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똑똑한 고양이 ㅣ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57
피터 콜링턴 글.그림, 김기택 옮김 / 마루벌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4/0226/pimg_787603133977766.jpg)
냐용이는 매일 아침 현관문 앞에서 기다렸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누군가 자기를 봐 줄 때까지 기다렸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4/0226/pimg_787603133977767.jpg)
주인 아저씨는 회사 늦는다며 비키라고 했고, 주인집 딸과 아들도 모두 바쁘다며 냐옹이를 귀찮아 했다.
냐용이는 여전히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아주머니는 마침내 밥을 챙겨 주었지만 너 때문에 지각한다며 짜증을 냈다.
그렇게 날마다 기다리기만 하던 냐옹이는 어느 날 더 이상 기다리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선반으로 올라가 통조림을 꺼내서 직접 밥을 챙겨 먹었다.
식구들이 깜짝 놀란 것은 당연했다.
순식간에 귀찮은 골칫거리 고양이에서 '똑똑한 고양이'가 되는 순간이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4/0226/pimg_787603133977768.jpg)
다음 날 아주머니는 냐옹이에게 열쇠를 맡겼다. 똑똑한 냐옹이는 현관문을 직접 열었다.
이튿날 아주머니는 아예 현금카드를 내주었다. 고양이밥 사둔 게 없으니 돈을 찾아서 통조림을 사먹으라는 것이다.
냐옹이에겐 문제 없었다. 돈을 직접 찾았고 장을 보았다. 산책을 나갔고, 돈을 찾아서 근사한 식사를 주문했다.
통조림과는 비교할 수 없는 충격적인 맛이었다!
내친 김에 쇼핑도 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별세상이 열린 것이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4/0226/pimg_787603133977769.jpg)
그뿐이 아니었다. 영화도 보러 갔고, 카지노도 가면서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다.
퍼펙트한 세상이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던가! 냐옹이는 현금카드를 아무 생각 없이 써버렸고, 그 바람에 주인집 가계에 구멍을 내고 말았다.
두 사람이 말했던 것이다. 너도 돈을 벌라고! 똑똑한 고양이였으니 돈을 버는 게 불가능하지 않았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4/0226/pimg_787603133977770.jpg)
단골 식당의 지배인을 찾아가서 일자리를 부탁했고 이내 서빙직을 얻었다.
냐옹이는 하루종일 일했다. 나르고, 나르고, 나르고... 그렇게 쉴 새 없이 일만 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제 손으로 밥을 해 먹고 설거지를 해야 했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일해서 받은 급여는 모두 카드 대금과 집세로 나갔다.
남은 돈은 통조림 한 통 살 수 있는 금액이 전부였다.
제 스스로 일을 해서 돈을 버는 노동자가 된 순간, 냐옹이는 노동력을 착취 당하는 일꾼이 되고 만 것이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4/0226/pimg_787603133977771.jpg)
피곤에 지쳐 늦잠을 잔 게 사단이었다. 재고의 여지 없이 일자리를 빼앗긴 냐옹이.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해고된 냐옹이를 그다지 딱하게 여기지 않았다. 다른 일을 어서 찾아보라는 것이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4/0226/pimg_787603133977772.jpg)
밖으로 나온 냐옹이는 계단 위에서 늘어지게 낮잠 자는 다른 고양이들을 쳐다보았다.
지금껏 지나다닐 때마다 일도 하지 않는 한심한 녀석들이라고 혀를 찼던 그 친구들이었다.
똑똑한 냐옹이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4/0226/pimg_787603133977773.jpg)
이후 냐옹이의 기다림의 시간이 다시 찾아왔다. 스스로 현관문을 열지도 않고, 아침밥을 챙기지도 않고, 일자리를 구하지도 않았다.
그저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기만 했다.
주인집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답답해 하며 혀를 차고, 또 한심스러워도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결국, 아주머니는 다시 냐옹이에게 밥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챙겨준 밥을 맛있게 먹고 냐옹이는 다른 친구들처럼 늘어지게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4/0226/pimg_787603133977774.jpg)
이제껏 냐옹이에게 한심스럽다는 시선을 받았던 고양이들은 그제야 냐옹이가 똑똑한 고양이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풍자가 기막힌 작품이다. 이 짧은 그림책에서 자본주의와 노동자가 모두 보이고, 배고픈 소크라테스와 배부른 돼지도 떠오르고, 진짜 똑똑이와 헛똑똑이가 누구인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고양이가 사람처럼 행동하고 일을 하고... 그러지는 못하지만,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고양이는 영물이어서 할 수 있는데 일부러 '안' 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도 든다. 내가 똑똑한 척 해봤는데 그거 피곤하더라고. 진짜 똑똑하게 사는 건 따로 있다니까... 이러면서 사람을 우습게 보고 있지는 않은지... 그런 상상도 해본다.
내가 좋아하는 '작은 기적'의 작가 피터 콜링턴 작품이다. 절판되어서 검색해도 잘 나오지도 않는다. 그게 제일 애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