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연가시
김명민 주연이라는 것과, 뭘 봐도 재밌다고 말하지 않는 둘째 언니가 재밌다고 말한 것이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렇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그냥 그랬다는 것! 무섭게 퍼져나가는 감염에 대해선 컨페젼에서 더 공포스럽게, 더 실감나게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조금 비교가 되었다. 김명민이 연기를 잘하는 배우이긴 하지만 이 작품에서 보여준 연기는 좀 뻔했지 싶다. 오히려 아내 역할을 맡은 문정희의 연기가 더 실감 났다.
이 영화 보고 온 날 내 왼쪽 어깨에 못보던 벌레가 앉아 있었다. 엄마더러 잡아달라고 하면서 뭔냐고 하니 귀뚜라미 새끼 같다고 해서 완전 깜놀했다. 곱등이가 내 주변에 있을 것만 같아서...;;;;
암튼, 영화 보고 나서 어느 학자의 인터뷰를 보니, 연가시는 1급수에서만 살기 때문에 영화처럼 한강에서는 못 산다고, 그리고 저렇게 사람 몸에 기생이 가능하려면 귀뚜라미 같은 종류로만 한 100년 내리 먹어야 가능할 거라고, 그러니 영화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고... 휴우... 다행이네..;;;;
★★★☆
43. 나는 공무원이다
그러니까 이날은 갑작스럽게 생긴 오전 회의 때문에 오후 출근 시간까지 붕 떠버려서, 한정거장 뒤에 있는 김포cgv에 가서 급히 보고 온 영화다. 윤제문이야 워낙 연기 잘하는 배우이고 음악 영화라 하니까 역시 기대가 좀 있긴 했는데, 영화는 많이 심심하다. 유머는 크게 웃기지 않고, 음악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감동 코드도 크게 와닿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많이 아쉽다.
김별에서 송하윤으로 이름을 바꾼 이 배우는 긴 머리보다 짧은 머리(유령의 쪼린 감자)가 더 예뻐보인다.
★★☆
44.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마르께스의 이름값으로 역시 기대치가 조금 있었던 영화다. 이 영화를 무척 힘들게 봤다. 나는 공무원이다를 점심 때 보고, 저녁에 방학식 하고서 시간이 남아서 보게 되었는데, 하루에 두편은 무리였다. 보다가 엄청 졸았다. 그래서 이 할아버지가 왜 사랑에 빠졌는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고...;;;; 이 여자의 어디가 대체 열네살로 보인다는 건지 당최 인정하기 어렵고...;;;;;
그래도 채플린의 딸이라는 이 노배우의 연기는 인상 깊었다. 얼굴에서 채플린이 보인다.
내가 읽은 마르께스의 책은 '꿈을 빌려드립니다'가 고작이고, 읽지 못하고 꽂혀만 있는 백년의 고독이 있고, 그리고 현재 사고 싶어 근질거리는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 있다. 몇 주 동안 날마다 책을 팔아서 카드값 메꾸는 상황에서 그분은 감히 부르지 않으려고 조심 중이지만, 이미 편의점에 택배 와 있다는 문자는 도착해 있을 뿐이고.... 쿨럭! 책을 사야 책을 팔지... 에헴!
★★★☆
45. 백자의 사람, 조선의 흙이 되다
일제 강점기가 배경인데 일본 사람으로 조선에서 헌신한 사람이 소재라고 하니 궁금한 게 당연했다. 매우 매력적인 소재였지만,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영화도 그닥 큰 재미를 주진 못했다. 재미도 어설프고 감동은 더 어설프고...
내가 예매할 때 평점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벤트 응모하면서도 이러다가 유일 신청자로 당첨되는 것 아냐? 했는데, 정말 당첨됐다. 유일 예매자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첨되어서 CD와 책을 받았다.
선물은 고마운데, 내게 흥미를 주진 못해서 바로 중고샵으로 직행했다. 미안하다. 요새 궁해서 그랬다. ㅎㅎㅎ
간송 전형필 선생님을 주연으로 한 영화를 안 만들어지나 모르겠다. 이 사람보다 더 극적으로 나올 것 같은데 말이다.
★★★☆
46. 도둑들
아, 이 영화 정말 오래 기다렸다. 최동훈 감독의 작품은 모두 재밌었다.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 전우치도 두번 봐도 재밌는 영화였다. 뒤늦게 영화 목록을 정리하는 이 시점에서 이 영화는 이미 천만 관객을 훌쩍 넘겨버렸다. 내 생각에 왕의 남자와 괴물은 천만 관객 동원해도 별 불만 없었지만, 실미도랑 태극기 휘날리며와 해운대는 천만까지 볼 영화였나 싶었다. 어줍잖은 신파나 애국심을 강조하는 영화 별로다. 이 영화는 순수하게 오락 영화다. 제법 로맨스가 가미된. 인구 오천만 나라에서 천만이나 같은 영화를 본다는 건 그닥 매력적이지 않지만, 어쨌든 이 영화가 재밌었다는 건 인정! 초반 박물관 터는 장면 10분을 놓친 나로서는 한번 더 보고 싶은 영화이기도 하다. 물론 제값 다주고 보는 건 아깝지만 할인 받는다면 기꺼이 콜!
전지현이 섹시하게 나왔다지만, 내 눈에는 김혜수만 보였다. 이 여자 왜 이리 갈수록 아름다운겨!
물에 빠졌다가 건져져서 깨어날 때가 가장 예뻤다. 다분히 영화적 연출이 가미되었지만, 미모는 온전히 그녀의 것! 저런 머리 일반인들이 소화하기는 힘들겠지?
연기로는 김해숙 씨가 압권이었다. 제작자(감독의 부인) 인터뷰를 들어보니 김해숙씨를 최고로 쳤는데, 설사 2편이 만들어져도 출연할 수 없으니 괜히 미리 아쉬워해 본다.
전우치에서는 도술 부리는 강동원의 와이어 액션이 근사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창으로 뛰어내려 실외기 타고 넘나드는 마카오 박(김윤석)의 와이어가 예술이었다. 영화가 줄 수 있는 대리 만족의 극치를 찍었달까. 아무튼 이 영화 내리기 전에 한 번 더 보고 싶다.
★★★★★
47.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이 영화를 보러 가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은 이미 이사 페이퍼 쓰면서 얘기했으니 패쓰! 하여간 우여곡절 끝에 이 영화도 초반 10분을 놓쳤다. 캣우먼 앤 해서웨이가 브루스 웨인의 집을 터는 장면을 놓쳤다. 아까비....
영화는 다크나이트보다는 덜 재밌었지만 배트맨 비긴즈보다는 재밌었다. 더 좋았을 이 영화의 재미가 덜했던 것은 잘못된 정부 덕분이었다. 영화의 결말을 잘못 이해한 언니가 내용을 잘못 소개해준 것이다. 스포일러도 화가 나는데, 잘못된 스포일러라니. 그 덕분에 엄한 걱정을 하면서 조마조마하여 영화를 봐야 했다. 과거 식스 센스를 같이 봤던 친구가, 꼬맹이가 귀신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알고 영화를 보다가 마지막에 깜놀한 것과 똑같은 황당함이었다.
좀 더 정면에서 찍은 사진을 못 찾았다. 저 오토바이(?)는 탑승자의 S라인을 심하게 강조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망토 두른 배트맨보다 캣우먼이 탔을 때 더 근사하다.
크리스찬 베일은 배트맨 복장을 할 때보다 브루스 웨인일 때가 더 멋있고는 했는데, 나는 아무래도 배트맨으로 변신했을 때는 대역을 여러번 쓴 게 아닐까 생각했다. 눈과 코를 가렸다지만 입매가 좀 달라보여서 말이지...
궁금한 것 하나는, 다리 어떻게 한 걸까? 불편한 다리를 한 순간에 고치게 한 그 비법은 무엇??? 그게 과학적으로 가능한 거였나???
인셉션 때도 포스터가 꽤 마음에 들었는데 이번 포스터도 좋다. 건물 끝에서 비치는 하늘의 모양새가 박쥐 모양이다. 어떤 환경미화원은 낙엽을 박쥐 모양으로 모아놨던데... ^^
억만 장자 브루스 웨인도 멋지지만, 평범한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는 전직 슈퍼 히어로 브루스 웨인도 아주 근사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는 아마 다시 보기 힘들겠지만, 여하튼 한 획을 그은 건 분명하다. 영웅도 고뇌를 해야지 늘 '슈퍼'이기만 하면 매력 없다.
★★★★★
7월에는 이승환 회고전을 다녀왔고, 뮤지컬 모차르트를 보았고, 영원의 도시 로마전을 다녀왔다. 울 공장장님 공연이야 늘 훌륭하니 강조하면 입 아프고, 뮤지컬 모차르트는 기대치가 없었기 때문에 큰 불만 없이 보고 나왔다. 내 임태경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박은태 주연으로 다녀왔다. 아무래도 노래랑 연기가...ㅎㅎㅎ
임태경 옆의 아해가 참 뽀샤시 하니 예쁘다. 예가 혹시 비스트의 장.... 누군가? 이름 모르겠다.;;;
엘리자벳에 비하면 모차르트는 상당히 약한 편인데, 그래도 황태자 루돌프는 기대하는 중!
로마전은 어린이 눈높이로 전시회를 꾸며 놓았다. 적당히 재밌었지만 입장료에 비해서 다소 심심했던 것도 사실!
당시 사용했다던 점토판에 내 이름을 써보았다. 윤동주처럼 흙으로 덮어버리진 못했다. ㅎㅎ
동행이 있었다면 옷을 입어보는 체험을 더 다양하게 했을 텐데 살짝 아쉽지만, 사진 한 장 건졌으니 그걸로 만족!
아치형 구조물을 만들어 보게 하는 모형이 있었다. 다 만들고 사진 한 장 찍으려고 했는데 무너졌다. 오른쪽 앞의 아치가 내가 만들었다가 무너진 구조물이다. 집 지으면 큰일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