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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땡! ㅣ 웅진 우리그림책 28
강풀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14년 7월
평점 :
강풀 작가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그의 그림에서 감동을 받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그의 글에서는 늘 특A급 감동을 받곤 한다. 만화가 강풀은 그야말로 금상첨화지만, 동화작가로서의 강풀 작가도 참으로 매력적이다. 첫번째 동화도 좋았지만 이번 이야기 더, 정말 더더더 좋았다. 추억도 되새기고, 감동도 무르익고 말이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211/pimg_7876031331151064.jpg)
강풀 작가가 어렸을 때, 그리고 내가 어렸을 때도 그랬다. 학교 끝나면 집으로 달려와 후다닥 숙제를 마치고!
그리도 뛰쳐나가 해저물 때까지 뛰어놀았다. 누구랑 특별히 약속할 필요도 없었다. 모두들 비슷하게 골목길에서 마주쳤으니까.
꼭 동갑내기 친구일 필요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동네 오빠 언니가, 형 누나가 동생들과 어우러져서 놀았다.
딱지치기, 구슬치기, 공기놀이, 비석치기 등등등
난 비석치기는 못해봤다. 구슬치기도 거의 못해봤다. 하지만 딱지치기랑 공기놀이, 고무줄놀이는 잘했고, 운동장에서 정글짐 혹은 철봉을 이용해서 하는 놀이도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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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어린이들의 최고 사망률을 기록한 것은 바로 저 '금밟기'가 아니었을까. 금밟지 않고 한단계 한단계 올라가면서 우리는 얼마나 희열을 느꼈던가. 땅따먹기도 재밌었고, 허수아비도 좋아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한번 할라치면 얼마나 까르르 웃음이 났던가.
그러다가 밥 먹으라고 외치는 엄마 목소리가 들리면 모두들 주섬주섬 집으로 돌아갔다. 해저무는 줄도 모르고 놀았던 시절이다. 그렇게 뛰어놀고 난 다음의 저녁밥은 얼마나 꿀맛이었던가. 실컷 땀을 뺀 어린이들은 빠르게 잠이 들었고 다음날 아침, 오후의 즐거운 놀이를 상상하며 학교에 갔고, 쉬는 시간 그 짧은 동안에도 땀흘리며 뛰어놀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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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땡!은 그야말로 대표적인 놀이였다. 술래에게 잡히기 직전에 얼음!하고 외치면 술래에게 잡히지 않을 수 있었다. 대신 술래에게 잡히지 않은 다른 친구가 와서 "땡!"하고 외치며 터치를 해주어야 했다. 그 전에는 움직일 수 없었다.
여기, 얼음 땡!을 열심히 하던 한 친구가 있었다. 멀리까지 도망 가서 잡히기 직전에 "얼음!"을 외친 것 까지는 좋았지만, 너무 멀리 오는 바람에 '땡'을 해줄 친구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날은 점점 어두워갔고, 친구들은 하나 둘 밥 먹으러 집으로 돌아갔다. 땡을 당하지 못한 아이는 울상이 되었다. 친구들에게 잊혀진 것 같아 속상했던 것이다. 이 친구를 구해줄 또 다른 누군가가 과연 저 골목길을 돌아서 올 것인가?
이야기는 강풀 작가답게 아주 감동적으로 끝이 난다. 너무 예쁜 이야기여서일까? 책의 맨 뒤에 아이가 뻥이죠? 하고 묻는 순간 아빠가 "땡"을 외쳤다. 끝까지 익살스런 강풀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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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아파트 단지에도 놀이터 대신 주차장이 세워지기도 하고, 흙모래밭이 아니라 우레탄을 깐 바닥이 자리하고 있고, 아이들은 학원 가기 바쁘고, 시간이 나도 핸드폰 게임으로 시간을 때우기 때문에 모여서 노는 문화를 접하기 어렵다. 요즘의 중고생은 '고무줄 놀이'도 잘 모른다. '공기놀이' 정도까지는 알아도.
더불어 놀고 협동정신도 키우고, 몸을 쓰면서 자라는 세대가 단절된 것 같아 속상하다. 이런 것이 가능한 시골의 대안 학교로 보내지 않는 한 쉽게 마주칠 수 없다. 지금의 아이들은 이런 놀이문화를 영상문화 속에서나 접할 수 있겠지. 착잡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한 일이다. 이런 것으로도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었던 아이들인데, 지금은 얼마나 자극적인 것들에 길들여져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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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으로 같이 들어 있던 얼음 땡! 딱지다. 두꺼운 종이로 딱지를 넘기는 딱지치기보다, 이런 동그란 모양의 딱지를 손바닥으로 쳐서 넘기는 딱지를 더 많이 갖고 놀았다. 아무래도 실내에서 할 수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돌아오는 설에는 다현양에게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 이모 어렸을 적에는 말이야~ 하며 이런 놀이가 있었다고 소개해줘야지. 같이 딱지놀이를 하기에는 개수가 좀 부족하지만, 아무튼 소개는 시켜줄 수 있겠다.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이런 노래도 들려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