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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속의 세계사 ㅣ 창비청소년문고 10
이영숙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평점 :
전작 '식탁 위의 세계사'를 재밌게 보았다. 덕분에 기대치가 높아져서 이 책에 대한 만족도는 다소 떨어졌지만 다음 시리즈가 또 나온다면 기꺼이 지갑을 열 생각이다.
앞의 책이 '식탁' 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먹거리에 얽힌 세계사였다면, 이번 책은 옷장 속, 그러니까 옷에 얽힌 역사를 다루고 있다.
· 청바지: 금광을 찾아서! 캘리포니아의 ‘골드러시’
· 비 단: 실크로드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 벨 벳: 짧았던 프라하의 봄과 부드럽게 이룩한 벨벳 혁명
· 검은 옷: 블랙 마니아 펠리페 2세, “검은 옷만 입어라” 크롬웰
· 트렌치코트: 전쟁의 참호에서 피어난 멋
· 마녀의 옷: 잔 다르크가 마녀라고?
· 바 틱: 인도네시아 인들의 삶과 함께하는 염색 옷감
· 스타킹: 합성 섬유의 왕, 나일론
· 비키니: 비키니가 섬 이름? 핵 실험의 진원지!
· 넥타이와 양복: 말더듬이 왕 조지 6세, 양복 입은 황태자 히로히토
아마도 내가 덜 재밌게 느낀 것은 기대치도 있지만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기 때문에 무척 쉽게 서술되어 있다. 엄마가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청바지를 이야기하면서 미국의 서부개척사, 골드 러시를 언급하고 있다. 당연히 이곳에서 희생된 원주민들 이야기를 피해갈 수 없다.
땅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떠올려 보니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가 떠올랐다. 한껏 욕심을 부렸지만, 기껏해야 제 한몸 뉘일 관 자리 만큼밖에는 얻지 못하면서 욕망의 노예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 말이다.
지식채널도 떠올랐다. 지식e를 처음 읽었을 때 맞닥뜨린 첫 영상이었는데 무척 감동적이었다.
몇달 전에 죠니 뎁 주연의 영화 '론 레인저'도 바로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슬프고 우스꽝스러운 인디언 역의 죠니뎁이 떠오른다. 아,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 주연의 '파 어웨이'도 이 시대를 이야기 했지. 아마 찾아보면 더 나올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도 같이 보고 이야기도 나눈다면 더 좋겠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1차 세계대전은 '참호전'으로도 통한다. 참호 속에서 대치하고 있으니 전쟁은 길어지고 양측의 피해는 더 커져간다 섣불리 나올 수 없고, 섣불로 공격하기 힘든 이 구도를 깨게 만든 것은 탱크였다. 사진으로 보니 무시무시한 위력이 더 크게 느껴진다. 더불어, 미순이 효선이도 생각나네....
다비드 칼리의 '적'을 같이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바로 이 전쟁 중의 참호를 소재로 한 그림책이다. 아주 짧지만 깊은 여운을 남겨주는 좋은 책이다. 더불어 '크리스마스 휴전'도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역시 지식채널로도 접할 수 있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제목이 뭐였더라... 아, '메리 크리스마스'였다. 다이앤 크루거 주연의...
할로윈 망토를 가지고 펼쳐낸 이야기의 주인공은 잔다르크다. 마녀로 몰려서 화형당한 비운의 영웅!
이 책에서는 12세에 계시를 받았다고 하고, 인터넷 검색에선 16세로 나오고, 영화 잔 다르크에선 13세로 나온다. 도대체 어느 나이가 맞는 겐가!! 뭐, 크게 차이가 나는 건 아니지만 느낌으로는 제법 차이가 나서 말이다. 예전에 윤석화 씨가 뮤지컬 명성황후를 공연할 때 인터뷰에서 명성황후를 가리켜 한국의 잔다르크라고 했던 게 떠오른다. 그녀의 죽음이 안타깝고 참혹했지만, 그래도 잔다르크가 무덤에서 일어날 일 아닐까...
아, 그러고 보니 또 가지를 치게 된다. 근래에 들었던 팟캐스트 방송 중에서 명성황후가 사실은 살아서 러시아로 도망을 갔다고 주장하는 분이 계셨다. 제시하는 근거들이 아주 황당하지는 않았는데 이분이 방송에서 자꾸 반말을 해서 기분 나빠서 더 이상 듣지 않는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니 다시 돌아가 보자.
인도네시아를 식민 지배했던 네덜란드. 본인들도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았으면서 인도네시아를 아주 탈탈탈 털어 먹었다. 이 그림처럼!
그렇다면 인도네시아는 온전히 희생양인가! 그럴 리가! 인도네시아도 주변 약소국을 털어 먹었다. 그 과정에서 독립한 게 동티모르 아닌가. 이 부분을 읽으면서 김구 선생님이 떠올랐다.
-백범 김구선생의 문화강국론 중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는 우리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힘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
이런 게 아름다운 나라인 것을... 오늘 이 이야기를 하다가 조카가 '아름다운 나라'면 미국 아냐? 라고 물었다. 하하핫, 글자가... 그러네. 거긴 쌀이 많이 나는 나라야...라고 고쳐줄까 하다가 관뒀다. 거기든 여기든, 제발 진정한 의미의 아름다운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키니 수영복의 이름은 비키니 섬에서 따왔다. 당시 이곳에서 이뤄진 핵 실험의 충격에 빗대어 새로운 옷을 강조한 것이다. 거대하다 못해 차라리 웅장하기까지 한 버섯구름이라니... 저자가 말한 것처럼, 이 장면이 기가 막힌 것은 이 실험이 일본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이듬해의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한순간에 '섬멸'해 버리는 위력을 보았으면서도, 그후 얼마나 많은 핵무기가 개발되어 왔던가. 그러니 그게 우리 것이든 남의 것이든 모두 반대해야 마땅하다.
이 책 168쪽에는 이렇게 기술되어 있다.
-일본에 있는 여러 도시 가운데 히로시마가 목표가 된 이유는 그곳에 일본의 군수 산업체가 많았기 때문이었다고 해. 하지만 그 외에도 그곳이 아직 폭격을 받지 않은 평화로운 도시이기 때문에 핵폭탄의 위력을 더 잘 알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히로시마가 평화로운 도시였기 때문에 위력을 더 잘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나도 알아왔는데, 여기에 군수 산업체가 많은지 몰랐다. 그렇다면 왜 진즉에 군수산업체가 많은 이곳이 폭격이 되지 않았을까? 핵무기 아닌 다른 무기로 말이다. 지리적 요인이 있나? 문득 궁금해졌다.
넥타이와 양복 편에서는 영국의 에드워드 8세, 스스로 왕좌에서 내려온 뒤 윈저공으로 남은 이 사람을 주목했다. 윈저 공은 제법 근사해 보이는데 옆의 심프슨 부인은 좀... 표정 때문인가, 머리 스타일 때문인가... 아무튼 패션의 아이콘으로 보아주기는 좀 힘들어 보인다. 끙!
비교적 대륙 간 균형도 맞추어서 목차를 짠 듯하다. 재미와 정보, 그리고 감동도 함께 주려고 노력했고 활자 속의 역사가 아닌 우리의 일상 속 역사를 끄집어낸 것이 무엇보다도 마음에 든다. 시리즈에 탄력을 받아서 다음 이야기도 계속 나왔으면 한다. 신발장이라든가, 책상이라든가 뭐 더 아이디어 없을까? ^^
덧글) 56쪽 4줄에 '위치한 정책에 힘입어' 라는 표현이 나온다. '위치한 정책'이 뭔지 모르겠다. 단순 오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