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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보면 - 사랑하는 아들에게 ㅣ 피터 레이놀즈 시리즈 5
앨리슨 맥기 지음, 김경연 옮김, 피터 레이놀즈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사랑하는 아들아, 너를 보면 알겠구나...
너의 노란 컵이, 너를 깨우는 노랫소리가, 비스듬히 비치는 아침 햇살이, 처음 만난 잠자리가, 그리고
커다란 상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들아, 너를 보면 알겠구나...
첨벙첨벙 뛰어놀 웅덩이가, 부었다 쏟았다 모래 놀이가, 마루 위를 달리는 트럭이, 벽에 표시한 연필 선이, 그리고
커다란 상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들아, 너를 보면 알겠구나......
파란 그릇이, 빨간 공이, 쓰러진 나무가, 젖은 개의 냄새가, 그리고
커다란 상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들아, 너를 보면 알겠구나......
동물 비스킷이, 일회용 반창고가, 끈으로 묶는 운동화가, 안녕히 가세요, 작별 인사가 그리고
커다란 상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들아, 너를 보면 알겠구나......
우주선 잠옷이, 우주여행 이야기가, 두려움 없는 도전이, 서두르지 않는 여유가, 그리고
커다란 상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사랑하는 아들아, 널 보면 알겠구나. 지금의 이 순간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피터 레이놀즈가 그림을 그리고 앨리슨 맥기가 글을 썼다. 동작가의 딸에게 주는 '언젠가 너도'로 큰 감동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엔 아들 버전으로 읽어 보았다. 비슷한 이야기를 다루었음에도 감동의 깊이에는 차이가 없었다. 모든 부모가, 모든 자식이 가질 수밖에 없는 그 깊은 인연과 감동의 크기 때문이 아닐까.
친한 언니는 아들이 다섯 살이 되어서야 어린이집에 보냈다. 더 일찍 보낼 수도 있었지만 그러기 싫었다고 했다. 이 아이의 매 순간순간의 소중한 시간들을 더 오래 담아두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물론 아이와 24시간 붙어 있는 것은 무한한 스트레스를 동반했다. 화장실 조차도 문 닫고 들어갈 수 없는 그 갑갑한 시간을 아이를 위해서 기꺼이 감수했다. 이 책에서처럼 파란 그릇과 빨간 공, 우주선 잠옷까지 모두 소중한 아이를 위해서 말이다. 아이들은 정말 빠르게 자란다. 아기들은 한 2주 정도 안 보다가 보면 그 며칠 사이 키가 자라 있고, 매일같이 보고 살던 조카들도 며칠 안 보면 눈에 아른거린다. 엄마와 아빠라면 그 그리움은 더 클 것이다.
이 책에서는 반복적으로 커다란 상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공 하나만 있어도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는 남자 아이와 남자 어른처럼, 이 아이에게는 커다란 상자가 큰 놀이터가 되어준다. 그리고 아이가 자람에 따라 상자는 더 이상 크지 않게 보인다. 그래도 상자와 함께 한 아이의 매 순간은 얼마든지 떠올릴 수 있다.
비록 내게 이 책과 같은 아들은 없지만, 책을 보는 내내 뭉클했다. 세상의 모든 엄마와 아빠에게 바치는 헌사 같고, 세상의 모든 자식들에게 주는 선물 같다. 자매품으로 "꼭 잡아주세요 아빠"도 같이 추천한다. 뭉클하다 못해 흐물흐물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