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SION 과학

제 2049 호/201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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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몸매·성적도 좌우하는 막강 물질, 호르몬

호르몬의 힘은 막강하다. 외모, 성격, 기분, 기억력 등에 관여하며 몸과 마음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친다. 호르몬은 밀리그램(mg, 1mg=0.001g)으로 측정한다. 매우 소량이지만 그 양이 조금만 많거나 적어도 우리 몸은 바로 혼란에 빠진다. 80여 개의 호르몬 중 어느 하나에만 변화가 생겨도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탄 듯 변덕스러워지거나 살이 쑥쑥 빠지고 탈모 증상이 나타나며 우리에게 바로 신호가 온다. 

∎ 오늘따라 까칠? 그녀는 죄가 없다 

여성에게 생리 시작 전 일주일은 한 달 중 가장 괴로운 시간이다. 온몸은 붓고 열이 나며 뾰루지가 올라오고 두통이 찾아온다. 기분은 최악이다. 우울하고 불안하며 예민해 쉽게 화를 내거나 신경질을 부린다. 월경 전 증후군으로 100개 이상의 증상이 있다. 하지만 그녀는 죄가 없다.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를 타는 에스트로겐 탓이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도파민과 단짝이다. 에스트로겐의 농도가 올라가면 두 호르몬도 분비량을 늘리고 에스트로겐 농도가 감소하면 같이 줄어든다. 생리 전 일주일은 배란기에 최고점을 찍었던 에스트로겐 분비량이 빠르게 떨어지는 시기다. 기분도 함께 급격히 나빠진다. 

특히 세로토닌은 스트레스와 걱정에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가뜩이나 양이 적은 시기에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평소보다 더 감정이 격해져 쉽게 울고 화도 잘 내게 된다. 호르몬의 효과가 얼마나 강력한지는 1981년 미국에서 중범죄를 저지른 두 여성을 변호할 때 월경 전 호르몬에 의한 감정변화가 이유라고 호소해 이슈가 됐던 사건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때 세로토닌의 분비량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생선이나 달걀, 치즈 콩, 우유처럼 트립토판이 많은 음식을 먹는 것이다. 트립토판은 필수 아미노산으로 뇌에 도착하면 화학적 단계를 거쳐 세로토닌으로 바뀐다. 

아이스크림이나 쿠키 등 달콤한 간식을 먹는 것도 좋다. 이 시기에는 또 다른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이 당 대사 속도를 늦춰 혈당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단 음식이 당긴다. 그럴 땐 고민 말고 먹자. 혈당이 높아지면 인슐린의 분비량이 늘어나고, 인슐린은 트립토판을 뇌로 빠르게 운반하고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해 기분전환에 도움이 된다. 

∎ 아저씨 똥배는 게을러서가 아니다 

기분 뿐만 아니라 몸매도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40대가 되면 남자는 똥배가 나오기 시작한다. 먹는 양이 증가한 것도 아니고 운동을 꾸준히 해도 마찬가지다. 원인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다. 남성은 보통 35살부터 매년 1%씩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해 예순이 되면 30대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들면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고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의 활성도도 떨어진다. 기초대사량은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쓰는 최소의 에너지다. 청소년기에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는데, 이는 기초대사량이 높기 때문이다. 기초대사량이 낮아진 40~50대 남성은 조금만 먹어도 쉽게 살이 찐다. 그렇게 얻은 뱃살은 테스토스테론을 감소시키고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들면 다시 뱃살이 찐다.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되는 것이다. 40대에 나오는 똥배는 소위 나잇살이라고 한다. 그 말이 정답이다. 

∎ 벼락치기는 맘 편히 해야 효과가 있다 

시험공부도 호르몬을 알면 좀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죽을 때까지 우리는 쪽지시험, 중간•기말고사, 토익, 승진시험과 같은 다양한 시험 속에 파묻혀 산다. 문제는 시험지를 받으면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텅 빈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시험 기억상실증이라는 이 현상의 원인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에 있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의 심리학자 도미니크 케르뱅은 이와 관련해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눈 뒤 60개의 단어를 외우게 하고 다음 날 시험을 봤다. 첫 번째 그룹은 혈액 속에서 코르티솔로 바뀌는 코르티손이라는 물질이 담긴 알약을 단어 암기 직전과 직후에 먹었다. 두 번째 그룹은 시험 60분 전에 코르티손 알약을 먹었고 세 번째 그룹은 가짜 알약을 투약했다. 참가자 모두 자신이 먹은 알약이 무엇인지 모르고 시험을 치뤘다. 결과는 어땠을까. 

첫 번째와 세 번째 그룹은 시험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반면, 두 번째 그룹은 단어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 60분 전 체내로 들어간 코르티손이 코르티솔로 바뀌면서 서서히 농도가 높아져 시험을 보는 시점에서 최대치를 기록하며 기억차단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험 직전에 외운 내용은 기억이 잘 안나는 것이다. 게다가 코르티솔의 농도가 올라가면 이해력도 떨어져 시험 때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럴 때는 차라리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렸다가 시험을 치는 것이 현명하다. 시험지를 받은 뒤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서서히 분해되면서 기억력과 이해력이 서서히 회복되기 때문이다. 시험공부는 시험시간 열 두시간 전에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시험 직전에 하는 공부는 시험 성적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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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4-01-22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리 직후 여성호르몬 증가로 가장 예뻐보인다는 글을 며칠 전에 보기도 했다.

hnine 2014-01-22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리 직전 식욕이 증가한다는 것도 좋은 구실 (?)이 될때가 있지요.
호르몬이야 말로 아주 적은 양으로 큰 영향력을 가지는 우리몸의 "요~물" 이어요.

마노아 2014-01-23 12:46   좋아요 0 | URL
아, 요물이라는 표현이 딱 적격이네요. 생리 기간 내내 왕성한 식욕을 늘 정당화하곤 했죠. 물론, 생리 때만 그런 건 아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