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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 7
강경옥 글.그림 / 팝툰 / 2011년 11월
평점 :
설희 9권을 며칠 전에 샀는데, 책장을 살펴보니 7권부터 비닐이 뜯겨 있질 않다. 아마도 7,8권은 다음 연재 때 이미 보았기 때문에 책만 사두고 다시 안 봤나 보다. 이제 유료 연재로 바뀌었으니 다시 단행본으로 봐야 할 때가 됐는데, 그러자니 앞에 책을 다시 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하여 오랜만에 책을 펼쳤는데, 안 읽었음 큰일날 뻔했다. 무척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기억은 점점 가물가물해져서 분명 보았지만 보지 않은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상태로 자꾸 돌아가곤 한다. 흑... 슬프다...
아마도 6권에서는 세라가 설희가 수혈하는 장면을 보고서 충격 받고 끝났을 것이다. 그때 설희의 비밀 하나를 알았지만 자세한 내막은 알 수도 없고, 물어보자니 무섭고, 넘어가자니 걸리고 해서 여러모로 고민하게 된 게 이번 편의 이야기이다.
늘 주저할 때가 더 많고, 지레 짐작으로 포기할 때가 더 많은 세라의 성격은 일견 답답해 보이지만 한편으론 무척 공감이 가기도 한다. 남일 같지 않아서 말이다. 그런 세라가 설희를 따라 일주일에 불과하지만 선뜻 학교며 알바며 다 내려놓고 비행기를 탄 것은 장족의 발전이었다. 알바 하는 곳에는 무척 무책임한 짓을 한 것이지만, 평생에 한번도 해보지 못한 나름의 일탈이었다. 기왕이면 더 즐겨줬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설희의 큰 비밀 하나를 알게 될 터이니 그건 쉽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 씬에서 설희의 나이를 묻는 장면은 무척 섬뜩하게 보일 수도 있었다. 실제로 연재 때에도 바로 그 부분에서 한달간 휴식기를 가지셨는데, 단행본으로 다시 보면서 또 한 번의 서늘함을 느꼈다. 호러퀸 답달까. 강경옥 작가님은 미스테리하게 극을 이끌어가는 실력이 탁월하다.
전생을 꿈을 통해 확인하고, 400년 넘게 늙지도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등장한다. 무척 비현실적이지만, 얼마든지 상상하고 소망해봄직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400년을 이어온 원한과 사랑의 매듭은 과연 어떻게 풀 것인지 궁금하다. 얼른 8권 읽고 9권으로 들어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