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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는 선비 5 - 조선 뱀파이어 이야기
조주희 지음, 한승희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3년 11월
평점 :
불멸의 시간을 사는 존재에게 구원을 이야기한다면 과연 먹히겠는가.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용서'의 타이밍 되겠다.
저 여자 뱀파이어의 단언대로 나 역시 궁금하다.
시간과 죽음에 대한 의문, 악과 생존에 관한 정의, 이방인 혹은 이물로서의 정체성...
이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의 신을 지킬 수 있는지....
무한의 시간에 던져진 고독과 맞서라는 당부는 사실상 저주에 가깝다. 불멸의 시간을 사는 억겁의 존재에게는 말이다.
김성열과 같은 존재의 이야기를 할 때는 필연적으로 어두워질 수밖에 없지만, 조양선이 등장하면 운명적으로 빛이 등장한다. 김성열이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또 인정해야 했던 빛이 그녀에게 있다.
그림 안에서도 반짝반짝 빛이 난다. 첫번째 컷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김성열의 시선이 그의 뒷태에서도 느껴진다.
빛은 어둠이 있으므로 더 도드라지고, 어둠 역시 빛 덕분에 더더욱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법.
양선이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더욱더 멀어져야만 하는 게 그의 태생적 한계다.
부러 밀어내는 손길은, 진심이 아님을 안다 하여도 아플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은 진지함과 유머, 긴장할 때와 풀어줄 때를 잘 맞춘다. 그 강약조절이 프로급이다.
작품 말미의 후기는 또 얼마나 재밌던가.
순정만화의 히트 공식을 보시라. '꽃보다 호구'라는 저 깨알 문구는 또 어떻던가!
절대 흥행코드 남장여자! 그러나 이 작품의 드라마는 그 공식을 깼다. 이렇게 순정스러운 준비를 다 마치고도 용두사미가 될 수 있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었지. 그나저나 퇴폐미 넘치는 미소년 악연이 이 작품에도 있지 않은가. '귀'가 딱 그렇다. 드라마의 이수혁도 '소년'은 아니지만 퇴폐미 넘치는 미청년이었다. 절묘한 단어 선택일세!
야곱에게 빌려줄 생각으로 10권까지 읽는 게 목표였지만 업무 과다로 5편까지 겨우 읽었다. 빌려주기 전에 후다닥 리뷰를 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