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 때 되면 오늘이 무슨 날이냐고 묻는 리포터의 질문에 길가던 사람들이 "발렌타인 데이요!"하고 외치는 영상이 나오곤 했다. 

신기하게도 대보름날과 자주 겹친다. 

요즘은 보태기 설명이 하나 더 늘었다. 오늘이 안중근 의사가 사형판결을 받은 날이라는 것!



 


경기도 교육청의 바람직한 광고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손가락을 잘라 조국을 위해 일할 것을 맹세했던 그분은 제 목을 바쳐 그 조국에 헌신했고, 그 시신은 돌아오지 못했다. 100년도 더 전의 일이다.

 



안중근 의사도 대단하지만 그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도 놀라운 분이시다.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여기지 말라며 항소하지 말라는 이 의연함 앞에 숙연해지고 부끄러워진다. 이렇게 피흘려 지킨 조국의 현실은....;;;;

 

 








몇 해 전 뮤지컬 '영웅'이 처음 막이 올랐을 때, 오프닝 날이 10월 26일이었다. 보통 이런 공연은 월요일이 휴무지만, 그날은 월요일인데도 날짜의 중요성을 기려서 오픈했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던 바로 그날. 같은 날 또 다른 독재자가 부하 손에 죽던 그 날 이 작품을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류정한 주연으로. 그 후 몇 차례 더 뮤지컬이 진행되었는데 최근 주연으로 JK김동욱이 나왔다. 마성의 목소리를 지닌 이 남자의 노래가 궁금했는데 지난 번 '해를 품은 달'을 보러 예술의 전당에 갔을 때 오페라 극장에서 이 작품 실황을 무대 밖 TV로 볼 수 있었다. 때마침 가장 하이라이트인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었다.



아무리 노래 잘하는 가수라 하더라도 뮤지컬 무대에 서면 긴 시간을 다 소화해내는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려운 법. 마성의 목소리도 음이탈로 문밖 관객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 중요한 노래에서..ㅜ.ㅜ

사형 당시 안의사의 나이는 31세였다. 오늘날의 31세를 생각하면... 정말 상상도 가지 않는 의기다. 나의 31세도 마찬가지였다. 

'더 킹 투 하츠'에서 이순재는 아들 조정석에게 부끄러움을 아는 자가 되라고 했다. 부끄러운 짓을 하지 말라고 가르쳐왔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부끄러운 짓을 했을 때 그것을 알아차리는 거라고. 어제 두가지 중요한 재판이 있었다. 모진 시간 무죄 판결을 기다려왔던 분들에게 사죄를 해도 모자를 판에 반박성명을 냈다. 인간의 얼굴을 기대하지 않았으니 사죄하지 못하겠거든 부디 그 입 다물라, 다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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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로 2014-02-14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의 서재를 눈팅하고 있는 독자인데요... 위에 소개하신 책 중에서, 초록색 표지로 된 "시대의 스타카토: 안중근 이상 남인수 황우석 김연아"라는 책은 부적절해 보입니다. 남인수는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황우석은 안중근, 이상, 김연아와 나란히 있어서는 안 되는 이름이거든요. 이왕이면 다른 책으로 바꿔주세요. ^^

마노아 2014-02-14 21:43   좋아요 0 | URL
제가 이글 쓰고 나가면서 조갑제 옹 책은 뺄까? 생각했는데 다른 책에서 원성이 들어왔네요.
책은 기꺼이 뺐습니다. 말씀대로 부적절한 선택이었어요.

수퍼남매맘 2014-02-15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월 14일이 안중근 의사 사형선고날이었군요. 저도 몰랐네요.
다음에는 아이들에게 꼭 알려줘야겠어요.

마노아 2014-02-15 17:40   좋아요 0 | URL
3월 26일에 사형이 집행됐어요. 그때 더불어서 안중근 의사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면 좋을 듯해요.
안의사를 닥터로 아는 아이들이 있으면 곤란해요.ㅠ.ㅠ

순오기 2014-02-17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기도 교육청 덕분에
올해는 광주시교육청도 안중근 의사 사형선고일이라는 안내장을 보내서
우리동네 학교에서는 발렌타인 데이라고 초콜릿 돌리는 걸 자제했어요.

마노아 2014-02-17 11:33   좋아요 0 | URL
안중근 의사와 초콜릿은 분위기가 너무 상반되죠. 경기도 교육청이 바람직한 본을 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