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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니아 이야기 15
토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정말 동화같고 만화같은 그림의 칼바니아 이야기. 배경도 거의 없고 자칫 성의 없어 보일 법도 한 이 그림을 하루에 6페이지 작업한다고 한다. 엄청 서두르면 8페이지. 권교정 작가님이 떠오른다. 이분도 엄청 손이 느린 편인데 종이 인형처럼 뻣뻣한 그 그림체가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인 장면이었던 것이다. 누워서 작업하는 습관만 바꿔도 속도가 빨라질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일단은 건강 회복이 먼저이고, 지금은 그림 한장이라도 그려주면 감지덕지인 지경.
암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왜 그 얘기가 나왔냐 하면 그림으로 휘날리는 다른 작가분들에 비해서 칼바니아 이야기의 토노 작가는 그림으로 추천은 절대 못하겠다. '기생수'처럼 혐오감 주는 그런 그림은 아니지만 초등학생용 그림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매번 별점 다섯 개씩 주게 되는 건 역시 이야기의 힘이다. 이야기 역시 동화같고 만화같은데 읽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기운이 있다. 정말 신기한 힘이다.
등장 비율은 적었지만 파마 왕국의 제1왕자 콘라드가 가장 좋았다. 이 수줍음 많고 카리스마라곤 보이지 않는 조용한 성향의 왕자가 정말 중요한 순간에는 결단을 보여준다는 것, 용기를 낸다는 것! 그러니까 콘라드 왕자는 타니아 여왕의 마음을 훔칠 자격이 충분하다.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의 타니아하고도 궁합이 잘 맞아 보인다. '머리카락'을 가지고 화풀이를 했던 타니아, 그런 타니아를 배려해 주고 사랑의 표현으로 바꾼 콘라드 왕자, 그리고 중요한 때에는 궁중의 격식을 챙길 줄도 아는 타니아의 한발 물러섬 등등... 아주 소소한 소재를 가지고도 따뜻한 이야기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작가다. 토노 작가는.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은 이분이 유머 감각이 출중하다는 거다. 절대 악당도 없고 절대 선한 캐릭터도 없다. 그래서 이 비현실적인 만화의 세계에서 설득력을 부여한다. 이 만화에 불행한 결말 따위는 없을 것 같다. 불행이 잠깐 얼굴을 내밀어도 그 안에서 행복한 실마리를 반드시 찾아낼 것만 같다. 그래서 이 작품은 마음이 어두워졌을 때 읽으면 더 효과가 좋다. 마음이 싸늘하고 축축했던 지난 밤에 이 책은 내게 큰 도움이 됐다. 고마운 작품이다.
덧글) 표지 속 숨은 이야기가 있다. 흑집사 같은 깜짝 선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