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의 7일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사신 치바를 애정한다. 작품이 빼어나게 훌륭했다기보다는 그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이른바 내가 '흑집사'에 매료된 것과 같은 이유다. 


주인공은 사신 치바다. 죽을 사람 곁에서 7일 동안 머물며 지켜보고는 별 문제가 없으면 죽음에 승인 결정을 내린다. 그러면 그 사람은 죽는 것이다. 치바가 등장하면 항상 비가 내린다. 맑은 하늘은 본적이 없다. 인간이 아니고 당연히 인간의 감정을 모르는 치바가 인간이 만든 것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음악이다. 


“인간이 발명한 것 중에 최악인 게 정체야.” 얼결에 평소 늘 생각하던 걸 말해버렸다.

“최고는요?” 그렇게 물은 건 미키였다.

당연히 음악이지.” -45쪽


지금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유다가 부른 '마음속의 천국'을 듣고 있는데 절대 공감이다!


이번에 치바가 관찰하고 있는 인물은 소시오 패스에게 아이를 잃은 어느 작가다. 아이를 잃은 이후로 '오늘'이란 단어는 모르고 살아온 사람이다. 그러나 상대는 너무 치밀하고 악랄해서 법의 심판을 가볍게 피해가고 오히려 유가족을 또 다른 범죄의 가해자로 둔갑시키고 있는 중이다. 전작 사신 치바는 여러 단편들이 옴니버스처럼 연결되었는데, 이번 작품은 통으로 하나의 이야기여서 진행이 다소 느린 감이 있었다. 게다가 거의 막바지에 이르기 전까지는 이 나쁜 놈의 시키가 계속 승승장구 하니까 읽으면서 굉장히 피로해졌다. 제발 반격을 보여줘!!!


총 소지율이 높은 지역이 낮은 지역보다 자살률이 훨씬 높다. 총 매매를 금지한 곳에서는 자살은커녕 살인도 줄었다고 한다. 사람의 죽음이나 그 사인은 내 일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니 그쪽 정보는 자세히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총 소지가 금지되어 있는데도 연간 3만 명이나 자살하는데요.”

“총이 있으면 그보다 더 늘겠지. 요컨대 사람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건 안심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안심?”

“총을 사용하는 것은 본인이고 그러므로 사용하는 타이밍도 조절할 수 있다, 그러니 위험할 리 없다, 이렇게 생각해. 그보다는 의도치 않은 무서운 사건이 더 두렵다고 생각하지. 그래서 총을 수중에 넣으려고 하는 거야. 본인이 그 총으로 자살하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 못 하고. 왜냐하면 총을 만지는 건 본인이고, 본인은 본인이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아닌가요?”

“충동적으로 죽고 싶어졌을 때, 바로 곁에 있는 총으로 자신을 쏠 가능성도 훨씬 높아져.”

“그렇다고 그걸 총 탓이라고만은 할 수 없죠. 총이 없어도 다른 방법으로 죽을 수도 있고.”

“하지만 총은 미수로 끝나기 힘들어.” -229쪽


미국이 자살율이 어떤 지는 정확한 통계를 모르지만 저 말은 굉장히 일리 있다고 여겨진다. 총기 소지가 합법이 아닌 우리나라. 영화 '암살'을 찍을 때 사용한 총은 정말 1930년대 총인데, 아직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 찍을 때 총을 빌려서 저녁에 반납하고, 다음 날 다시 빌리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마땅히 그래야 해요.ㅜ.ㅜ


그래서 이어지는 이 대목도 아주 크게 수긍이 간다. 


“너무 믿는 거지.”

“너무 믿다니, 누굴 말이에요?”

“자신을 말이야.” 이 시대의 인간들에게는 비교적 친근한 담배나 약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사용빈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과신한 나머지 결국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통제할 수 없다는 핑계를 생각해내는 것과 목표를 변경하는 것이다. -231쪽


지금 두달 째 운동 중단 중..ㅜ.ㅜ 저녁 대용으로 샀던 닭가슴살은 지난 말복에 닭죽이 되어 이미 소화된 지 오래..;;;;


사신 집단은 정보부에서 정보를 얻어와서 죽음을 집행하는데, 데이터 집계의 실수로 '요절'이 너무 많이 잡힌 게 문제가 됐다고 한다. 그러니 의도적으로 '장수'를 조장해야 했다는 것. 그런데 그 대상이 저런 소시오패스에게 걸린다면 대략 낭패 중의 낭패! 권선징악 결말 원츄합니다!!


작품 곳곳에서 엉뚱한 치바의 매력이 한껏 발산된다. 그때마다 음악이 등장하는 것도 큰 재미. 물론 그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복장 터질 수 있다!


작품 말미에 제대로 된 한방을 먹여주는 대목이 있는데, '모방범'에서 범인을 흔들어 자백을 유도하는 부분이 겹쳐보였다. 장르가 비슷해서 그런가?


오타가 있다. 489쪽에 “그렇긴 한지만”이라고 말해버렸다.

그렇긴 하지만-으로 수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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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08-17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닭가슴살죽? ㅋㅋ

술도 담배도 아...
진짜 첨에 이걸 왜 배웠나싶어요
(ToT) (ToT) (ToT)

마노아 2015-08-18 09:29   좋아요 0 | URL
아아아, 첫단추가 중요한 건가요. 슬픕니다.
어제 고칼로리 먹었더니 아침에 또 중량 추가. 매우 슬퍼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