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내게 닿지 않기를 - 뉴 루비코믹스 743
요네다 코우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요네다 코우의 작품은 세번째다. 미리 얘기하자면 앞서 읽은 책들도 좋았지만 이 책이 가장 좋았다. 그런데 이 책이 첫 단행본이라고 한다. 첫 작품에서 이미 홈런을 친 작가였구나!



どうしても觸れたくない

요게 원작인데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 일단 영어 제목으로 본다면 우리말 번역 제목이 아주 마음에 든다. 이렇게 역설적이고, 이렇게 간절하게, 그리고 이렇게 시적으로 들리다니......


BL 만화 중에는 BL을 위한 BL이 많은데, 이 작가의 작품은 등장인물이 둘다 남자일 뿐, 사람과 사람의 사랑 이야기에 집중한다. 그러니까 이들의 마음이 서로에게 기울고, 그 마음으로 힘들어 하고, 그 관계로 지쳐가며 또 회복되는 모든 과정이 무척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이런 기분을 주었던 작품으로는 마리모 라가와의 '뉴욕 뉴욕'과 박희정의 '마틴 & 존' 정도였는데, 이 작품은 짧은 분량 안에서 무척 큰 성과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그림도 훌륭하다. 조금은 무심하게, 대충 그린 듯하지만, 그 무심한 표정 안에 감정이 녹아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들었는데, 잠이 확 달아날만큼 진지하게 읽어나갔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과거, 내게 트라우마를 안겨 준 과거. 그 과거가 발목을 잡는다. 당신을 위해서였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이기적인 내 마음 때문에 상대를 밀어냈다. 내가 상처받는 게 싫어서 당신이 어찌할 수 없는 과거를 원망하게 만들었다. 그게 얼마나 잔인한 일이었는지,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차리는 순간,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곳이 직장이어어도 멈출 수 없었다.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던 말을 상대방이 알아차렸던 이 순간의 연출이 가장 아프게 다가왔다. 가장 인상깊고 공감도 갔다.



집에 난 불을 꺼주지 못했던 그 하얀 눈. 그 차갑고 서럽던 눈이 연인의 어깨 위에 내릴 때는 모처럼 따뜻하게 보였다. 

이 눈 역시 두 사람의 마음에 난 불을 꺼주지는 못하리라. 그래도 좋을 눈이다. 



뭔가 휘리릭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컷의 분할이다. 대사가 오고 가고, 눈을 감고, 상대를 끌어안은 손에 더 힘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을 고백도 남긴다. 멋진 장면이다.



이 장면의 연출도 마음에 든다. 누워 있기 때문에 옆으로 누운 그림과, 그걸 또 거꾸로 잡은 컷이 자연스럽다. 행복하다면서 눈물이 나는 그 마음도 이해가 간다. 두 사람의 장거리 연애가 잘 이어지기를! 그리고 부록처럼 따라나온 오노다 과장의 우울은 치료가 되기를! 심각한 이야기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이 균형 감각이 참 좋다. 


내가 알기로는 요네다 코우의 작품은 이렇게 딱 셋이다. 일본에서는 모르겠지만 국내도서로는. 이 작가의 장편은 어떠할지 기대가 된다. BL 여부 상관 없이 다양한 작품을 많이 내줬으면 좋겠다. 나는 팬으로서 기다리련다.


댓글(6) 먼댓글(1)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섬세한 사랑을 한다.
    from 그대가, 그대를 2015-10-25 16:39 
    인 디즈 워즈와 부디 내게 닿지 않기를 비슷한 시기에 읽었다. 둘 다 유명했지만, 인 디즈 워즈 쪽이 워낙 강렬해서 더 인기가 많아 보였다. 그래도 섬세함과 감성의 부딪힘을 손든다면 압도적으로 요네다 코우다. 이 책은 '부디 내게 닿지 않기를'의 스핀 오프에 해당한다. 사실 이 책을 먼저 읽는 게 순서상으로 맞다. 작가의 설명이 이렇다. atrer9와 다정한 거짓말은 소용 없다는 모두 이 책에 함께 실려 있다. 시간 순서는 이렇지만 각각 읽는다 해도 큰
 
 
2013-10-21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1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1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1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4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4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