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 : 바닷마을 다이어리 1 바닷마을 다이어리 1
요시다 아키미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 연말에 본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참 좋았더랬다. 원작을 사야겠다 생각하고 검색을 해보니 내가 이미 두 권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바닷마을 다이어리'라는 부제 아래 개별 제목이 더 커서 몰랐나보다. 6권까지 다 모으고 지난밤과 지지난밤에 잠들기 직전에 읽었다. '빨간책방'에서도 아주 좋았다고 이동진과 김중혁 작가가 칭찬을 많이 했는데 역시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놀라운 건 영화 캐스팅이었다. 만화를 찢고 나왔나! 정말 절묘한 캐스팅이었다. 큰언니가 영화보다 만화 쪽이 좀 더 '센' 느낌이긴 한데, 영화의 배우도 온순한 느낌이어서 그렇지 연기는 단호했다. 둘째 셋째 언니랑 넷째는 진정한 만찢! 심지어 축구부 친구마저도! 놀랍다.


둘째 딸이 일곱 살에 헤어진 아빠는 15년 만에 주검으로 다시 만났다. 헤어져 있던 시간이 너무 길어서인지 슬프지 않아서 슬퍼진 둘째 딸의 고백. 그러나 슬프지 않을 리가 있는가. 기억은, 함께 했던 기억과 추억과 감정은 결국 되살아난다. 

재미난 것은, 아빠가 떠난 이들 자매의 엄마와, 그 아빠가 떠나게 만들었던 둘째 부인이 아니라 현재의 셋째 부인의 성격이 닮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미 죽어서 등장하지 않은 두번째 부인, 스즈의 친엄마도 비슷한 성격이었을지 모르겠다. 서로가 안 맞아서 헤어졌지만 결국은 같은 성향의 사람에게 빠지는 것. '연애의 온도'에서 김민희와 이민기도 그렇게 헤어지고 만나고를 반복하지 않던가. 그래서 아빠 닮은 남편을 만나고 그런 걸까? 그건 좀 싫지만.


세번째 부인에 대한 묘사는 적나라했다. 남의 눈 신경 쓰지 않고 과하게 울고, 슬픔을 직면하지 못하고, 그래서 어른이지만 어린 아이에게 책임을 미루기도 하는... 비슷했던 엄마에게 지쳤던 큰언니는 그 바람에 웃자랄 수밖에 없는 스즈의 아픔을 알아봤다. 그래서 먼저 손내밀 수 있었고, 간절함과 절박함이 더해 스즈는 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 이복 언니들과 함께 살게 되었다. 떠나려는 기차를 앞두고 가겠다고 말하던 그 아이, 마침내 울 수 있었던 그 아이, 제 나이를 찾아 아이처럼 엉엉 울수 있게 되어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사람이 죽으면 참 많은 것이 드러난다고 극중 한 인물이 말했다. 사람들이 고인에 대해 어떤 이야기들을 하는지, 어떤 사람들이 찾아오는지, 누가 슬퍼하는지... 그렇게 그 사람의 온 생애가 드러난다. 물론, 정승집 개와 정승이 죽었을 때처럼 객관화가 안 되는 죽음들도 있지만.


아버지는 너무 좋아서 몹쓸 사람이라고 큰언니는 정리했다.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다. 자꾸 울 아버지 생각나네.... 연인 관계에서도 모든 사람에게 두루 좋은 사람이 자신의 연인에게는 가혹할 수 있다. 사랑은 나에게 집중하길 원하고 내가 최우선이길 언제나 바라게 되니까.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해서 예수님이 내 남친이거나 남편이라면... 어휴....;;;


하지만 세상에는 몹쓸 사람이면서 나쁜 사람도 아주 많으니까...;;;;;


1권 끝에 작품의 배경이 되는 바닷마을의 지도가 나와 있다. 작가 정유경은 28을 쓸 때 가상의 도시 화양을 스케치북에 지도를 그려가며 구상했다고 한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실제 마을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식의 구체화가 작품을 써나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참 따스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사람 냄새 가득한....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선택한 이유를 알겠다. 색깔이 닮았다. 봄볕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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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6-03-01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하지 못하고 억누르려고 해도 그 감정은 이미 내 깊은곳에 침잠되어 있어요.. 그래서 슬퍼요..

마노아 2016-03-01 20:53   좋아요 0 | URL
요즘은 과거에 있었던 소소한 사건들과 감정들이 너무나 선명하게 되살아나서 자주 놀라요.
그렇게 의식하지 못했던 기억들이 어느 틈에 내 안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네요. 보통은 슬픈 기억이 더 선명해서 아프기도 합니다.

2016-03-01 2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01 2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6-03-05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 요시다 아키미가 가마쿠라에 살아서 언젠가부터 요시다 아키미의 작품은 가마쿠라 배경이 많아요. 슬램덩크의 무대도 가마쿠라랍니다

마노아 2016-03-05 22:25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어쩐지 고장에 대한 애정이 팍팍 묻어 있었어요. 슬램덩크까지! 더불어 관심이 솟아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