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가 만들었어 - 2015 오픈키드 좋은그림책 목록 추천도서, 2014 아침독서신문 선정, 2013 고래가숨쉬는도서관 여름방학 추천도서, 서울시교육청 어린이도서관 겨울방학 권장도서 ㅣ 바람그림책 12
하세가와 요시후미 글.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3년 5월
평점 :
초등학교 3학년인 요시후미.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와 누나랑 셋이 살고 있는 소년이다.
일본에서도 냄비 하나에 젓가락 같이 담그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상에 둘러앉은 단란한 가족이 보기 좋다.
옆에서는 고양이와 강아지(?)가 으르렁 거리는데 그것도 나름 정겹다.
엄마는 재봉틀로 옷 만드는 일을 하신다. 유도복이나 검도복의 안감을 꿰매는 것이다.
일본의 고유 스포츠니 수요가 많을 테지.
어느 날 요시후미는 청바지 사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는 재봉틀로 청바지를 만들어 주셨고, 검도복 천으로 만든 청바지는 어딘가 좀 이상했다.
그걸 입고 학교에 가니 친구들이 청바지 같은데 청바지 아니라고 마구 웃었다.
아이는 부끄러웠다.
요시후미는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다.
엄마는 체육복 윗도리가 두껍다며 얇은 천으로 만들어 주셨다.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데 역시나였다.
와이셔츠 같은 반들반들한 천으로 만들어 주신 체육복을 보고 친구들은 회사원 같다며 놀려댔다. 체육복 같은데 체육복이 아니라며...
아이는 울적해졌다.
친구 히로유키가 들고 온 가방이 멋져 보였다.
이 정도라면 엄마가 충분히 만들어 주실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아. 엄마가 재봉틀로 만들어 줄게. 엄마는 뭐든지 만들 수 있어."
자신 있게 말씀하신 것처럼 엄마는 가방을 만들어 주셨는데 문제는 이름이었다.
가방 한가운데에'요시오'라고 수를 놓으신 것이다.
요시후미가 이름인데 요시오라고 적혀 있으니 친구들은 또 놀려대기 바빴다.
이름 다른 건 그렇다쳐도 일단 이렇게 큼직한 이름이 독자는 더 불편하지만 아무튼!
엄마의 마음은 '요시오'였다.
2년 전 아빠가 병으로 돌아가셨을 때 친척들은 아이의 이름이 안 좋아서 그렇다며 '요시오'라고 마음대로 바꿔버렸다. 그 뒤로 엄마와 누나, 친척들까지 모두 아이를 요시오라고 부른다.
그러나 친구들이 그런 사정을 알리 없지 않은가. 아이는 속상했다.
어느 날 아빠 참관 수업 안내문을 받아왔다.
엄마는 직접 오시겠다고 했지만 아이는 창피하니까 됐다고 말했다.
"갈 거야. 엄마가 아빠 대신이니까."
엄마는 양보하지 않으셨다. 여러모로 씩씩한, 생활력도 강한 어머니시다.
하지만 아니는 심통이 나버렸다.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닌데 이렇게 말해 버린 것이다.
"나도 다른 애들처럼 아빠가 좋아. 아빠가 왔으면 좋겠어. 아빠 만들어 줘. 뭐든지 만들 수 있다고 했잖아. 아빠를 만들어 줘."
억지라는 것, 알고 있었다. 엄마가 만들어줄 수 없다는 것도.
이렇게 말하면 엄마가 속상할 거라고 알고 있었지만, 이미 그렇게 말해버렸다.
엄마는 조금 슬픈 얼굴로 말씀하셨다.
"미안하다. 엄마 재봉틀로 아빠는 만들 수 없어."
밥에서 모래 맛이 났다.
엄마도, 누다도 그랬을 것이다.
후회가 됐지만, 한번 쏟은 말은 주워 담을 수가 없다.
말의 힘은 정말로 강력하다.
엄마는 아이를 야단치는 대신 미안해 하셨다.
당신도 속상하셨겠지만 어린 아들의 상처입 마음을 먼저 보살펴 주셨다.
엄마는 그런 존재다.
아빠 참관 수업ㅈ 날, 아무도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오셨다.
양복을 입고서 아빠들 사이에 서 계셨다.
체육 시간도 아닌데 땀이 났다.
엄마는 아이의 뒤로 와서 양복을 가리키며 속삭였다.
"엄마가 만들었어."
저 자랑스럽고 뿌듯한 얼굴! 스스로 양복을 입고 아빠 역할까지 해내신 엄마. 어쩌면 아이는 그 순간은 당황스럽고 창피하다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가 조금만 더 자란다면, 엄마가 주신 그 사랑에 가슴이 벅차오를 것이다.
엄마는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셨다. 아빠의 빈자리를 메꾸고 사랑으로 보살펴 주셨다.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디 있을까.
이야기가 무척 단순하지만 인상적이고 감동적이다.
그림도 이야기와 매우 잘 어울린다. 이런 이야기에 정교한 그림보다는 이렇게 투박하고 거칠지만 '정'이 느껴지는 그림이 더 좋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