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 던지기
데이비드 위즈너 그림, 프리츠 라이버 원작, 사라 톰슨 각색, 엄혜숙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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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조 슬래터밀은 집을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안을 둘러보니, 나무에 회반죽을 발라 만든 벽이 다 썩은 채 간신히 서 있었다.
마치 카드를 세워 만든 벽처럼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멀쩡한 것이라고는 돌로 된 커다란 벽난로와 오븐, 그리고 굴뚝뿐이었다.
어머니는 조가 집을 나서려는 것을 알아챘다.
조의 아내도 역시 알아챘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오늘 밤에 노름 한판 할 거야."
조의 말에 어머니와 아내는 대꾸하지 않았다.

조는 새로 문을 연 도박장으로 들어섰다.
갖고 있던 돈을 모두 칩으로 바꾼 뒤 하나뿐인 빈자리로 갔다.
맞은 편에는 평생 한번 마주칠까 말까 한 큰 도박꾼이 있었다.
조는 달랑 1달러를 걸었고, 여기저기서 야유가 터져나왔다.
쫓겨날 뻔했던 조를 상대해 준 것은 바로 그 큰 도박꾼이었다.

조는 주사위를 던져서 연승을 거두었다.
첫번째 던져서 일 달러를 땄고, 이 달러를 걸어서 또 이겼다.
그렇게 아홉 번을 더 던져서 조는 무려 4천 달러 가까운 돈을 따냈다.
이대로면 오늘밤 테이블의 돈을 모두 딸 것 같았지만 조는 큰 노름꾼의 실력이 궁금했다.
해서 일부러 지는 숫자를 던져 패를 넘겼다.

호기심이 가져온 결과는 처참했다. 큰 노름꾼의 실력은 악마의 실력, 아니 사신의 실력!
조는 돈을 모두 잃었다.
그러자 큰 노름꾼은 조의 영혼과 생명을 걸고 도박을 벌이자고 제안한다.
조가 이 거래에 응한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조는 게임에서 졌다.
보통의 정석이라면 큰 노름꾼이 본색을 드러내며 무서운 모습을 보여야 하겠건만, 작품은 신기하게도 조의 반격이 이어진다.
허무하게 무너지는 해골 모습을 한 큰 노름꿈!

조는 허무한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이야기는 이대로 끝이다.

작품 자체만으로는 잘 이해도 안 가고 마무리도 뭔가 덜 된 느낌이 가득하다.
이런 독자들을 위해서 옮긴이의 친절한 설명이 이어진다.

주사위 던지기의 원작인 프리츠 라이버의 '주사위 던지기'는 긴 내용을 가졌다.
그것을 위즈너는 과감히 압축하여 그림으로 설명했다.
원작에서는 조가 본야드에서 생명을 걸고 대결했던 큰 노름꾼이 사실은 아내가 오븐에서 구워 낸 빵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이 그림책에서도 조가 집을 나서기 전 아내가 들고 있던 빵 반죽이 해골 머리처럼 생겼다.
큰 노름꾼은 마치 아내가 보낸 사신으로 해석해도 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

데이비드 위즈너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상상력이 가득한 그림과, 혹은 글없는 그림책의 매력은 이 작품에서 보다 적은 편이지만, 이 작품을 시작으로 데이비드 위즈너는 '글없는 그림책'이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을 개척해 나간다. 그런 면에서 독자에게도 이 책은 의미있는 책이다. 데이비드 위즈너를 열심히 응원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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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08-16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그림이 넘 멋있네요^^

마노아 2012-08-17 13:20   좋아요 0 | URL
데이비드 위즈너의 그림은 언제나 감탄을 자아내지요.^^