나는 이 작품이 더 멋있다고 느낀다.

게다가 등장 인물 중에서 몇몇 조연 빼고는, 남자들이 하나같이 모두 멋진 인물들이다.(인물이 멋지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설리의 오라비 야훌라이가 몹시 인상적이었다.  정말 '칸'의 영광을 재현해낼 수 있는 그런 인물이 아닐까.

이 작품이 시리즈물로 다시 영화화했는데, 중국에서는 방영을 했지만 국내에서는 방영을 하지 못했다. 박지윤이 또 다시 설리를 얼마나 망쳤을 지 상상하기 싫지만, 주진모는 제법 잘 어울렸다는 소문(!)은 들었다. 조금 궁금하기는 하지만 또 실망하고는 싶지 않은 두려움...;;;;

차라리 나는 작품을 한 번 더 읽겠다. 다시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거의 흡사하게 이야기로 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딩 때와 달리 내게서 이런 이야기를 몇 시간에 걸쳐 듣겠다는 친구가 없다. 우린 모두 그렇게 나이를 먹었다. 슬프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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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5-23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마노아님 엄청난 독서량을 보여주시네욤... 우어.

마노아 2006-05-23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에 의존한 리뷰도 더러 있죠. 몇번이나 다시 본 책들도 물론 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