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는 예술의 전당을 두차례 갔다. 첫번째 가서 보고 온 전시회가 '시크릿 뮤지엄'
한달 조금 더 지났을 뿐인데 가서 뭘 보고 왔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크게 인상 깊지 않았나 보다. 그런데 찾아 보니 당시 메모해 둔 쪽지가 있다. 쪽지를 보니 조금 떠오른다. 하하핫...;;;;
터너의 '비, 증기, 속도'라는 작품 앞에는 토끼가 등장한다고 했다.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대체 토끼 어디 있는겨???
클로드 르 로랭의 '해지는 항구'는 햇볕이 담겨 있는 그림이어서 보기 좋았다. 이 더운 계절에 보면서도 따뜻해지는 기분!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은 문답 형식의 영상으로 그림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맨 아래에 있는 왜곡된 해골은 오른쪽 끝에 가서야 제대로 보인다. 아주 독특한 시도다!
알렉상드르 조르주 앙리 레뇨가 그린 '그라나다 왕국 무어 왕들의 참수 집행'은 15금! 그림으로 설정되어서 천막 안에 들어가서 봐야 했다. 입장해 보니 대뜸 머리가 굴러가고 있어서 화드득 놀라버림! 큰 그림을 못 구해서 잘 안 보이는데 시체 팔뚝에 문신 같은 자잘한 글씨가 보인다. 이거 보면서도 '마지막 거인'이 떠올랐다. 그림에서도 피가 철철 흐르지만, 이걸 동영상으로 보여주니 계단에서 정말 피가 막 흐르는 게 아닌가. 아주아주 실감 났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는 아주 큰 화면으로 보았는데 음악과 함께 들어서 더 좋았다. 귀뚜라미 소리 효과음도 나던데 의자가 없는 게 아쉬웠다. 좀 더 오래 감상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마지막에 나오기 직전에는 3D 안경을 쓰고 감상하는 작품이 있었다. 장 밥티스트 시메옹 샤르댕의 '팽이를 가지고 노는 소년'이었다. 끝없이 도는 팽이를 보고 있자니 인셉션이 떠올랐다. 아, 다시 보고 싶다. 인셉션!
방학하기 직전에 보고 온 것은 '이슬람의 보물-알사바 왕실 컬렉션' 전이다.
요일별로 행사가 있었는데 목요일이 이슬람 복장을 착용할 수 있게 해줘서 일부러 목요일에 골라 갔다.
(원하는 글귀를 이슬람어로 써주는 캘리그래피 데이-매주 수요일/헤나문신 이벤트-매주 금요일/이슬람 전통 의상 체험-매주 목요일/ 각각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다. 10월 20일까지 전시함)
입장 전에 입어본 옷들이다.
(사진 펑!)
장마 기간이어서 엄청 습했는데, 그런 날씨에 입기엔 지나치게 더웠다. 얼굴을 가린 부르카 두건이 떨어졌는데 앉아 있던 외국인이 다시 착용하라고 훈수를 두는 거다. 그런데 더워서 아예 벗고서 히잡만 쓴 채 찍었다. 사진은 의상 담당 직원이 찍어준 거다.
여자 옷 먼저 입어 보고 입장했는데, 도슨트 마치자마자 다시 나와서 남자 옷 입어보고(이벤트 행사는 5시 마감이었다.) 다시 들어가서 찬찬히 감상하고 나왔더니 6시 10분 전. 아직 문 닫기 10분 전인데 기념품 샵을 먼저 마감시켜서 못내 아쉬웠다. 뭔가 이슬람의 보물스런 팔찌 같은 게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말이다...;;;;
도슨트는 남자 한명과 여자 한명이 이어서 했는데 둘다 너무 초짜 티가 나는 것이다. 이 지역은 건조하고 습한 지역이라~(건조한데 습하다니...ㅠ.ㅠ)고 설명하기도 하고, 뭔가 실수가 잦았다. 나중에 둘 모두 이날이 첫 도슨트였다고 고백했다. 하하핫, 첫술에 배부를 수야 없지!
기둥머리와 건축물의 일부분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오른쪽 사진은 걸프전 때 폭격으로 일부 부서진 모양새를 이루고 있다. 다녀와서 바로 썼어야 기억이 제대로 날 텐데 한달도 더 지나버려서 기억이...ㅜ.ㅜ
왼쪽은 포크 겸용 숟가락이다. 오옷, 어릴 적 도시락에 쓰던 그 형태와는 차이가 있지만 어쩐지 반가웠다는!
오른쪽은 의복인데, 소매가 지나치게 긴 것이 일하는 사람의 옷은 아닐 것이다. 소매통이 아주 넓은 옷도 있었는데 올리는 건 패쓰!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비싼 물품은 약 50억원 가치로 세점이 왔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화병이다. 가운데 파란색 무늬가 '술루스체'로 써진 아랍어다. 14세기 경 제작된 것으로 보이고 쓰여진 글귀는 축복을 기원하는 내용이다. 그림처럼 보이는 글씨가 인상 깊다. 세로 획이 가로 획보다 세 배가 길어 서예가들이 애용한 서체라고 한다. 에나멜 기법으로 만든 이 화병은 현재 전 세계에 5개 뿐이라고 한다.
아마도 값어치는 더 떨어지겠지만 내 눈에는 오른쪽의 물담배 보관병이 더 예쁘다. 심플하면서 화려하다! 에메랄드와 9개의 루비로 장식한 꽃무늬가 무척 예쁘다. 탐나는구나!
전시관을 이동하는 통로에 그려진 무굴제국의 황제 그림이다. 타지마할로 유명한 샤자한.
팔과 목, 손가락까지, 어찌나 화려하게 주렁주렁 매달고 끼었던지.... 오홋, 남자를 위한 이토록 찬란한 보석들이라니!
오른쪽은 인도 궁전 내부를 묘사한 세밀화다. 이 그림이 걸려 있던 모퉁이는 어두워서 사진이 잘 안 나왔다. 플래시를 끄고 찍으니 빛이 없는 곳의 사진은 영 알아보기가 힘들다.
카펫을 전시해 둔 공간이다. 아주 길어서 사진을 한컷에 담기가 어려웠다.
왼쪽은 터번 장식꽂이였던가? 오른쪽은 단검이다. 이번 전시 최고가를 자랑하는 50억원 상당의 유물 하나가 바로 이 녀석! 칼자루와 칼집을 모두 옥으로 만들었고 앞면은 금과 루비로, 뒷면은 화려한 아라베스크 무늬로 장식했다. 오, 뭔가 폼이 나긴 해!
활을 쏠 때 손가락을 보호하는 궁수용 반지다. 활 안 쏘아도 갖고 싶은 비쥬얼인 걸!
오른쪽은 이즈니크 도자다. 16세기 경 오스만 제국의 이즈니크 지역에서 만들었다. 중국 명 왕조의 청화백자와 페르시아 도기의 영향을 받았다. 단순 비교는 좀 그렇지만, 우리나라 청화백자를 보고 흠칫 놀랐던 것에 비해서 좀 조잡하게 보였다. 쏘리~
마지막 하나 남은 50억 원 상당의 유물은 쿠란 필사본 장정이다. 중앙에 정교한 아라베스크 무늬가 돋보인다. 금가루가 떨어질 것 같은 화려한 책이다.
중국에서 수입해 온 자기가 지나치게 아름다워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도기를 제작했다고 들었다. 우리나라 청자와 백자도 같이 보여주고 싶다. 정말정말 샘이 나지 않았을까. 미안! 팔이 안으로 굽었어.ㅎㅎㅎ
꼭지점이 열 개인 별 모양의 타일이다. 토끼를 잡고 있는 코끼리와 상상의 동물 레오그리프를 묘사하였다.
집의 내부 공간을 구분하는 '가리개'다. 기하학 무늬가 아름답게 보인다. 자세히 보면 원과 원이 만들어 낸 안쪽으로 별 모양도 보인다. 오른쪽은 우리나라 규방의 창살을 떠올리게 한다.
티켓 판매 부스 옆으로 이번 전시회의 포스터가 그려져 있다. '이슬람의 보물' 위로 보이는 아랍 글자는 '알판'이라고 읽는데 '예술'이라는 뜻이다.
시간이 좀 더 많았더라면 보다 여유있게 보았을 텐데 저녁 6시 마감 시간은 너무 촉박했다. 수요일은 야간 개장을 하니 좀 더 오래 관람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7월 27일에 원래 나는 '최예원의 카르멘 판타지'를 예매해 두었다. 5월에 '이원국의 월요 발레'에서 아주 매혹적인 그녀를 만나고 카르멘도 보자! 했던 건데, 야곱이 뮤지컬 표가 있다고 보자고 연락이 온 것이다. 난 원래 야곱한테는 아주 약한 편이라서 냉큼 카르멘을 취소했다. 이번 시즌 마지막 공연이어서 아쉽긴 했는데 내년에도 하겠지 뭐~ 이런 마음으로.^^
언니가 당첨된 공연은 뮤지컬 'MR.온조'다. 아니 온조왕에 웬 미스터?? 주인공은 홍경민. 최근 불후의 명곡으로 그에 대한 인상이 무척 좋았기 때문에 기대가 되었다. 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가 처음부터 잘하는 걸 본적이 없기 때문에 연기에 대한 기대는 접었다. 그래도 노래는 좋겠지... 이러면서...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철저하게 배신당했다. 이건 홍경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총체적 부실 공사다. 작품이, '작품'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오죽하면 인터미션에 그냥 나가자고 했을까..ㅜ.ㅜ 그러나 야곱은 후기를 써야 해서 끝까지 보자고 했다. 결국 끝까지 봤다. 팔짱 끼고~
소서노도 나오고 온조도 나오지만, 백제 건국의 이렇다 할 비전도 없고, 설득력도 없고, '바람의 나라' 향기가 물씬 나는 설정 하며~
의상은 무슨 18세기 프린스 옷을 입질 않나, 무대 소품 중 거울은 바로크 양식이 나오질 않나... 내용 없고, 연기 못하고, 노래 안 되고!!! 온조로 분한 홍경민은 자기 머리 스타일 그대로 나왔다. 가발은 못 써도, 머리에 띠라도 하나 두르고 좀 고대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해야 하지 않나? 성의 없어 보였다. 뮤지컬은 형편 없고 극장(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 센터)만 훌륭했다..;;;;;
현재 알라딘 행운의 램프 응모 중에 이 작품이 있는데 응모율이 아주 높다. 하긴 나라도 보지 않았다면 거기에 한표 던졌을 것이다. 아까운 당첨 기회를 쏟고 계시는 분들을 뜯어 말리고 싶다. 이 작품 꽝이랍니다. ㅜㅜ
그리고 바로 이튿날! 알라딘 B님으로부터 급한 연락이 왔다. 뮤지컬 엘리자벳 보기로 한 친구가 펑크를 냈다고~
오오오옷, 이런! 작년에 뮤지컬 엘리자벳을 보면서 다음에 또 올라오면 다시 보리라! 했던 결심을 실천할 때가 왔다. 바람처럼 예술의 전당으로 달려갔으나....
마을버스를 잘못 타서 엉뚱한 데로 가서 되돌아 오느라고 엄청나게 땀흘린 이야기는 생략하자. 다시 탄 버스가 예술의 전당 훌쩍 지나쳐서 내려주는 바람에 또 엄청 뛰었다는 슬픈 이야기도 건너 뛰자. 마음이 아프다.ㅜ.ㅜ
원래 예상대로라면 공연 시작 20분 전에 도착해야 했지만, 2분 전에 도착하여 손수건이 흠뻑 젖도록 땀을 흘렸다. 아, 다시 생각해도 진땀 나네....
작년에는 류정한/옥주현/박은태 버전으로 보았고, 이번에는 박효신/옥주현/박은태 캐스팅이었다.
내가 옥주현에게 놀란 건, 작년 엘리자벳에서는 모든 캐스팅이 완벽했는데 옥주현만 별로였다. 그랬는데 뮤지컬 레베카 때 깜짝 놀래키더니 이번에는 완벽한 엘리자벳 황후로 분한 게 아닌가!
그.리.고. 뜻밖의 쾌거는 박효신이었다. 박효신의 목욕탕 울림 목소리는 이 작품 속 '죽음' 역할에 200% 일치했다. 심지어 나의 사랑 류정한을 뛰어넘는 싱크로율!!!
여기서 죽음은 이렇다 할 '연기'는 별로 필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압도적 노래 실력만 필요할 뿐!
다시 봐도 엘리자벳은 정말이지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완벽해, 훌륭해!!!
B님 고마워요! 와락!!(>_<)
기둥 앞에서 사진 예쁘게 찍고 싶었지만 잘 나온 사진이 없음...ㅎㅎㅎㅎ
지나치게 흔들린 사진이지만 그럼에도 가슴을 왈랑거리게 해서 한컷 실었다.
이 작품을 보고 나서 생각해 보니 분명 엘리자벳 ost를 산 것 같은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 거다.
한참을 뒤져서 겨우 찾았다. 작년 5월에 사서 금년 7월에 듣다니... 반성 반성!
시아준수 노래만 빠져서 이상하다 여겼는데 그의 것만 따로 발매되어 있다. 하하핫, 이렇게 돈을 벌다니..;;;;;;
원래 8월달 적립금 생기면 살 생각이었는데, 깜박 잊고 전부 책으로 지르는 바람에 아직 구입하지 못했다. 9월까지 기다리면 또 잊지 않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