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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카오루 습유집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8월
평점 :
구성이 독특하다. 표지가 무려 두 개다!
겉표지 안쪽에 표지가 하나 더 있는데 좌우가 반전된 그림이다.
원하는 그림으로 씌우라는 소리!
속 표지가 더 얇기는 하지만 어차피 이중 커버니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맨 아래쪽은 껍데기 벗겨놓은 단행본과 부록으로 들어 있는 스케치북 사진이다.
'습유집'이라는 말이 낯설다.
빠진 글을 보충해 엮은 책이란 뜻인데, 헤이안 시대에 이치죠 천황의 칙명으로 편찬한 노래집의 제목이기도 하단다.
그러니까 이런 제목의 책이 일반화된 것은 아니고 작가 모리 카오루가 이곳저것에 연재하거나 부록으로, 또 특집으로 만들어두었던 것들을 모아모아 모아서 펴낸 그림책으로 보인다.
사실 일본 작품 중에는 이런 식의 특별 부록이 많았더랬다.
흑집사는 그걸 캐릭터화 해서 팬시용품을 많이 만들었고, 여러 작가님들은 아예 일러스트집을 내기도 했다. 이 책은 일러스트집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보다 낙서장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작가님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깨알 같은 재미가 있으니 무척 신선하다 하겠다.
목차만 봐도 얼마나 많은 것들을 넣었는지 알 수 있다.
참 창작욕이 넘치는 작가님이다.
안경 낀 여중생을 그리고 싶다는 욕망으로 탄생한 그림이다. 아주 짧았다. 4쪽 정도 되던가? 그 다음에는 아주아주 큰 교복을 입고 다녀서 헐렁이라고 불렸던 여학생의 이야기인데 졸업식 때 단추 뜯어가는 일본 문화가 보여서 흥미로웠다. '네가 없는 낙원'에서 이런 풍습을 보고 재미있어 했다. 밀가루 뿌리는 것보다야 훨씬 건전하지!
저 빵빵한 바디라니! 엄청 육감적이다. 뒷모습이 도리어 더 섹시하다. 꼭 노출을 해야 섹시미가 보이는 것은 아니니까.
게다가 건강미까지!
잡지 이름을 사용한 일러스트인데 깜찍한 홍보로 보인다.
그리고 신부 이야기의 첫번째 신부 아미르의 신부 의상이다.
이 그림을 그리며 석류를 어떻게 그려야 할지 감을 잡았다고 한다.
여백이라고는 없는 꽉 찬 그림인데 그렇다고 답답해 보이진 않는다.
엄청난 공력을 기울인 그림이다.
윗 그림은 서점 배포용 깔개 커버라고 한다. 자유롭게 그려달라는 소리에 말떼를 그려 보았다고.
말의 체온과 바람까지 느껴지는 현장감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성공했다.
중앙아시아라고는 하지만 그루지야나 아제르바이잔 같은 코카서스 지방 쪽에 더 가까운 설정이라고 밝혔다.
연재 전에 구상해 둔 얼굴과 옷인데, 얼굴의 느낌이 좀 변한 듯하다.
나로서는 지금의 그림이 더 좋다. 좀 더 유목민스런 느낌이랄까?
조금은 더 동양적인 느낌도 들고...
취재 시간 동안 동영상을 찍으며 밑그림부터 스크린톤 마무리까지 해낸 그림이라고 한다.
우와, 이걸 직접 보았다면 엄청 더 놀랐을 것이다.
정면에서 바라보는 흑마는 섹시함 그 자체.
아미르는 사냥을 해도 멋지고, 다소곳이 앉아 있어도 근사하다.
아래 그림은 오랜만에 접하는 엠마다.
안경 쓴 메이드라는 설정이 여전히 독특하다.
이쪽은 셜리.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이 코제트를 처음 만났을 때 사준 인형의 느낌이다.
소녀 셜리가 성장하면 어떤 느낌이 들까?
여전히 청순 그 자체일지도...
제복도 좋아하나 보다. 교복은 특히 넥타이를 좋아한다고.
나도 넥타이 좋아한다. 무척 답답한 도구지만...
정말 습유집스럽고, 작가의 개인 취향을 느끼게 해준 게 바로 이 코르셋과 난로 편이다!
배경으로 등장하는 19세기에 유행한 코르셋과 난로를 서민에서부터 귀족까지,
여러 쓰임새와 다양한 악세서리까지 세밀하게 담아냈다.
글자가 많지만 이런 걸 뜯어보는 재미도 크다.
참고자료까지 소개해 주었는데 이런 책도 있구나 싶어 놀라웠다. 대단대단!!
히나마츠리 그림 보면서 모리 카오루 작가가 기모노 입는 배경으로 그림을 그려도 훌륭하겠다 생각했다. 이마 이치코 작가처럼 말이다. 워낙 섬세하고 세밀한 그림들도 귀찮아하지 않고 즐겁게 그리는 분이니 취향에도 잘 맞지 않을까?
오른쪽 그림은 마지막 부분인데 감상문을 적어서 출판사(대원씨아이)로 보내면 모리 작가님께 보내준다고 쓰여 있다.
이 책은 작년 8월에 출간됐고 나는 올해 6월에 읽었으니 감상문을 보내는 것은 무리!
(물론 시간이 맞았어도 쓰진 않았겠지만...ㅎㅎㅎ)
초판 한정본 부록으로 같이 들어 있는 '러크 스케치집'의 그림이다.
습유집 본편보다 이쪽 스케치집이 더 재밌었다. 개인적으로는!
돌려라 셜리~ 돌려라 엠마~라니, 재밌다. 빨리 돌려보면 입체로 보일지도 모른다.
프릴 블라우스에 쇼트 팬츠, 삭스에 뮬까지. 작가님 표현처럼 파괴력 있는 조합이다.
카리스마 있는 눈매까지 더해져서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이 동시에 보이는 묘한 매력이 있다.
마치 무슨 서커스를 보는 기분으로 감상했다.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역동적인 그림을 그리니 운동감과 리듬감이 같이 느껴진다.
대단한 작가님!!
있는 힘껏 메이드에게 바람을 보내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그린 아래쪽 그림.
바람을 맞은 뒤의 어떤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었을 것만 같다. 이를테면 몹시 로맨틱한 쪽으로!
안경 매니아라면 이 구도를 싫어할 사람이 없을 거라고 단언하며 그린 그림이다.
하하핫, 안경 매니아는 절대로 아니지만 분위기 있어 보여 좋다.
엠마는 무척 교양미가 있는 여자였다.
메이드 복을 입어도 귀부인처럼 우아함이 보였다.
수다스럽지 않은 성격도 그녀의 분위기에 한몫을 해냈을 것이다.
육감적인 인물이라서 클로즈업 해봤다. 하킴 걸즈라고...
그라비아 포즈란다. 음... 에로 영화 포즈란 소린가???
가슴 계곡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팔등신이 아니어도 충분히 모델이다.
엄청나게 동물원에 가고 싶던 날 그림을 그리며 참았다고 한다.
우와, 만화가란 그런 사람이구나. 동물원 대신 동물을 그리며 마음을 달래다니,
놀라운 능력자다! 물개 포즈가 가장 마음에 든다.
마수직 언니가 은행 입금하러 갈 때 유니폼에 자전거 타는 모습이 좋았다고 한다.
치마 입고 자전거 타는 일본 사람 영화에도 많이 나오던데(주로 등교 길 학생)
그럼 속에 체육복이라도 입지 않을까?
유니폼 입은 언니는 어떤 안전장치가 있을지....
치마 저고리 입은 한국 학교 학생이 엄청 귀여워서 쫓아가고 싶었다고 한다.
이 그림을 보면 나도 쫓아가고 싶어진다.
이 그림에서 양말이랑 구두가 제일 마음에 든다.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톰 소여!
넓게 펼쳐진 배경과 당당히 우뚝 선 채 보여주는 뒷모습이 의젓하다.
마음에 든다!
스케치집 두 권의 표지 그림이다.
거친 그림이지만 여전히 섬세하다.
그림을 그릴 때 가장 매력적인 모리 카오루 작가의 습유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