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희 11
강경옥 글.그림 / 팝툰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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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지막으로 본 연재분이 아닌 단행본으로 설희를 보는 게 얼마만인지... 족히 몇 년은 기다린 것 같다. 팝툰으로 설희를 봤던 게 2009년이고, 다음에서 한동안 연재하는 걸 보았다. 그래서 내내 이미 본 것을 복습하는 단행본이었는데, 처음으로 보지 않은 내용인 것이다. 아, 반갑고 반갑다. 


여전히 배경은 강원도이고, 관계들에는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늘 뒷걸음치기 바쁜 세라가 모처럼 자기 감정에 솔직해졌고, 여전히 조건이라는 전제 하에 조심스러워하는 그녀이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계속해서 제안이 들어온다. 사람은 쉽사리 성정이 바뀌지 않지만, 세라도 스스로를 위해서 좀 더 내지르고 살았으면, 도전해 버렸으면, 한번쯤 될대로 되라지~ 하며 좀 막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설희와 세이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세이는 조금씩 전생을 기억해 가고 있고, 설희는 그가 기억해내는 전생과, 자신이 기억하는 과거를 맞춰가면서 마음이 복잡해지고 있다. 자신의 과거에 닿아 있던 인물의 전생을 추적해가는 게 그녀의 목표였지만, 그 목표를 이루고 난 다음 일은 그녀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세이의 말대로 그녀는 늘 과거 속에서만 살지 미래가 없다. 죽지 않고 사는 불사의 몸이기에 더욱, 그녀에겐 미래가 없다. 이 역설적인 진실이라니!


400년 전에 가보았던 전봉사. 천년을 이어온 사찰은 옛 모습을 얼마만큼이나 남기고 있을까. 건물은 흔적을 찾기 어려워도 기억은 쉽사리 잊지 못하겠지. 게다가 그것이 그들의 신혼 여행이었다면... 



건물 그림이 자연스러운 것에 비하면 인물 그림은 여전히 부자연스럽다. 그게 강경옥 샘의 매력이긴 하지만.

설희가 자동차 뒷좌석에 기대어 자고 있는 건데, 시트에 기댔다기 보다는 침대에 누워 있는 듯한 모습...



그런데 또 오죽헌 모습은 아주 보기 좋다. 배경 어이스트가 있는 걸까. 아니면 원래 건물은 반듯하니까 사진처럼 나오고 인물만 부자연스러운 걸까? 대학 때 갔었던 오죽헌은 무척 인상 깊었다. 검은 대나무가 신기하기도 했고...



쉽게 잠들지 못하고, 또 쉽게 잠들 수 없던 깊은 밤이 그림에서 느껴진다. 



잠시 나왔던 백여 년 전 설희의 모습이다. 만주에 가겠다고 한 건 혹시 다이아몬드를 팔아서 독립운동 자금에 보태려고 했을까?


이렇게 긴 시간을 살아온 사람이라면 '조국'이라는 말은 사실 의미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이 땅에서만 내내 살았던 것도 아니고... 그녀라면 국가는 초월해서 살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만주라고 하니까 왠지 독립운동 자금이 생각났다.^^


베라의 생각대로, 불사의 몸이 되더라도 자신의 욕망을 채우지 못하고 여전히 허덕이며 산다면 길게 사는 인생이 도리어 지치게 할 것도 같다. 대단한 인류애와 탐구 정신으로 학문에 매진한다든지, 의학 발전에 이바지한다든지, 아니면 예술의 길로 빠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설희는 요리 따위는 아주 잘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여러 나라의 언어를 익힐 기회도 충분히 있었다. 그것 말고는 또 무엇을 하며 살았을까? 그저 전생만 몇 백 년 동안 기다리며 살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그녀의 외롭고도 서러웠을 그 빈 시간들이 궁금하다. 


위기가 닥쳤고, 그 위기는 다시 관계의 변화를 가져올 지도 모른다. 그 변화가 설희에게도 따스한 힘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그녀의 짙은 고독이 조금은 사그라들길 바라면서...... 


이제 그녀도 바꿀 수 없는 과거보다, 채 닥치지 않은 미래의 시간에 좀 더 기대며, 기대하며 살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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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4-10-09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희 이번 11권은 연재했던 분량이 아닌거군요. 저도 그럼 처음 보는 이야기일 거 같은데요.
설희는 몇 권이나 더 이어질까요.
저 그림 속의 오죽헌, 전에 가본 적이 있긴 한데요, 아마 설명이 없었다면 못 알아봤을 거에요. ^^
마노아님,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마노아 2014-10-10 14:20   좋아요 0 | URL
무료연재했던 분량이 지난 10권에서 끝났고 11권부터는 아마 유료 연재 분량인 것 같아요. 근데 어디서 연재 중이시지...???
80년대부터 활동하시던 그 시절 여류 작가님들 활동이 거의 전무하다 보니까 강경옥 샘의 설희는 가뭄 끝의 단비예요. 전 이야기가 길게 길게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옛 한옥이 비슷비슷해서 정말 설명 없으면 알아보기 힘들겠죠?
서니데이님! 이름처럼 화창한 오후예요. 오늘 내일은 낮기온이 제법 높네요.
이 따스함을 우리 같이 즐겨요.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