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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문화생활을 11월에 정리했어야 했는데 못하고 12월이 되었다. 그 12월도 며칠 안 남았다. 그래서 부랴부랴 간략하게 정리해 보려고 한다. 


10월 3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뮤지컬 갈라쇼가 있었다. 이름하여 'music of night'

관람료가 2만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터여서 냉큼 표를 구입해서 갔다. 같이 가자고 몇몇 지인에게 연락을 했는데 거절 당했다. 뷔페를 가면 하나의 음식에 특화된 경우가 별로 없는 것처럼, 이렇게 많은 뮤지션들이 나오는 공연은 별로인 경우가 많아서 나도 크게 기대를 했던 건 아니다. 갈 때 엄청나게 삽질을 했고, 돌아올 때도 버스 반대 방향으로 잘못 타고 삽질을 거듭해서 무척 힘들었지만, 두시간에 걸친 이날의 공연은 뜻밖에도 매우 재밌었다. 


원래도 과대평가 되었다고 여기고 있던 김소현 무대는, 역시나 나는 좀 별로였고....;;;; 성량은 좋았던 브래드 리틀의 무대도 크게 와닿지 않았다. 내가 잘 몰랐던 배우 박혜나의 캣츠, 위키드 무대는 다소 흥미로웠고, 윤형렬의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는 이틀 뒤에 보게 될 '노트르담 드 파리'에 대한 기대를 더 높여놨다. 그리고 누군지 모르고 들었던 다비치 이해리의 천국의 눈물은 감탄하며 들었다. 역시 불후의 명곡에서 나를 감동시켰던 그 실력 그대로다. 그밖에 양준모, 최수형, 한지상이 나왔고, 송용진은 오후 3시에 엉덩이를 들지 않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락음악을 선보이며 고생을 했다. 무척 궁금했던 마이클 리는 이 무대를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게 아니라 사장님 감사해요! 버전으로 치환시켜서 다소 불쾌했다. 제일 별로였던 것은 사회자였는데 이름은 까먹은 여자 MC가 너무 성의없이 준비해 오고 진행도 별로 못해서 좀 그랬다. 게다가 우리말 버전이 있는 곡들도 죄다 영어로 불러서 이건 좀.... 윤형렬이 우리말로 노래 불러줘서 어찌나 고맙던지...ㅎㅎㅎ


쓰고 보니 좋았던 건 이해리와 윤형렬 뿐이었던가? 나 꽤 좋게 보고 왔는데 이상하다...^^

















이틀 뒤에는 몇 달 전에 예매를 해두었던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보러 갔다. 나의 뮤지컬 파트너는 무려 진주에서 올라왔는데, 서울에 한 번 오면 차비 아깝지 않게 여러 곳을 가려고 한다. 이날은 인사동과 북촌 마을을 다녀왔다. 인사동에선 '토토의 오래된 물건'에 들어갔다. 입장료가 조금 아깝긴 했지만 옛 추억도 되새기면서 사진은 많이 찍었다.



낮부터 엄청 돌아다녀서 정작 중요한 뮤지컬을 볼 때는 1부에서 조금 졸고 말았다. 아까비, 아까비....ㅜ.ㅜ

두권으로 된 원작 소설을 1권만 읽고서 보는 바람에 사실 엔딩을 몰랐더랬다. 그래서 슬프게 끝나고 나니 막 안타까워가지고....;;;; 


윤형렬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바다는... 잘 부르지만 그래도 뭔가 영혼이 담긴 캐릭터의 재현은 아닌 것 같아서 다소 아쉬웠다. 뜻밖의 수확은 프롤로 신부 역을 맡은 민영기였다. 사실 지금껏 민영기가 출연한 뮤지컬을 많이 봤는데도 크게 기억에 남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대단한 배우라는 것을 실감했다. 노래도 연기도 모두 잘한다. 그동안 임팩트가 없었던 것은 내가 배우 얼굴을 밝혀서였던가....;;;;;


정동하 그랭구아르 역을 맡았는데, 예상했던 대로 연기는 뻣뻣해서 별로였다. 그런데 커튼 콜 때 무반주로 노래 부르는 것 보고 완전 뻑 갔다. 아, 노래를 잘하니 연기 못하는 건 용서가 돼!!!


뮤지컬에서 아크로바틱을 응용하는 사례가 많아졌는데, 이번 작품에선 그걸 절묘하게 잘 사용했다. 가끔 어울리지 않게 남용해서 극의 흐름도 방해하고 이해도 안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엔 조화롭게 적절히 사용했다. 손도 발도 대지 않고 바로 재주 넘기를 하는 배우들이 몸이 가벼울 것 같은데 근육질 남자야. 신기하네~










그 다음 주에는 성곡 미술관에서 열린 구본주 10주기 전시회를 다녀왔다. 판화가 이철수 씨의 나뭇잎 편지에서 극찬을 보고 냉큼 다녀왔다. 가서 또 헤맸다는 이야기, 돌아나올 때 또 헤맸다는 이야기는 자세히 하지 말자. 다시 슬퍼지니까...;;;;



헐레벌떡 뛰어가는 샐러리맨의 모습에서 직장인의 애환이 느껴진다.



파업 투쟁하는 시민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게 강산이 바뀌기 전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늘 종로에는 닭장 차뿐 아니라 어마어마한 분량의 관광차가 동원되었는데, 거기에는 관광객이 아니라 전경이 타고 있었다. 휴우...



내년은 동학농민 혁명 120주년이다. 갑오년을 앞두고 있자니 이 작품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저 펄떡펄떡 뛰고 있는 근육의 느낌과 죽창에서 목숨을 내건 결기가 느껴진다.



전시관 하나를 통으로 꾸며 놓았는데 제목이 '별이 되다'였다. 형광으로 빛나는 작품을 보고 있자니, 사람이 죽어서 별이 된다고 들어왔던 어린 시절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오래오래 바라보다가 나왔다.



눈치 백단이라고 해야 할까. 직장 생활 오래 하면 그리 된다고 하는데, 난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ㅜ.ㅜ

작품이 무척 좋아서 도록을 사고 싶었는데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정 원하면 나중에 택배로 배송 받으라고...;;;;

얼마 전에 본 뮤지컬 카르멘에서도 프로그램이 아직 안 나왔다고 했는데 왜들 이러실까나...










10월의 두번째 일요일은 간송 미술관의 가을 전시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집에 있기 답답해 하시는 엄니를 모시고 다녀왔는데, 한시간을 줄을 서고 나니 엄니 허리 아프다고 정작 본 전시회는 휙 둘러 보시고 바로 밖으로 나가서 정원 구경만 하다가 내내 앉아 계셨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거리 축제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국악에 맞추어 율동을 하시는 아리따운 한복 아줌마들의 공연에는 무척 열광하셨다. 내가 엄니의 취향을 고려하질 못했네. 엄마 미안... 이라고 써놓고 보니 왠지 내가 이 이야기를 한 것 같아... 언제 했지? 찾아보니 정말 했네.... 쏘리...ㅜ.ㅜ


10월 넷째 주에는 라이프 사진전을 다녀왔다. 그동안 많은 사진전을 보아왔는데, 올해에 본 것 중에는 가장 좋았다. 이 전시회에 대한 소개는 나중에 도록과 함께 다시 정리할 생각이다.





마지막 사진은 현재 알라딘 올해의 책 투표 경품으로 걸린 북선반과 닮아 있다. 열심히 클릭하고 있는데 행운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틀 뒤에는 파주 보리 책놀이터 재개장 잔치에 다녀왔다. 가는데 무려 3시간이나 걸린, 초특급 삽질에 대해서는, 역시 예의상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나 울 것 같다.ㅜ.ㅜ





보리에서 나온 책들을 전시해 놓은 공간이다. 가운데에 푸르게 푸르게 식물이 자라는 게 신선했다. 이곳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곳인데, 아침에 출근할 때 멀쩡했던 양말이 모두 구멍이 나 있어서 화들짝 놀라 맨발로 들어갔다. 우째 이런 일이....;;;;



책장 뒤쪽으로는 카펫이 깔려 있고, 아이들이 마룻바닥에서 뒹굴면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보기만 해도 아늑하고 푸근했다.



세밀화로 유명한 보리답게 각종 짐승들의 '똥' '전시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ㅎㅎㅎ



무슨 똥일까요? 다람쥐 똥이라고 하네요. 냐하하핫!!



계단 올라가는 길목에 전시된 책 제목들이다. 색깔이 요란해서 예쁘지는 않다. 그래도 반가운 책 제목들이 있어서 찰칵!



이날의 식사는 무려 '유기농 뷔페'였다. 이렇게 많은 나물들을, 그것도 정성이 가득 담긴 형태로 먹을 수 있다니!

유기농 막걸리가 몇 순배 돌고, 흥이 난 윤구병 선생님은 어깨 춤을 추셨다. 얼쑤~



윤승운 선생님께 받은 싸인! 내 펜을 들고 가버리셨지만 펜 쯤이야...ㅎㅎㅎㅎ











행사장에서 준 선물이다. 변산공동체에서 재배한 우리밀을 받아왔는데 여태 먹지 않은 게 퍼뜩 떠올랐다. 부침개라도 해먹어야지... 어쩐지 부침개를 내가 할 수 있을 것만 같아!!!


뷔페 업체에서 남은 음식을 모조리 낱개 포장해 주었다. 내가 가져온 한과와 떡과 과일들이다. ㅎㅎㅎ










억새 축제 다녀온 이야기는 이미 페이퍼로 썼으니 패쓰~


http://blog.aladin.co.kr/manoa/6660536 오늘까지랍니다.


10월은 양질의 문화 생활을 많이 했는데 마지막은 알라딘 강연회로 장식했다. 건축가 승효상 씨의 '빈자의 미학'이라는 강연이었는데, 미안하게도 많이 졸아서 기억나는 게 거의 없다. 다이어리에 뭘 적긴 적었는데 하도 겹쳐 써서(조느라) 나도 못 알아보겠...;;;; 3부작 강연이었는데, 이후 강연은 엄니 입원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여러모로 아쉽다.ㅜ.ㅜ









10월은 영화도 좋았던 게 많았고, 이곳저곳 문화생활도 알차게 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이 돌아다니면 확실히 책은 양껏 읽지 못한다. 두마리 토끼를 다 잡기는 어려운 노릇! 그래도 만족스러웠던 가을 날들이었다. 그 모든 곳들에 엄마하고 다니지 않았던 곳은 거의 혼자 다녀왔다는 게 약간 슬프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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