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자의 사법활극 - 소송전문기자 주진우가 알려주는 소송에서 살아남는 법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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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가액 기준으로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주진우 기자가 소송에서 살아남는 법을 소개했다. 이름하여 주기자의 사법활극!


2009년 2.51%였던 1심 형사재판 무죄 선고율은 2010년 8.8%, 2011년에는 19.44%로 늘더니 2012년에는 23.49%까지 증가했다. 1심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5명 중 1명이 무죄 선고를 받았다는 말이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 검사가 기소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있다. 법의 칼을 국민에게 함부로 휘둘렀다는 얘기다. 억울하게 재판을 받았거나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도 부지기수라는 말이다. 당신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154쪽


이명박 정부 때부터 1심 형사재판 무죄 선고율이 확 뛰었다. 법의 칼을 국민에게 함부로 휘둘러 입을 막았다는 증거다. 그렇게 해서 국가가 배상해야 하는 돈들도 무지막지하게 뛰어버렸고 그것들은 모두 세금으로 충당한다. 그야말로 헐!이다. 


2009년부터 2013년 6월까지 억울한 옥살이는 약 8만 건으로, 그 보상 금액은 1370억 원에 이르렀다. 증거도 없이 함부로 사람을 구속하는 검·경찰의 잘못된 수사와 기소는 줄어들기는커녕 더욱더 늘어나고 있어서 마지막으로 재판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 재판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특히 정치적인 재판이 그랬다.-박홍규 교수의 ≪국민참여재판 이대로 좋은가?≫중에서 -240쪽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착한 사람들이, 바로 그 법으로 오히려 올가미 씌워져 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법은 결코 약자의 편이 아닌 것 같지만, 그 법의 도움을 받아야 그나마 덜 억울해질 수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 소송 하나 끝나면 다음 소송이 줄을 잇는, 그럼에도 진실을 보도하는 기자의 역할을 잊지 않는 기자가 자신이 온 몸으로 부딪혀 체득한 소송에서 살아남는 법을 얘기하고 있다. 당연히 실전 사례가 가득하다. 한편의 무협지를 보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다. 재미나 몰입도로 본다면 전작 '주기자'에 다소 못 미치지만 시사활극을 재밌게 보았다면 이 책 역시 놓치지 말자. 원래 활극은 시리즈로 보아야 재밌다.(응?)


가끔 뉴스에서 판사들의 막말 논란을 접할 때가 있다. 어찌 된 게 이 나라에서는 더 많이 배운 사람이 더 창조적인(!) 막말을 잘 하는 건지... 다른 나라도 그런데 내가 모르는 것 뿐?


“여자가 맞을 짓을 했으니 맞았지.” “70이 넘어서 소송하는 사람은 3년을 못 넘기고 죽는다.” “형편이 어려운데 왜 재판을 하냐.” 모두 재판 중에 판사가 한 말이다.

다섯 살짜리 여자아이가 개에게 물려 얼굴 왼쪽에 중상을 입고 민사소송을 내자 담당 판사가 “애도 잘못이 있네, 왜 개한테 물려”라고 말했다. 이런 말들을 한 판사 중에 징계를 받은 판사는 없다. -265쪽


다시 한 번 '지랄 총량의 법칙'이 떠오른다. 구성애 씨가 방송에서 한 말이 있다. 성매매 여성들이 가장 싫어하는, 그야말로 진상 손님 넘버 1이 판검사, 2위가 교수, 3위가 성직자라고. 에너지가 한참 발산될 시기에 내내 공부만 한 나머지 미쳐버리기라도 한 걸까? 이쯤에서 베이비 로션 지검장이 떠오른다.


김 전 지검장의 사표는 수십억 원짜리다. 김 전 지검장은 사표를 냈으니 우선 검찰의 감찰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연금을 받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변호사 개업도 가능하다. 징계에 의해 면직되거나 해임되면 몇 년간 변호사로 개업할 수 없다. 관심이 좀 사그라지면 경찰 조사에서 가장 가벼운 처분을 받고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고는 전관예우라는 날개를 달고 떼돈을 벌 가능성이 높다. 주변 브로커들이 “불쌍하게 나와서 후배들이 지검장님 사건은 무조건 챙겨준다”며 영업하고... -174쪽


정확히 누구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엄청 물의를 일으켰던 공직자의 사표를 MB 각하가 '격노'하면서 수리했더라며 나꼼수에서 방송했던 게 생각난다. 그런 식으로 다 뒤를 봐준다. 세상에, 수십억 원짜리 사표라...;;;


268쪽부터 270쪽까지 해방 직후부터 유신헌법까지 쭈욱 정리한 글이 있다. 대한민국 헌정사가 그야말로 간첩조작사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은 그런 내용이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여러 대목들이 떠올랐다. 지금 리뷰를 쓰는 시점에서는 어제 문재인이 당대표에 당선되자마자 떴던 속보가 떠오른다. "북한 동해에 미사일 5발 발사" 참, 창의력도 없고 상상력도 없고 게으르기까지. 하지만 이해가 된다. 지금껏 줄곧 먹혀왔으니까.

 

두 명의 60대 남자가 있다. 한 사람은 결혼식에서 15만 원을 훔쳤다. 다른 사람은 회사에서 1천5백억 원을 훔쳤다. 두 남자는 비슷한 시기에 법의 심판을 받았다. 15만 원을 훔친 남자는 징역 3년, 교도소로 갔다. 1천5백억 원을 훔친 남자는 집행유예, 집으로 갔다.

집으로 간 남자의 재판부는 경제 건설에 이바지한 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한다. 사실 김승연 회장은 아프다며 형 집행정지. 그다음은 집행유예. 재벌들의 ‘석방 공식’이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는 이미 우리나라 법전 한 페이지에 기록된 내용인 듯하다. 판결문이 재벌 앞에만 가면 ‘다만’이라는 단어를 달고서 굴곡이 심해진다. 판결문이 리아스식 해안도 아닌데. -323쪽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공식을, 앞으로도 많이 보고 살 것 같다. 미치고 팔짝 뛸 일이지만, 이 불평등한 법치국가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도 '룰'을 알아야 한다. 온몸으로 소송을 겪어온 주진우 기자가 이 책에서 친절히 사례까지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나와는 상관없을 것 같은 일들이지만, 앞일은 누구도 모르는 법. 우리가 이모양 이꼴로 살게될 줄 언제는 알았던가. 


법치주의를 지키려면 참여해야 한다. 분노해야 한다. 투쟁해야 한다. 자유는 용기에서 나온다. 권리는 투쟁으로 쟁취된다. 그 시작은 아는 것이다. 세상에 균형이 어디 있나. 옳고 그른 게 있을 뿐이지. 법과 법전에 좌와 우가 어디 있나. 사람이 그래서는 안 된다는 도리가 있는 것이지. 옳음에서, 도리에서, 상식에서 법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게 나의 짧은 생각이다. 그런데 삶이 자꾸만 나를 속인다. 법이, 소송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자. 절망하지도 말자.

나는 법과 소송의 불합리에 대해 끝까지 떠들 것이다. 부조리한 것을 못 견디는 운명을 타고난 철부지처럼. 떠돌기와 끌려가기를 거듭해야 할지라도. 감옥에 갈지라도. 끝끝내 유머를 사수할 것이다. -325쪽


이런 자세가 참 좋다. 너무 심각해지지 말자. 골 아파서 못 버틴다. 유머를 사수하며, 좀 더 의연한 자세로 이 현실을 헤쳐가보자. 옮음과 도리, 상식에서 법이 시작되는 세상이 올 때까지, 끝까지 가보자. 각자 가슴 속에 내공을 키워가면서! 이 책이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주화입마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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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02-10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법이라는게
`최대한 여기까지 지켜라가 아니라, 최소한 이것만큼은 지켜져야 한다`는 거라는데
대한민국은 최소한 지켜져야 할 그 선들이 무너진거죠.

명동 사채왕에게 뇌물받은 검사 정직1년 맞았다는데, 그게 엄청나게 큰 벌이랍디다.
여지껏 그런적이 없데요. 킁....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김여진과 날나리들이 김진숙씨에게 했던 말이라네요.
유머와 연대! ^^

그런데 대문 사진에 승환옹이 사라지고 지성이 있네요? ㅎㅎㅎ

마노아 2015-02-10 21:57   좋아요 0 | URL
최소한의 선도 없는 대한민국. 원세훈이 대법원에서 어떤 판결을 받을지 눈길이 갑니다. 끄응....;;;;

유머와 연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네요.^^

바로 직전 사진은 비행기에서 찍은 구름 사진이었고요.
그전 승환옹 사진은 공연 포스터인데 2014라고 적혀 있어서 바꿨어요.
이번엔 제가 며칠 전부터 홀릭이 되어버린 지성 오라버니입니다. 아, 지성앓이가 시작됐어.
신세기의 그 `퇴폐미`라니! 지금 바탕화면을 가득 장식해 버려서 화면 보는 즐거움이 생겼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