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북 깃발전
이번에도 미술학원에서 조카들의 그림을 깃발전에 내보냈다. 해마다 느끼지만 같은 학원 학생들의 그림은 모두 비슷비슷하다는 것... 이게 학생의 그림인지, 선생님의 그림인지...;;;;
이제 세현군은 깃발전 졸업이다. 내년에는 중학생이니까.
2.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기말고사 기간에 일찍 끝난 것을 기념하며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 가보았다. 간송미술전이 목표였지만 간 김에 DDP도 보자는 것~
난생 처음 곱창을 먹어봤다. 이게 '창자'로 만든 거라고 해서 도저히 못먹을 음식으로 머릿 속에 주입한 채 살았는데, 크림파스타를 섞은, 곱창 파스타를 먹어봤는데 우왓! 맛있잖아! 신세계였다. 중간에 브레이크타임도 있는 음식점이었는데 이름은 기억이 안 나네. 카드 결제 내역에 있겠지만, 귀찮으니까 패쓰! 암튼 맛났음.
눈을 사로잡는 건 디자인 덕도 있지만 색채감 때문인 것 같다. 노랑색과 주홍색은 내가 좋아하는 색이어서 더 호감이 갔다.
태극기의 문양을 딴 진열대도 예뻤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지하도에도 조명과 의자가 이런 식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전통 문양의 디자인화는 늘 반갑다.
뭐에 쓰는 물건이고? 월E 같다.
하얀 외벽과 검은 레일을 닮은 조명 시설의 조화가 세련되어 보인다.저 의자에 나도 앉아 보고 싶었지만, 앉은 사람이 통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으므로 앉을 도리가 없었다. 실용성은 그닥이지만 디자인은 예뻐 보인다~
3. 간송미술관에 그토록 많이 가봤으면서도 내가 못 본 문화재가 바로 신윤복의 미인도와 청자상감운학무늬매병, 일명 고려청자와 훈민정음해례본이었다. 그 세가지를 모두 한번에 보았으니 입장료 8천원은 아깝지 않으리~ 안에서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 문앞에서 한컷 찍었다. 내 사진은 패쓰~
한참 돌아다니고 재밌게 구경하고, 마지막에 후식으로 옥루몽에 들어갔다. 어째 옥보단이 떠올랐다는 후문...;;;;
유기 그릇에 담아주는 게 독특했는데, 영수증에 숟가락 개수까지 적혀 있다. 도난 사고가 많은 것일까?
숟가락이 예쁘긴 했다.
4. 경교장
이 무렵에 다현양은 병원 신세를 자주 졌다. 이주에 한번 꼴로 무려 세번을 연속 입원했다. 처음 두번은 장염이었고 세번째는 맹장이었다.
수술실에 들어갈 때 알림 문자가 하나 오고, 수술 시작했다고 알림 문자가 오고, 30분이 채 안 되어서 수술 마쳤다고 또 알림 문자가 왔다. 뭔가 시스템이 굉장히 조직적으로 보였다. 작은 규모의 수술이어서 참으로 다행....
다현양이 입원한 곳은 강북삼성병원이었는데, 수술 잘 마치고 심심해진 다현양과, 마침 그곳이 경교장 옆이었기에 호기심이 동해서 방문하기로 했다. 이곳이 문화유산이기 때문에 바퀴달린 링거꽂이를 갖고 갈 수가 없어서 내내 링거 주머니를 쳐들고 다녀야 했다. 팔, 마이 아팠다....;;;
총탄에 맞으시던 그 순간에 입고 계셨던 옷이다. 세월이 많이 흘러서 많이 바래었지만 그날의 참상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데드마스크. 사망 직후 직접 본을 뜬 거란다. 안면에 총알을 맞았기 때문에 많이 부어 있다.
일본식 다다미방을 연상시킨다. 정리 덕인가, 크기 덕인가, 아니면 햇볕 덕인가. 무척 깔끔해 보인다.
원래 건물을 활용해서 리모델링을 했는데, 옛 벽자재가 그대로 쓰여 있다. 천장이 높은 양식이어서 리모델링 좀 더 쉬웠던 게 아닐까.
벽장과 선반이 마음에 든다. 책 꽂기 딱 좋아, 아주 좋아!!
당시 사용하던 벽난로 그대로다. 아래쪽 격자 무늬의 검은색이 흑단인데, 백설공주의 '흑단같은 머리칼'의 바로 그 흑단이다. 오호!
경교장에는 자원봉사하시는 분이 설명을 해주셨는데 이분은 주말만 오신단다. 나더러 질문이 많아서 좋다고.. 냐하하핫.ㅎㅎㅎ
근데 다녀온지 한참 지나서 내가 뭘 질문했는지는 지금 기억나지 않는다는 게 함정...ㅡ.ㅡ;;;;
맹장 정도의 수술비가 이 정도 나오는구나. 의료민영화되면 저기에 0하나 더 붙는 건 일도 아닐 듯....;;;;
5. Wet Le
이승환의 전매특허 공연 중에 'wet'이 있다. 돌발 콘서트 돌콘 중에서도 가장 hot한 공연이다. 일단 다 적시는 공연! 올해는 웻 공연만 세 차례 했는데, 그중 두번째였다. 뒤에 붙은 le는 리미티드의 의미
무대에서 뿌리는 물과 객석에서 관객들이 뿌리는 물이 저런 모양새를 연출해 준다. 그야말로 속옷까지 홀딱 다 젖는 그런 공연이다. 갈아입을 옷 갖고 가서 공연 마치고 싹 다 갈아입고 돌아와도 버스 안에서 머리카락의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그런 공연. 두번째 공연 때 바로 저 티셔츠를 나눠주었는데 '정의', '자유', '열정'이라고 적혀 있다. 얼마나 뜨겁던지...
벙커1에서 진행된 주진우쇼는 다현양과 함께 하는 병원 생활로 날아갔고~ 대신 팟캐스트 방송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ㅎㅎ'
6. 퓰리쳐전
몇 해 전에 퓰리처전을 다녀왔다. 무척 재미있었다. 그런데 또 한단다. 같은 걸까? 그래도 설마, 몇 해 지났으니 추가된 게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다녀왔다. 전에 보았던 것과 거의 그대로였다. 심지어 사진 위치도 같았다. 그래도 한국전쟁 관련해서 사진이 추가된 게 더 있었는데 이건 따로 작은 전시공간을 만들어서 소개했다.
7. '뭉크-영혼의 시'를 같은 날 관람했다. 모두 예술의 전당이었다.
그의 작품이 다 온 게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전반적으로 전시 구성이 좀 별로였다. 기억에 남는 건 전시기념품인데, 뭉크의 '절규' 그림은 어디에 사용해도 다 그림이 된다는 것! 그러니까 우산에 박아도 그림이 되고, 스카프에 박아도 예쁘고, 머리끈이든 연필이든 수첩이든 다 적용이 된다는 거였다. 것 참 신기한 일일세! 스카프가 진짜 예뻤지만 무려 12만원에 달하므로 두번 생각할 필요 없이 패쓰.ㅡ.ㅡ;;;;;
8. 잉여인간 이바노프
역시 같은 날, 대학로로 넘어와서 연극도 한 편 봤다.
안톤 체홉의 연극인데 이미 전시회 두탕 세탕을 뛴 뒤라 두 눈 뜨고 있기가 아주 힘든 체력 상태였다. 그래도 '거의' 졸지 않고 보았는데 아주 썩 재밌지는....;;;;
느낌은, 이상의 '권태' 정도? 그러니까 그 작품을 읽는 동안 너무 지루해서 주인공의 권태 상태가 아주 잘 느껴진 것처럼, 이 작품 속 이바노프의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체증 상태가 잘 드러났다. 중간에 쉬는 시간도 없고, 효과 음악도 거의 없는, 아주 정적인 작품이었다. 관객들이 어찌나 조용하던지... 난 그게 더 불편했음.
9. 희망공간
세계 간염의 날 백주년이었던가? 초대 손님에 울 오빠님 뙇!
그래서 주최측에 전화해서 표를 얻어 다녀왔다. 한 시간 동안 강연회가 있었는데 의외로 재밌었다는 것!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암 사망률이 1위 폐암, 2위 간암 3위가 위암이란다. 위암이 1위일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 김자옥 씨도 폐암으로 돌아가신 소식을 들었지.ㅜ.ㅜ
폐나 위는 자각 증세라도 있지만 간은 손쓸 도리 없이 망가질 때까지도 자각 증세가 없기 때문에 미리 예방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고... 다 맞는 말씀. 자나깨나 건강 조심, 예방이 최고!!
오! 싱어즈 합창단이 나왔는데, 간암 환자 가족들까지 참여해서 좋은 노래들을 많이 들려주었다.
이어서 울 오빠님도 멋진 무대 당근이었지!
울 오빠는 며칠 뒤 세월호 추모 100일 문화제 때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날의 기억은 이미 페이퍼 올렸으니 패쓰.
10. 로베르 두아노 사진전
이날은 집에 손님이 많이 오시는 날이어서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신발이 다소 불편했지만 꿋꿋이 참았고, 홍대에서 포장마차 떡볶이 집을 못 찾아서 엄청 헤매다가 결국은 계획에 없던 틈새라면을 먹었고, 전시관 상상마당을 방문했다.
키스를 주제로 한 사진들이 주우욱 이어졌다. 아 달달해라!
파리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1950)
바로 이 사진 때문에 이 전시회를 간 거였다. 너무나 유명한 사진!
피카소 앞에 손가락인줄 알고 화들짝 놀랐다. '빵'이었다.ㅡ.ㅡ;;;;
알베르토 자코메티 뒤로 그의 작품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와 시몬 드 보부아르도 보인다.
건물 밖에 걸려 있던 대형 사진. 저 앞에서 사진 찍고 싶었지만 이때는 셀카봉이 없었음. ㅎㅎㅎ
전시회를 보고 난 다음에는 빨간책방 카페에 가기로 했다. 약 20여일 전에 직장 동료와 다녀왔는데 혼자 찾아가려니 무지 헤매고 말았다. 이날은 빨간책방 공개 방송이 있는 날이었는데 두시간 전에 도착했지만 3층까지 사람이 꽉 차 있었다. 결국 그 옆의 별다방 가서 지친 다리를 쉬어주느라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마시고 집에 돌아왔다는 슬픈 이야기....;;;;
대신 전에 다녀왔을 때 찍은 사진만 올려본다. 무지 예쁜 카페였던 건 맞으니까~
간판 폰트는 내 취향 아님~
빨간 대문 마음에 든다. 빨간책방답게~
유명과자점에서 일등 먹은 케이크들을 쓸어왔다. 그 덕분에 비싸다. 단, 맛은 좋다. 침 주르륵!
최근에 가보니까 종류가 좀 바껴 있더라. 가격대도 좀 더 다양해지고~
진동벨도 앙증 그 자체!
빨간책방 카페를 총 세번 갔는데 케이크는 매번 맛있었지만 커피는 매번 맛 없었다는 게 함정! 반성하시라!
팬이 선물했다는 빨간 우체통. 저 안에 맥주가 가득 담겨 있었다는 후문!
계단에도 빨간책방 흔적이~ 3층까지 빠방한 와이파이가 인상적이었다. ㅎㅎ
빨간 미니 우체통과 긴 생머리 그녀가 제법 잘 어울림.
공개 방송 중에는 저기다가 사연 적어서 넣어놓으면 동진 디제이가 읽어줌. ㅎㅎ
3층의 스튜디오~
디제이 이동진 ㅎㅎ
그의 사무실 전경이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은-이라는 표현에 뻑 갔는데, 알고 보니 시집 속의 표현이었다. 따옴표가 괜히 있는 게 아님.
운명은 우연의 수사학이고 우연은 운명의 물리학이다. 한줄 평도 참 잘 쓰셔~
'생의 이면'과 함께 이미 고전이 된 이승우의 장편소설. 음, 너무 평이한 소개인걸...
끝내 안식할 수 없는 자의 내면에서 상념이 내내 자맥질하는 영원과 하루
윤태호의 깊은 눈이 바둑의 너른 관조를 만났을 때
인간의 빈터를 비추는 늑대의 광휘. 약해서 약해진 자들에 대한 서늘한 질책
dvd 콜렉션은 주제가 바꾸는데 이때는 슈퍼 히어로였다. 다크나이트는 이동진이 꼽는 놀란 감독의 최고작.
첫번째 공개방송 날 팬들이 가져온 기증 책들이다. 이 책들은 다른 책장들의 책과 달리 비매품이다. 가져다가 읽을 수는 있다.
빨간책방 카페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이동진이 직접 찍은 사진 엽서들이다. 제법 비쌌는데, 생각보다 사진 해상도가 떨어져서 실망했다. 그의 블로그에 올려준 사진만큼의 해상도가 아니었다. 아흐 동동다리..ㅜ.ㅜ
같이 사온 김중혁 작가의 그림이 담긴 수첩이다. 그림이 예뻐서 사왔다. 어디 써먹을 데도 없는데 말이지...
매주 수요일마다 즐겨 듣는 빨간책방. 덕분에 질러버린 책들도 어마어마하다. 이미 읽은 책에 대해서 듣게 되면 더 재미있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을 주제로 한 방송을 들어도 기대감이 급상승한다. 책을 소재로 한 팟캐스트 방송이 많이 있는데 아직까지는 빨간책방이 가장 재밌다. 창비의 책다방은 게스트가 빵빵하기 때문에 골라서 듣는 재미가 있다. 최근에 오래 방송이 안 올라오고 있는 출판 팟캐스트 '뫼비우스의 띠지'도 꽤 재밌다. 무려 알라딘 인문 MD님이 진행하는 방송이다. 출판 전문 얘기가 많아서 못 알아듣는 얘기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흥미롭게 듣고 있다. 뉴스와 시사, 정치 방송은 늘 두통과 스트레스를 동반하기 때문에 가끔 이런 방송으로 환기시켜줄 필요가 있다. 적절한 밸런스가 필요하다. 오늘 '카트'를 보고 왔더니 심히 울적하다. 중화제가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