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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꽃 ㅣ 일본군 위안부 만화
안수철 지음, 강효숙 그림 / 형설라이프 / 2014년 8월
평점 :
'도라지 꽃'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우리나라 여자를 비유하는 말이다. 도라지 꽃의 그 곱고 청아한 자태를 떠올려 보니 이분들의 비극이 더 크게 다가온다. 내가 가장 꽃다운 나이였을 때, 내 조국은 힘이 없었다고 고백하던 울부짖음이 살아난다.
세번째로 읽은 위안부 만화에서는 두편이 실려 있다. 하나는 성전 열차다. 이때의 성전이 聖戰이 아닌 性戰 임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대사가 한마디도 없이 오로지 그림으로만 이야기한다. 그래서 더 묵직한 울림이 있다.
반면 더 긴 지면을 장식한 '야마토 터미네이터'는 너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작품이어서 은유로서의 매력은 거의 없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직접적인 의미 전달도 필요한 법이지.
위안부 할머니들에 관한 다큐 혹은 영상 자료를 보다 보면 시간의 흐름이 확확 느껴진다. 불과 몇 년 사이 생존자 숫자가 뚝 떨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 속도는 점점 가팔라질 테지. 그래서 더 애가 타고 갑갑하다. 우리는 저들을 성토하고, 사과를 촉구하지만 듣지 않을 그들을 알고, 일본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안의 문제가 더 크게 다가와서 말이다. 집나간 정의는 대체 언제 돌아오는 거지...;;;;
시리즈 세권을 읽으면서 추억의 이름들도 많이 만났다. 이분들이 지금도 활동하고 계시다는 걸 확인해서 기뻤다. 어린 시절 보물섬이나 대본소용 만화책에서 보던 그 반가운 이름들 말이다. 작가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영역이 더 넓어졌으면 하고, 이런 바람직한 책들은 도서관에서 의무적으로 소장했으면 한다. 물론 개인소장도 환영이다. 상처는 덮어두면 더 곪아버린다. 깨끗이 닦아내고 약을 발라야 한다. 새살이 돋아나도록. 우리 역사에도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