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교실 3
우메즈 카즈오 글 그림, 장성주 옮김 / 세미콜론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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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출간된지 40년이 더 지났다. 오래 전 작품인지라 세련되지 못하고 촌스러운 설정들, 막장스러운 분위기도 간혹 잡힌다. 그러나 대단한 작품임에는 틀림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그게 일본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더 그럴 것이다. 바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계속 강조하는 것은 인간들의 무분별한 개발과 독선이다. 환경을 파괴하고 자연을 정복하려 한 오만의 대가가 이 아이들을 황폐한 미래 사회로 보내게 했다. 사막밖에 보이지 않는 땅 위에서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제 목숨을 살리는 방향으로만 움직였다. 그 과정에서 이들이 보여준 폭력성과 야만성은 끔찍함 그 자체였다. 열살 전후의 아이들이 어디서 이런 걸 배웠을까, 아님 그 자체로 정말 본능이었을까. 굶주리다 못해 사람 고기까지 취하는 모습에서는 아찔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극중에서 가장 사악하게 묘사된 급식 아저씨 세키야. 그의 모습은 흡사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폭력이라는 권력을 쥐고서 여자들을 노리개 삼던 두목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그 무지막지한 인물이 툭하면 내뱉는 말이 '미국'이 도와줄 거란 호언장담도 쓰게 들린다. 


과거를 바꾸면 미래도 당연히 바뀐다. 과거의 사람들이 이 지구를 아끼고, 탐나는 자원 역시 미래 사회로부터 빌려온 것임을 깨닫는 순간, 아이들이 갇혀 있는 미래 사회는 보다 살만한 곳으로 바뀔 것이다. 아이들은 무시무시한 것들을 많이 겪으면서 서로 반목하고 헤치고 모함하는 일들도 주저하지 않았지만, 숱한 시행착오 끝에 이제는 서로 의지하고 위로해주는 친구가 되었다. 그 과정들이 너무 거칠고 급작스럽긴 했지만.... 


내가 살던 세계가 송두리째 뒤집어지고, 지금껏 익숙하게 누려오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진다면, 나는 이 아이들보다 이성적이고 협력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 생각하게 만든다. 


표류교실, 무섭고 무거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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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3-08-16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메즈 카즈오,공포만화의 왕이지요^^

마노아 2013-08-16 13:12   좋아요 0 | URL
공포만화의 대가다운 작품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