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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쏘기의 선
오이겐 헤리겔 지음, 정창호 옮김 / 삼우반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독일인 저자가 일본에서 '선'을 배우기 위해 앞서 '활쏘기'를 배운 이야기이며 그 과정에서 깨닫게 된 정신적 감동을 담았다.
아마도, 이 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그 분위기가 서양인이 일반적으로 동양에 대해서 느끼고 또 상상하는 추상적인 느낌이 아닐까 싶다. 조금 신비롭고, 물질적인 것보다 보다 정신적인 느낌에 가까운... 유이되 무이고, 무이되 유이기도 한 그런 기분.
저자가 활쏘기를 통해서 배워가고 느껴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딱 그랬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성과도 없어 보이지만, 깨달음은 한순간에 왔으니 그 한 벽을 뛰어넘으니 그가 그토록 원했던 '선'의 세계에, 그리고 닿고 싶었던 경지에 성큼 다가서 버린다.
그런데, 그 느낌을 독자가 전달 받을 수는 있긴 해도 역시 막연한 감이 드는 것은 번역에서 오는 일종의 거리감이랄까. 게다가 독일인이 그 스스로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조금 추상적이었지 않았을까 예상한다.
선문답같은 내용이 오가는데, 솔직히 지루한 감이 있다. 전혀 못 알아들을 이야기는 아니고 우리도 고개 끄덕이며 들을 수 있지만 그것이 재밌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저, 명상하는 기분으로, 철학책을 읽는 기분으로 접근해야 우리 마음도 편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되면 우리도 우리 마음을 관통하는 그 무엇... 무에서 유로, 유에서 무로 옮겨가는 그 무엇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