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트리오 Super Trio 5 - 완결
황미나 지음 / 세주문화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중학교 시절에 아이큐 점프를 열심히 봤다. 많은 연재작들에 관심이 없었지만, 거기에 황미나 샘의 파라다이스가 연재됐기 때문이다. 지금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슈퍼트리오도 그 즈음에 연재했을 것이다. 소년지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남자 청소년들의 판타지를 어느 정도 맞춘 작품으로 느꼈다. 다시 읽어본 작품도 역시 그랬다. 여러 멤버 중에 하나 있는 홍일점은 섹시하게 나온다. 가끔 과하지 않은 노출씬도 허락해 준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초등학생도 풋!하고 웃을 정도지만 20년 전에는 이런 뽀뽀 수준의 키스도 청소년들의 마음을 왈랑거리게 했을 것이다. 뭐, 나도 그랬더랬다. 시리즈 중 김준원이 주인공으로 나오고 어느 왕국의 비요르 왕자가 사실은 여자였다는 설정이었는데, 사막의 오아시스에서 물을 먹이기 위해서 마우스 대 마우스로 전달하는 장면은 어린 나를 마구 콩닥거리게 했다. 헤어지기 싫었지만 부러 모진 말로 보내버리고 홀로 눈물 짓던 첩보원 출신 008. 그가 마지막에 유럽의 어느 왕족이 자기를 양자로 안 삼아줄까? 라고 던지는 유머는 그래서 무척 가슴이 아팠다. 


황미나 샘은 캐릭터를 참 잘 설정해 두신다. 오늘날에는 뭐든 다 갖춘 진지한 슈퍼 히어로보다 토니 스타크처럼 자뻑 심하고 바람둥이에 돈은 많은, 그런 영웅들이 먹혀주는 시점이다. 그런데 20년 전에 고구마는 백작이면서 희대의 도둑이고, 뭐가 허당스럽고 몸개그 느낌이 충만하지만 또 한 여자를 향한 순애보를 가진 캐릭터였다. 008김준원도, 숀 코넬리도 모두 빼어난 능력을 가졌지만 하나씩 허당이어서 이들의 수퍼트리오 조합은 무적이면서 또 무지 불안하다. 웃길 때 웃겨주고, 진지할 때 진지해 주지만 기본 줄기는 절대로 흔들리지 않고 이야기를 끝까지 밀고 간다. 독자층이 어렸기 때문에 성인이 된 지금 읽다 보면 다소 유치하다 느낄 수 있지만, 그것마저도 즐겁게 소화가 된다. 추억도 반짝반짝 빛나고, 그 시절의 유행은 이런 느낌이었구나.... 새삼 떠올려 보았다. 


네이버에 보톡스를 연재하던 때에 수퍼트리오도 같이 연재했었다. 컬러로 다시 보는 게 참 좋았는데, 누군가 황샘이 두가지를 연재하는 것에 대해서 항의를 해서 도중에 연재가 중단 됐다. 새 작품도 아니고 기존 작품을 컬러로 채색해서 선보이는 건데 그것도 특혜라면 특혜였던 걸까. 여러모로 아쉬웠다. 그나저나 보톡스는 자체 단행본 제작을 하다가 인쇄 사고가 나서 엎어졌었는데 그후 다시 추진이 안 되고 있나 모르겠다. 단행본으로 꼭 다시 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웹툰도 즐겁지만, 그래도 마무리는 꼭 종이책으로 해야 제맛이다. 아직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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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08-06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이트라는 순정만화 잡지가 생각나네요. 고등학교때 나왔던거 같은데 그거 그시절엔 꽤 후끈했었어요.
그나저나 이미라씨는 아직도 작품활동하는지 갑자기 궁금해 지네요.
인어공주를 위하여의 푸르메 참 좋아 했었는데...털보만화방에서 보면서 엄청 울었던 기억이 스멀스멀....

마노아 2013-08-06 09:00   좋아요 0 | URL
저 고등학교 때 창간했는데, 첫호 표지 그림을 신일숙이 그렸어요. 뭔가 굉장히 야시시한 분위기로 말이죠.
당시로서는 꽤 수위가 있는 책이었어요. 19금 제약이 없는 언니들을 위한 순정만화지였죠.^^
이미라 작가님은 그 후 오랫동안 소식이 없네요. 연재가 중단된 작품도 많았는데 늘 아쉬워요. 지금은 뭐하고 계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