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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신의 한 수(조범구, 2014)


제목도 좋았고, 정우성의 출연도 반가워서 제법 기대가 되었던 작품인데 뚜껑을 열어 보니 신의 한 수 따위는 없었다. 결국엔 주먹으로 해결볼 거면서 바둑은 왜 필요했나 싶었다. 내가 바둑을 둘 줄 알았더라면 좀 더 재밌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바둑을 모르고, 정우성이 멋진 기럭지로 화려한 액션을 펼쳐 보여도 작품의 함량은 많이 모자랐다. 이범수는 잔뜩 근육을 만들고 문신까지 새기고 강렬한 악역 연기를 보여주긴 했는데, 뒷태 전라 연기는 휴잭맨의 엑스맨에서 이미 숨 넘어 갔으므로 성에 찰 리 없고, 이시영이 펼친 신의 한 수는 너무 짐작하기 쉬운 한 수였던지라 허무함이 가득했다. 그래놓고는 2탄도 나올 것 같은 분위기를 잡아 놓았네. 내가 정우성이라면 2탄에는 출연 안 함.ㅎㅎㅎ



아, 캐릭터 밖의 저 웃음은 정말 근사하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스톤'은 보지 못했다. 아무래도 스타 캐스팅에 더 관심이 갔다. 스타 캐스팅도 별 거 없다는 거 확인했지만...;;;;


바둑 대세는 역시 미생이지. tvN 드라마를 아직 보지 못했는데 언니의 반응은 응사 시리즈만큼 뜨겁다. 위즈덤하우스에서는 미생이라는 이름으로 팟캐스트 방송도 한다. 알라딘 인문MD님이 출연한 '사활' 편만 들었다. 재밌더라. 









★☆


49. 에너미(드니 빌뇌브, 2013)


순전히 감독 때문에 보게 된 영화다. 이 영화 보기 위해서 부랴부랴 책도 사서 읽었다. 무려 주제 사라마구인데, 원작소설보다 영화가 더 좋았다. 괴물 감독이다. 

원작 소설은 기대했던 것과 달리 많이 지루했다. '도플갱어'라는 설정은 재밌었지만 그걸 펼쳐내는 것은 영상으로 옮겨온 드니 빌뇌브 쪽이 더 탁월했다. 바뀐 결말도 영화 쪽이 더 마음에 들었다. 이 감각적인 감독의 새 영화를 기대해 본다. 










50.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맷 리브스, 2014)


1편을 워낙 재밌게 보아서 2편에 대한 기대가 컸다. 기대하고 봤음에도 재미가 떨어지지 않았다. 굳이 비교하자면 1편이 더 재밌었지만 2편도 3편을 기대하게 하는 꿀 재미가 있었다. 아, 유인원이 보여주는 이 위엄이라니!


인간들은 자신들을 용서하지 않을 거라는 시저의 지적은 적확했다. 인간은 분명 그리할 것이다. 필연적으로 3탄이 나올 숙명이다. 










50-1. 안녕, 오케스트라(이철하, 2013)


개봉했을 때 못 봐서 아쉬웠던 영화를 뒤늦게 보게 되었다. 음악 영화고,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담다 보니 분명 감동 코드가 있을 거라고 짐작하고 봤는데도, 역시나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이 남자, 왜 이렇게 멋지니!



정말 가식 없이 환하게, 햇살처럼 웃는 남자다. 힘든 성장 과정을 음악으로 극복해낸, 승화해 낸 불굴의 의지를 보여준 남자.



그래서 누구보다도 이 아이들을 잘 이해했을 것이다. 아이들도 하나둘씩 마음을 열어가는 게 보였다. 따스한 영화다.


자신의 아버지의 흔적을 추적해 가던 용재 오닐. 극적인 해후를 기대했건만, 그런 벅찬 순간은 만날 수 없었다. 애석한 일이다. 


그나저나, 나도 오케스트라 해보고 싶다. 저 구성원이 될 수 있는 악기 하나 배웠으면 좋겠다. 어떤 악기라도 다 좋을 듯하다. 음악은, 언제나 옳다. 










51. 동경가족(야마다 요지, 2013)


시사회에 당첨되어서 보고 온 영화다. 비가 엄청 왔던 날이라 샌들이 엉망이 되었던 날이기도 했다. 평일 저녁 시사회는 꽤 피곤한데, 그 바람에 살짝 졸긴 했지만 영화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일본 영화 특유의 따스함이 녹아드는 영화였다. 전형적인 일본의 가족 구성원이 보이는 영화이기도...


섬에 사시는 노부부는 큰 아들 집을 방문했다. 의사인 큰아들과 미용실을 운영하는 둘째 딸 내외는 표면상 엄마 아빠를 극진히 모시는 척하지만 내심 두분의 방문을 부담스러워 한다. 반면, 사회적으로는 성공했다고 볼 수 없는, 그래서 아버지와 소통이 잘 되지 않던 막내 아들만은 부모님을 진심으로 대한다. 그런 그의 옆에는 엄마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예쁜 여자 친구가 있다.



아무리 봐도 정려원 닮은 아오이 유우! 참하니 예쁘구나~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막내 아들이 엄마는 미덥다. 이제 안심할 수 있다. 

하지만 긴장을 놓아서였을까. 안심하는 순간 위기가 닥쳐 온다. 위기 앞에 가족들은 자신들의 진짜 얼굴을, 민낯을 드러낸다.

특별히 나쁜 사람인 것도 아니지만, 딱 그 도시를 닮은 만큼 세속적이고 속물적인 가족들의 모습에서 한숨이 새나온다. 

그리고 지나칠 만큼 대조적인 섬 마을의 따뜻한 온정은 도식적일 만큼 비교되었지만, 그래도 그쪽이 더 설득력 있다.

아오이 유우가 맡은 캐릭터도 지나치게 착한 캐릭터에 순종적인 느낌이긴 했는데, 근데 또 그게 잘 어울리는 얼굴이었다는 거...ㅎㅎㅎ


영화 보고 나서 유독 '굿바이'가 떠올랐다. 가족애 때문인가 보다. 이런 톤의 일본 영화가 좋다.











52. 드래곤 길들이기2(딘 데블로이스, 2014)


몇 달이나 지나서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이 날은 집에 일찍 들어가면 안 되는 이유가 있었다. 그게 뭐였는지는 까먹었음. 그래서 영화를 보러 갔는데 볼 만한게 이것밖에 없었다. 1편 보지 않고 2편 잘 안 보는 편이지만, 그냥 보기로 했다. 게다가 공룡 타고 비행하는 장면을 예전에 3D로 예고편 본 게 기억나서 3D로 보았다. 볼 만했고, 제법 재밌었지만 크게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주인공이 다리를 잃었다는 게 보통의 어린이를 상대로 하는 작품에선 보기 힘들어서 좀 신선하긴 했다. 










53. 군도 : 민란의 시대(윤종빈, 2014)


정말 기대했었는데, 이렇게 용두사미일 줄은 몰랐다. 강동원의, 강동원에 의한, 강동원을 위한 영화였을 뿐이다. 이 아름다운 피사체가 정말 감탄을 자아내서, 이렇게 영화가 별로였는데도 불구하고 또 보고 싶은 영화였다. ㅋㅋ



극중 조윤의 캐릭터는, 그가 가진 악마성을 이해하기엔 그의 슬픔에 대한 공감이 잘 되지 않았다. 가엾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망가질 정도의 사연으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놓고는 마지막에 아기 때문에 흔들리는 모습은 또 뭐란 말인가. 지금껏 쌓아온 악역 캐릭터하고 맞아 떨어지지가 않았다. 게다가 '민란의 시대'라며 민중을 내세웠지만 그들의 역할은 너무 미약했다. 차곡차곡 쌓아오는 것 없이 마지막 한 방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다니, 데우스 엑스 마키나도 아니고....


게다가 좋은 배우들이 대거 등장했는데 그닥 빛을 보지 못한 것 같다. 사실 난 '범죄의 재구성'도 그닥이었던 편이어서 감독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건 아니고 배우들에 기대감을 가졌던 것인데 강동원 홀로 너무 빛나고 다른 분들은 배경이 되어준 느낌이다. 많이 아쉽다.



검을 다루는 저 우아한 몸놀림이라니! 아, 근사해~










54. 명량(김한민, 2014)


무려 이순신이다. 온 국민이 사랑하고, 온 국민이 다 아는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건 어마어마한 중압감이었을 것이다. 반면에 성공한다면 어마어마한 성공을 가져다 줄 것이고. 최민식에게는 후자가 적용됐다. 세상에, 1800만 명 이상이 들다니. 믿어지지 않는 숫자고 그래서 좀 징그러운 스코어다.



근래에 최민식은 악역을 많이 맡았다. 찌들대로 찌든 속물이거나 아님 악마를 방불케 하는 연쇄 살인범 역을 맡았다. 그리고 아주 잘 어울렸다. 배에 기름이 가득 낀 느낌의 인상이 강해서 이순신 역에 과연 잘 어울릴까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기우였다. 역시 연기 참 잘한다. 


영화는 재밌었다. 1800만이 들 정도의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전 국민이 몰려들어 보는 영화라서 보기 싫다고 내칠 만한 영화도 아니었다. 그냥 즐겁게 볼만한 영화였다. 서로 오버만 하지 않는다면 딱 좋을!



황진이 시절 장근석을 보는 것 같았다. 



두건 벗기 전까지 여자인 줄 알았다. 여자보다 더 예쁜 노유민이다. 


구루지마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캐릭터의 함량이 너무 차이가 나서 애초에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류승룡이 연기가 부족한 배우는 아니지 않은가. 와키자카 역의 조진웅 씨도 기대를 했는데 대사가 너무 없었다. 아쉬움...


진구와 이정현의 연기는 좋았지만 그들의 역할은 설득력이 좀 많이 떨어졌다. 우야튼, 이 영화는 올해 내가 극장에서 두 번 본 유일한 영화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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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달력도 얼마 안 남았는데 한 여름에 본 영화를 이제야 정리하다니...

몇 달 지나니 당시에 선명했던 기억도 모두 옅어졌다. 그래도 건너뛰면 아쉬우니 짧게나마 정리해 본다. 

7월은 영화보다 공연을 많이 봤다. 이건 따로 정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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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11-09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의 한수, 군도, 명량만 봤는데.... 세 편 다 기대에 못 미쳤어요.
올해의 영화로 꼽을 만한 영화는 아니었다는...ㅠ

마노아 2014-11-10 08:43   좋아요 0 | URL
올해의 이슈는 되었지만 올해의 영화는 모두 아니었죠^^
어제 뉴스 보니까 영국에서 열린 한국영화제에 군도가 매진되어 호황이었다고 나오더라구요.
더 좋은 영화들이 많이 있는데 말이죠.^^;;

서니데이 2014-11-09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선 저는 동경가족이 보고싶어요. 그 중에서 하나도 본 게 없네요. ^^;

마노아 2014-11-10 08:43   좋아요 0 | URL
제가 좀 많이 보는 편이긴 해요. 하하하...;;;;;
동경가족 참 좋았어요. 많이 추천하고픈 영화랍니다.^^

Mephistopheles 2014-11-10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래곤 길들이기는 2편보단 1편이 내용이 더 알찼던 걸로 기억하고 있씁니다.
군도....사실..저런 펄럭거리는 옷은 검을 쓰는 입장에선 여간 거추장스럽기 그지 없습니다...ㅎㅎ
(한국 영화는 점점 다양성을 잃어가는 듯..)

마노아 2014-11-12 10:28   좋아요 0 | URL
드래곤 길들이기 1편이 더 나았군요. 전편을 넘는 후편이 나오기 힘든 건 애니도 마찬가지네요.^^
한 영화가 무려 1800만 관객을 가져가버리니 나머지는 더 설곳이 없네요.
최근엔 다양성 영화라면서도 비긴 어게인이 몇 주째 1위를 놓치지 않았고요.
근데 그 모든 영화는 다 내가 본 것들...;;;

BRINY 2014-11-15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도..저도 실망한 영화였어요. 그 좋은 배우들에 충분히 살릴 수 있을 만한 좋은 소재로 이런 지루한 혼잣말같은 영화밖에 못 만들었다니...예고편이 다였군요.

마노아 2014-11-15 22:37   좋아요 0 | URL
혼잣말같은 영화! 딱이네요. 그냥 감독 자신의 개인적인 만족도만 높은 영화가 아닌가 싶어요. 믿기지 않는 전개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