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아트홀 개관 10주년 기념작으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올라갔다. 국내 초연 창작뮤지컬이다. 작년 12월에 표를 예매했을 것이다. 류정한 주연이었으니까.

 

 

박은태도 나오니 애초에 두사람은 고정이었고, 개인적으로는 안유진으로 예매하고 싶었지만 동행인이 멀리 진주에서 왔기 때문에 토요일 표를 고집하느라 서지영으로 갔다.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작품은 대박이었다. 재작년 최고의 뮤지컬은 엘리자벳이었고, 작년에는 레베카였다. 올해는 일단 프랑켄슈타인으로 못을 박는다. 더 놀라운 작품이 또 나와주면 좋지만 일단은!

내용 구조가 지킬 앤 하이드와 비슷하다. 스릴러 소재에서 이미 관객을 사로잡기 좋았고, 1인2역을 맡은 배우가 많아서 캐릭터를 두루 구경하는 재미가 좋았다. 모두들 갈등이 깊은 인물들이어서 노래도 극적으로 흘렀고, 고음이 많이 나오다 보니 가창력을 뽐내기도 좋았다. 

 


빅터프랑켄슈타인 박사는 격투장의 주인 자크 역까지 두 배역을 연기했고, 프랑켄슈타인의 친구인 앙리 뒤프레는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실험 결과물인 '괴물' 역을 같이 소화했다. 굳이 분장을 확 바꿀 필요가 없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그밖에 빅터의 약혼녀 줄리아는 격투장에서 괴물에게 온정을 보여주었던 하녀 역을 겸했고, 빅터의 누이 엘렌은 자크의 부인 에바 역을 같이 했다. 또 빅터의 숙부 슈테판은 격투장의 투자자 페르난도를, 빅터의 충직한 집사 룽게는 격투장의 꼽추 이고르 역을 같이 해냈다. 애초에 기획을 이렇게 잡았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다. 사실 뮤지컬 볼 때는 빅터와 괴물만 1인2역임을 알았다. 나머지는 관심이 그다지 없어서 몰랐다가 프로그램 읽고서 알아차렸다. 하하핫....;;;;

 

 

무대도 조명도, 음향과 의상도 훌륭했고, 유머감각도 출중해서 완급조절도 완벽했다. 흠이 있다면 아직 ost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

 

 

류정한-박은태 조합은 완벽했다. 욕심이 생겨서 유준상-한지상 버전도 보고 싶다. 사실 유준상-박은태가 더 보고 싶지만, 하여간 한번 더 보고 싶은 걸로 마무리!

 


 



 

 


 



 

 

죽은 자를 되살려 살아있는 생명체, 또다른 창조물을 만들려고 한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작업이 가능한지 아닌지는 묻지 말자. 신이 되고자 한 그의 오만함도 일단 묻어두자. 아무튼 그의 실험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어 창조물을 만들어냈지만, 그 피조물은 창조자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애정을 담은 이름 대신 괴물이라고 명명한 대가로 그의 아들은 괴물이 되어버렸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이 어떻게 열리고 있는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버려졌고, 학대당하고 이용당한 괴물의 외로움과 고독함과 서러움을 작품은 잘 표현해냈다. 특히 에코를 넣어서 천천히 대사를 읊자, 괴물의 목소리는 신의 목소리처럼 들렸는데, 사실 캐릭터 자체만 따지면 프랑켄슈타인 박사보다 괴물 역이 더 매력적이었다. 내가 류정한 보러 갔지만 박은태에게 더 반하고 돌아왔다는 이야기~

 

 

 

괴물은 자신이 받은 가장 큰 고통을 돌려주는 것으로 복수를 완성했다. 홀로 남는 외로움, 혼자라는 절망감. '나의 지구를 부탁해'가 다시 또 떠오르고 말았다. 북극도 아닌 달에 홀로 남아서 9년을 버텨야 했던 외로운 아이가...

 

인간이 되고 싶었던 많은 창조물들이 떠올랐다. 가위손의 에드워드는 기괴한 얼굴 너머 얼마나 순수한 영혼을 가졌던가. 팀버튼은 프랑켄슈타인 같은 캐릭터에서 더없이 맑고 깨끗한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닐까? 역발상으로! 인간이 되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인간을 뛰어넘는 생명체로 나온 혹성탈출의 시이저도 떠오르고, A.I. 로봇의 꼭 안아주고 싶던 소년도 생각난다. 인간보다 더 인간다웠던 블레이드 러너, 그리고 터미네이터2의 아놀드까지...


 


 



 





 

 

 

아일랜드의 클론과, 이 작품의 원작으로 나 혼자 추정하는 월광천녀도 함께 떠올랐다. 근데 나의 월광천녀는 지금 누구한테 있는 거지??? 아, 클론 하니까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배두나도 생각난다. soul의 발음과 비슷해서 배경을 '서울'로 정했다던 워쇼스키 남매의 인터뷰가 떠오르는구나.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인간이 되고 싶은 욕망의 최고봉은 피노키오지. 꼭두각시 인형 피노키오 나는 네가 좋구나~



 

 



 





 

 

 

키보드가 망가져서 스페이스 바와 shift키와 엔터키가 잘 안 먹힌다. 엄청 뻑뻑해서 한번 누르면 다시 안 올라오고 있다.

별로 길지도 않은 글을 쓰는데 어찌나 오래 걸리던지.... 특히 받침 있는 글자 쓰기란...ㅜ.ㅜ 키보드 주문한 것 내일 꼭 도착했으면!!

 

 

'

(흔들린 사진들 모두 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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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3-31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보드 고장 때문인가봐요
죠기 위에 빅터의 <약혹년>이 있어요 ㅋㅋㅋ

뮤지컬은 한번도 본적이 없어서 뭔가 되게 어색할꺼 같아요.
대화를 노래로 하는거...^^::::

마노아 2014-03-31 09:19   좋아요 0 | URL
다시 고쳤는데 처음에 '약혹녀'가 되어서 재차 수정했어요.ㅋㅋㅋ 키보드 탓이 아닌가봐요..;;;;
일부러 류정한 사진 많이 올렸어요. 제가 전부터 닮았다고 했잖아요? ^^ㅎㅎㅎ

아무개 2014-03-31 10:42   좋아요 0 | URL
아..
참....
이런 말 하기 좀 그런데..
왠지 닮았군요...허허....

마노아 2014-03-31 12:31   좋아요 0 | URL
ㅋㅋㅋ제가 좋아하는 눈매랍니다.ㅎㅎㅎ

BRINY 2014-03-31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월에 류정한-한지상으로 예약했고, 5월에는 류정한-박은태로 막공 예약했어요. 한지상 배우가 너무 달리는 거 같아 컨디션 유지 잘할까 벌써부터 걱정이랍니다.

마노아 2014-03-31 22:59   좋아요 0 | URL
우왕, 두편 예매하셨군요. 잘하셨어요. 저도 또보고 싶어서 막 몸살 나네요. 한지상 배우님, 박은태 배우가 넘흐 잘하셔서 긴장해야겠어요.ㅎㅎㅎ

순오기 2014-04-01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은 문화생활은 여전하군요~ ^^
덕분에 문화생활에서 소외된 저는 문화생활 페이퍼의 수혜자로 대리만족을 한답니다! 꾸벅~ ^*^

마노아 2014-04-01 08:11   좋아요 0 | URL
하하핫, 이런 식의 소박한 대리만족도 필요해요.^^
4월에도 문화생활은 쭈욱 이어가겠습니다~

BRINY 2014-04-02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뮤지컬 모차르트!에 박은태, 박효신 나온다네요~ 아, 누구걸 보러가야할까요?

마노아 2014-04-04 16:10   좋아요 0 | URL
저 박은태 모차르트로 봐서 박효신 게 보고 싶긴 한데, 모차르트의 발랄함은 박은태에 잘 어울려 보이긴 해요. 임태경은 리스트에서 이미 제외..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