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도서정가제 문제로 알라딘이 시끌시끌했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1+1이 참 많았다. 며칠 전에 읽은 파이 이야기는 당시 '셀프'를 팔면서 1+1으로 끼워서 판 비매품 책이다.

 

 

 

 

 

 

 

 

 

 

 

기억에 그때는 신간 하나를 사면 10% 할인에 20% 적립이었던가. 하여간 세일폭도 컸고, 마일리지도 많이 받았고, 아낌없이 질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가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잠시 이성을 찾는가 했더니 중고샵이 생긴 이후 다시 또 정신줄을 놓고 책을 참 많이 질렀다. 당장 기상 악화로 혹은 어떤 천재지변으로 전기 공급이 뚝 끊겨서 컴퓨터도 TV도 쓸수 없는 시간이 오더라도 몇 년 간은 지루해하지 않고 버틸 만한 책들이 충분히 있다. 뭐 그런 세상이 오면 한가하게 책붙들고 있을 수 있는 여유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알라딘은 도서정가제 강화를 반대했고, 출판사들은 그런 알라딘을 괘씸해 했다. 알라디너들은 찬성도 하고 반대도 하고 분노도 하고 여러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이쪽 얘기 들으면 이 얘기도 옳은 것 같고, 저쪽 얘기 들으면 그 얘기도 맞는 것 같다. 그런데 똑 부러지게 이쪽이야! 싶은 방향을 모르겠다. 이를테면, 학생들 무상급식 문제는 두말할 것 없이 그게 대의이고 진보이고 바른 방향으로 보인다. 무상급식 시행으로 급식의 질이 떨어져서 차라리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난 이렇게 얘기하곤 했다. 시행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고칠 생각을 해야지, 아예 그만둘 생각을 하면 되겠냐고.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안 만들 수는 없는 노릇! 출판계가 호황이었던 적이 과연 있었나 싶다. 손석희 씨였나. 얼마 전에 무슨 얘기를 하다가 출판업이 잘 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실제로 출판사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교정교열비 같은 경우 10년 동안 거의 동결이라고 했던가. 10년 전에도 아주 박했지만, 지금도 거기서 전혀 오르지 않았다는 얘기를 얼마 전에 들었더랬다. 물가는 꾸준히 올랐지만 사람 값은 여전히 크게 나아지지 않은 모양새다.

 

도서정가제가 강화된다고 동네 서점이 살아날 리는 없을 것 같고, 작은 출판사들에게 이익이 될 것 같지도 않지만 그게 대의이고 정말 맞는 방향이라고 한다면 그걸 알리고 설득시키는 과정이 더 필요해 보인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과정들은 너무 급작스럽고 어쩐지 좀 폭력적으로도 보인다. 그나마도 여기서 아웅다웅 올망졸망 지내고 있는 사람들이나 관심을 갖지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아웃 오브 안중일 것도 같다. 그리고 순서도 이게 맞는 건가? 난 적어도 도서관은 당연히 정가 주고서 책을 구입할 줄 알았다. 그런데 최저가 낙찰로 책을 구입한다는 얘기에 무척 당황했다. 공적인 공간에서도 지극히 자본주의의 논리를 적용시켜왔으면서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좀 더 싼 경로를 선호하는 것을 나무라는 모양새가 솔직히 언짢다.

 

그리고 사례로 많이 등장한 더 클래식의 레미제라블 반값 행사 말이다. 이 출판사는 다른 고전들도 이렇게 반값을 적용시켜놨다.

 

 

 

 

 

 

 

분명히 출간 날짜는 신간에 속하는데 영문판과 섞어서 팔면서 50%를 매겨놓았다. 최근 영화 레미제라블의 성공과 더불어 이 책도 아마 많이 팔렸을 것 같다. 번역이 워낙 날림이라고 사지 말라는 글도 종종 보았는데, 누군가는 가격에 현혹되어서 샀을 지도... 하여간 이 책이 신간임에도 이렇게 싸게 팔 수 있는 것은 '실용서적'으로 등록을 한 게 아닐까 싶다. 근데 그게 알라딘이 한 것인가? 출판사가 그렇게 한 것 아닌가? 이 책 이야기 나오면서도 알라딘은 싸잡아 욕을 먹었다. 이런 건 어떻게 규제하나? 공정하지 않은 거래를 출판사가 한 게 아닌가. 이런 것 단속하는 얘기도 같이 진행 중인가? 도서정가제를 강화하면 어차피 할인이 되지 않으니 다 함께 사라질 문제인가? 내부 문제 먼저 정리하고 그 다음에 소비자들에게 어필을 해서 이러저러하니 함께 살기 위해서 이게 좋은 길이다...라고 설득해야 하지 않나?

 

여러 나라들의 사례도 같이 나오는데, 할인을 하는 나라이거나 완전 정가제를 가는 나라이거나 모두 책을 만드는 자와 유통시키는자, 그리고 소비하는 사람들을 함께 만족시키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다 만족시킬까. 그나마 e북 시장이 커져가는 와중에 우리나라는 종이 책이 더 선호대상이 되는 게 다행일뿐.

 

개인적으로는 로쟈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신간은 완전 정가제로 가서 할인도 마일리지도 없게 하고 구간은(구간의 범위도 재정리해야겠지만....) 좀 더 재량에 맡기는 게 나아 보인다. 구간마저 할인이 전혀 되지 않는 건 누구에게 좋은 건지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는 해도, 한기호 소장님이 쓰신 글은 솔직히 유감이다. 너무 선동적인 단어들을 사용했고 알라딘에 애정을 품은 사람으로서 맘 상하게 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알라딘은 비록 업계 4위로 위기감을 느꼈겠지만 편들어주는 충성고객들이 건재하다는 사실에 조금은 위로가 되었을까? 뭐 그게 알라딘의 재무재표에 별 영향을 안 주는지는 모르지만...

 

근데 업계 4위가 위기감을 느낄 정도면 우리나라의 책 시장이 참 작아 보인다. 정말 책들 안 읽는구나.... 업계 1위가 교보인가? 예스? 뭐 3위까지 잡으면 인터파크 정도 되려나? 업계 1위가 알라딘처럼 대놓고 도서정가제 강화를 반대했으면 출판사들이 이렇게 '응징'할 수 있었을까? 쫌!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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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3-01-26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정가제에 관해 올라오는 글들을 읽으면서 왜 다 그게 그 소리로 들릴까 이상했었어요. 마노아님 글을 읽으니 이유를 알겠어요^^ 어느쪽이든 상관없었던 거예요. 저는 레미제라블 영화를 보지 않았어요. 더클래식 eBook을 사서 읽었어요. 언젠가 제대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늘 다음 기회에 다음 기회에 하면서 미루기만 하다가 더클래식 eBook 값이 싸기도 하고 또 무슨 이벤트도 하고 해서 주문을 한 거예요. 그런데 아이패드로 읽다보니 눈이 아프더라구요. 밑줄 긋기도 불편하고요. 그러면서도 내용이 좋아서 계속 읽고 싶기는 하고.. 해서 종이책 사서 맘껏 밑줄 그어가며 읽어야겠다 생각했죠. 지금은 어떤 출판사에서 나온 레미제라블이 좋을지 살펴보는 중이에요. 그래서 저는 지금같은 상황도 좋고, 혹시 도서정가제가 된다해도 괜찮은 것이, 아무래도 책값이 부담되면(지금도 충분히 부담되니까요^^;;) 충동구매 안하고 불편하더라도 도서관 자주 이용하면서 지역사회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 역시 나쁠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더 이상 도서정가제에 관한 글은 더이상 읽지않아도 되겠어요. ^^ 마노아님 덕분입니다. 감사드려요!^^

마노아 2013-01-27 01:59   좋아요 0 | URL
원래부터 알라딘에서 열심히 책 사보던 분들은 이 법이 더 강화가 되어도, 혹은 지금 체제를 유지하든 큰 차이는 벌어지지 않을 것 같아요. 그분들은 어쨌든 책 좋아하는 분들이고 사서 보든 빌려 읽든 어떻게든 책과 함께 지낼 분들이죠. 헌데 대한민국의 책 시장이 워낙 작고 책 읽는 사람은 자꾸 줄어드니 그 외연을 더 넓히는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도서정가제 강화가 확답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래서 서로가 내세우는 명분들이 확 와닿지도 않고요. 저는 레미제라블 책을 산지 좀 됐는데, 최근에 영화 개봉하고 나서 출판사별로 비교해 놓은 글들을 몇 개 봤거든요. 그나저나 레미제라블 언제 읽죠. 맨날 이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